‘원조’라는 단어가 주는 중량감은 대단하다. 그 중량감을 기반으로 수많은 ‘원조’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시장을 장악하며 독보적인 업계 1위 자리에 오 르곤 한다.
물론 이 같은 ‘원조의 법칙’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원조가 힘겹게 개척해낸 시장에 무임승차하려는 아류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수많은 군소 브랜드가 힘겹게 경쟁하는 장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간혹 원조를 능가하거나 원조 아성을 위협하는 뛰어난 아류가 나오는 등 ‘청출어람’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원조를 능가하거나 위협하는 아류는 반드시 독특한 성공 비결을 갖고 있다. 자 금력이 뛰어나다거나, 관리를 훨씬 잘했다거나, 원조보다 나은 맛이나 상품, 서비스, 혹은 저렴한 가격을 들고 나온 경우 등이다.
매일 수많은 브랜드들이 떴다 지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요즘 한창 주가를 올 리고 있는 아류 브랜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스킨케어5000■
‘웰빙’과 ‘저가’는 최근의 트렌드를 관통하는 두 단어다. 저가형 피부관리 전문점 ‘스킨케어5000’ 역시 두 가지를 무기로 불황 속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사실 저가형 피부관리전문점이란 카테고리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업체는 ‘이 지은레드클럽’. 실제로 이지은레드클럽은 가맹점 수가 이미 100개를 넘어섰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며 이 분야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맹점 수 60여개로 2위인 ‘스킨케어5000’이 훨 씬 높은 평가를 받는다.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관리가 상당히 체계적인데다, 미용 분야 전문가인 박상근 사장의 노하우를 감안해볼 때 훨씬 성장성이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사장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미용학원 체인을 운영했던 인물. 이 같 은 경력은 피부관리전문점 프랜차이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십개 미용 학원과 제휴를 맺고 제대로 교육받은 관리사를 공급받음으로써, 수준 높은 관 리사의 원활한 수급이 가능했다. 가격대별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피부관리 매뉴 얼을 만들기도 수월했다. 고객 입장에선 가격은 싸지만, 결코 싸 보이지 않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덕분에 우후죽순 생겨난 저가형 피부관리전문점들이 ‘싼 게 비지떡’이란 인 식을 얻으며 외면 받을 동안 스킨케어5000은 ‘5000원짜리 치고는 훌륭하다’ 는 인식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결과 스킨케어5000은 지난해 6월에 첫 가맹점을 오픈한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대표주자 위상과 가맹점 운영 성공률 100%를 목표로 할 수 있게 됐다.
■홍초불닭■
지난해 최고의 맛 트렌드는 단연 ‘매운 맛’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운 맛으로 승승장구한 외식업은? 뭐니뭐니해도 닭이다. 수많은 불닭 브랜드들이 우수수 쏟아지면서 매운 맛 닭고기 시장이 활짝 열렸다.
매운 맛 닭고기 외식업의 대표주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홍초불닭’. 2003년 7월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에 나선 이래 지난해 말까지 130개점 넘게 오픈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상당한 성공을 거둔 홍초불닭은 그러나 이 분야 원조가 아니다. 시장을 처음 개척한 업체는 2001년 11월에 시작한 ‘화로닭발’. ‘화로닭발’이 닦아 놓은 시장을, 뒤늦게 뛰어든 ‘홍초불닭’이 평정한 셈이다.
경쟁사보다 2년 가까이 늦게 시작하고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타 브랜드와 한 입에 차별화된다는 홍초불닭만의 독특한 소스. 홍성표 사장이 수 백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냈다는 소스는 지금도 그 요리법이 철저하게 비 밀에 붙여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스 제작 공장은 회사 임원도 함부로 출 입할 수 없을 정도”라 전했다.
2002년 8월 홍 사장이 문을 연 신촌의 한 가게가 홍초불닭의 시작. 청양고추를 원료로 만들었다는 소스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이 들끓기 시작했다. 2003년 말 홍스푸드로 법인 전환하고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비용 이 3억원 안팎으로 다소 비싸지만, 홍초불닭 가맹점을 내고 싶어하는 예비 창 업자들 열기는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죽■
지난해 최고로 유행한 창업 아이템 중 하나가 죽카페 프랜차이즈다. 마치 카페 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인테리어의 죽전문점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달고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죽카페 시장을 장악한 업체는 원조인 ‘본죽’. 현재 가맹 점만 300개를 넘어서 시장의 절반 가량을 아우르고 있다.
이에 비하면 가맹점수 30여개로 본죽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현죽’은 규 모 면에서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죽이 각광받는 이유 는 점포당 수익률이 경쟁사들 중 최상위권이기 때문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 소 소장은 “죽카페가 인기를 끌면서 한 상권에 보통 2~3개씩은 들어가있는데, 해당 상권마다 현죽이 가장 높은 매출과 순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높은 점수를 받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죽의 30여개 점포가 올리는 월 순수익은 800만원선.
평균 창업 비용이 1억~1억5000만원대인 걸 감안하면, 투자비 대비 수익률이 상 당하다 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프랜차이즈 본 사에서 오더맨 생활을 해온 김천 사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이 밑받침된 때문이다 .
오더맨은 가맹점 개설 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 자신이 높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선 가맹점을 많이 개설할수록 유리하다. 때문에 입지가 안 좋은 곳 에도 무조건 개설을 유도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결과적으로 거액을 투자하고도 실패하는 가맹점주들이 대거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오더맨 생활을 하면서 이 같 은 구조에 염증을 느낀 김 사장은 현죽 사업 시작 후 가맹점 수에 연연하지 않 고 철저하게 ‘될만한 곳만 찾아 점포를 내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런 이 유로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프랜차이즈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고 이 같은 점이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규모와 상관없이 ‘위협적인 아류 ’ 이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외에…■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아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는 ‘더페이스샵’이 꼽 힌다. 미샤가 만들어낸 초저가화장품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더페이스샵은 ‘초 저가’ 대신 ‘자연주의’라는 컨셉으로 자신만의 시장을 형성해가며 올해 가 장 빛을 발하리라 예상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성장했다.
레드망고를 모방해 나온 ‘펄베리’는 아직 가맹점이 20여개에 불과한 시작 단 계임에도 업계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레드망고보다 저렴한 가격대, 커피를 함께 파는 전략 등이 먹히면서 고객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펄베리는 레드망고 를 대신할 가장 강력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
1000원짜리 토스트 체인점의 절대지존 이삭토스트를 열심히 뒤따라가고 있는 ‘석봉토스트’도 눈길을 끄는 업체. 지난해 초 체인사업을 시작해 벌써 가맹 점을 110개나 거느리게 된 석봉토스트는 ‘연봉 1억원 노점상’으로 유명해진 김석봉 사장 이름을 업고 놀라운 속도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