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은 영국의 에덤 스미스(Adam Smith)가 그의 저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언급한 유명한 비유로,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사사로운 영리활동이 종국에는 사회 전체의 공적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란 걸 의미한단다. 그가 말하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공익이 만나는 접점은 곧 수요(demand)와 공급(supply)이 만나는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mechanism)를 지칭한다고 하는데...
일단 그의 말을 수긍한다 치면 시장(market)이 인간 개개인의 사사로운 욕망을 적당히 다독여 가는 가운데 이윽고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말이렷다? 그러니까 오늘날의 가장 우수한 정치 체제는 자유민주주의요, 가장 뛰어난 경제 체제는 자유시장경제라는 모양인감....
어차피 경제 이야기는 동서와 고금의 서적을 뒤적여 보아도 정답은 없으니 이쯤에서 접어 둬야 할 것 같다. 오죽 했으면 역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모두 사기꾼이라 누군가 말했었다지 않은가. 2023년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넘은 또 어떤 유형의 사기꾼일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긴 하네.
며칠 전 포털 다음(Daum)에서 전자메일을 하나로 통합한다면서 한메일·다음·카카오 메일을 하나로 정리하라고 메신저가 떠서 그래야 되나 보다 하고 카카오로 지정했더니, 아뿔싸!~ 우리 고교 카페에 접속이 안 되는 게 아닌가. 그들이 말하길(They say), "늙어서도 글을 쓰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기억력 감퇴를 막는 데에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해서리, 가끔은 한 번씩 허접스런 글을 게재해 왔던 동문 카페에 접속할 수 없다니...
할 수 없이, 카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동기 L군에게 급히 SOS 문자를 띄웠다.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카페 접속이 안 되니 회원 가입을 승인해 달라고...금방 답신이 왔다. 외국에 체류 중이라 당장은 회원 가입의 건을 처리하기 곤란하다고 하면서... 근디 다음 날 임들의 글을 읽어 보려고 카페에 접속했더니 글을 쓸 수 있게 어느 새 회원으로 등록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L군이 국내에 있는 친구한테 '아! 귀찮아 죽긋네. 저 덜 떨어진 넘 언능 회원 가입시켜 줘라.'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였지만...
내가 고교를 졸업하고 지방에-말이 지방이지 사실은 시골 깡촌이 사실이었지만- 가서 40여 년간을 살면서 동기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면 언제나 동기 L군이 운영하는 동문 홈페이지를 찾곤 했다. 물론 홈페이지를 운영하려면 사이트 관리업체에 매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을 터이니 당연히 동문 회장단이 그 비용을 감당했었겠지만, 사이트 관리는 또 다른 문제일 수밖에 없을 터...
40여 년 전부터 내가 들어간 동문 홈페이지는 엄청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거기엔 기본적인 동기들 근황은 물론 재미있는 플레시(flash) 자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업로드되고 있었다. 그 대부분의 플레시 자료를 업로드한 동기가 L군이었다. 어떤 자료들을 업로드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료를 올리려면 국내 또는 외국의 수많은 사이트를 헤집고 다니는 인터넷 서핑(internet serfing)을 전제로 한다. 그런 엄청난 일을 그게 자신의 전업(專業)도 아니면서 한 동문이 L군이었다.
몇 년 전 수도권에 올라와서 재작년이었던가 동기회에서 한 번, 그리고 작년 겨울 청량리에서 행해진 '**인의 밤' 행사에서 또 한 번 L군을 만났다. 사실 학교 다닐 땐 난 맨날 숨어다녔으므로 거의 대부분의 동기들은 나를 알지 못했으니, 나 역시 L군을 몰랐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의 인상은 부드럽고 점잔은 데다 타인을 배려하는 인품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공자 촛대뼈 깔 온유한 인상을 가진 L군이 과거 오랜 기간 동안 동문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그 많고 많으면서 재미있었던 자료들을 업로드했다는 게 선뜻 믿어지진 않았지만, 사실이 그랬다는데 뭐이 사족(蛇足)을 달 수 있으랴? 동기 회장을 역임하지 않았으니 일견 L군이 우리 동기회에 끼친 대단한 공적이 누군가에게는 쉬이 수긍하긴 어려울진 모르겠지만, 일흔 넘은 노인들이 아직도 청춘인 양 활발하게 문턱이 꽤나 높은 카페를 넘나들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L군의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이란 게 나의 생각이다. 500명에 이르는 동기들 각각의 이해관계를 마치 떡 주므르듯 적절하게 아우르면서 오늘에 이르게 한 L군의 그간의 노고에 고개가 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