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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보랏빛 고운 한복 차림의 소고당 고단 여사 | ||
지난 22일 오전 산외중학교 교정에서는 소고당 여사의 가사문학에 대한 공적을 기리기 위한 '소고당 고단 여사 가사비 제막식'이 있었다.
이날 제막식에는 진춘섭 부시장, 유성엽 전 시장, 신국중 전북도교육위원회 의장, 허기채 교육장,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 이학수 도의원, 정창환 문화원장, 최현식 전 문화원장, 김규령 교육위원 등이 참석했다.
▲ 비석 제막식 모습 | ||
"소고당 고단 여사는 호남 가사문학계의 큰 별"
정읍에서 가사문학의 산실이라면 당연히 조선조 유학적 기풍이 도도한 태산선비문화권인 태인-칠보-옹동-산외-산내일 것이다.
그중 산외면소재지가 자리한 산외 평사리는 이곳에 거주했던 소고당 고단 여사 덕분에 이 시대 규방가사문학의 산실이란 영광을 얻게됐다. 소고당 여사는 불우헌 정극인이 효시가 된 가사문학의 현대적 전승자로 호남 가사문학의 큰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 모습을 드러낸 소고당 고단 여사 가사문학비 | ||
전주에서 산외 평사리로 이주, 고택 소고당은 규방가사문학의 배경
전남 장흥 출생으로 18세 때 전주의 김환재 옹과 혼인함으로써 강진 김씨 충민공 문중의 종부가 됐다. 소고당 여사는 전주에서 살다가 평사낙안의 명당 산외 평사리에 소고당이란 고택을 마련, 전주에서 산외로 이주해왔다.
이 산외 평사리의 고택 소고당이 고단 여사가 짓는 규방가사문학의 산실이다. 여사는 늦은 나이인 50대에 들어 가사문학의 창작에 열정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5세때 산외 평사리 고택을 단장하게 된 즐거움을 엮어 [소고당가]를 지은 것이 바로 첫 작품이었다.
소고당 가사작품집만 해도 3권
1977년에 조애영 여사와 정임순 여사와 함께 [삼인 규방가사집], 91년에 [소고당 가사집 상.하] 2권, 99년에 [소고당가사속집]등 총 4권의 가사집을 펴냈다.
소고당 여사가 가사문학에서 이룬 성과에 감명받은 여사의 고향 전남 장흥에서 먼저 2003년도 5월 장흥문화원이 나서 고향인 전남 장흥 평화동 입구에 여사의 가사비를 세웠다.
▲ 비석의 휘장을 걷기 위해 나온 내빈들 | ||
고향 전남 장흥에서는 이미 2003년도에 여사의 가사문학비 건립
하여 22일 산외 교정에서 제막식을 가진 가사비는 여사의 두번째 가사비에 해당한다,
소고당 여사는 2005년에 문화예술부문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소고당 여사 부처는 20여년이 넘도록 산외-산내-칠보의 중학교에 남모르게 장학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모처럼 대중 연설 마이크를 잡은 유성엽 전 시장 모습 | ||
'자랑스러운 전북인' 소고당 고단 여사
박효순 한남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산외별곡을 포함 60여편을 남긴 소고당 여사의 가사문학작품은 "전시대 여인들의 작품에서 흔히 보는 눈물과 한숨 등 애상이 없고 밝음과 안정이 충만하다."
또한 여사의 가사작품은 교훈 목적이 거의 없고 화소 폭이 넓고 다양하다는 점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가사문학의 소재가 인사, 향리, 자연, 문화, 시사, 여행 등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어 선택도 정밀하고 개성적이며 4.4조의 가사 음수율에서 탈피 자유롭게 운문인 가사의 산문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소고당의 작품, "전통의 정서로 현대를 호흡하여 가사에 생명력 가져왔다"
무엇보다 소고당 여사는 가사문학을 통해 전통의 바탕에서 현대를 소화하여 전통적 정서로 현대를 호흡함으로써 옛 문학장르인 가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규방가사문학을 통해 영롱하게 빛났던 소고당 고단 여사도 세월을 비껴서지는 못했다. 이날 제막식에 고단 여사는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고 기자의 질문에 단지 웃음으로 화답할 뿐이었다.
▲ 소고당 고단 여사의 가족들. 기념촬영 모습 | ||
다음은 소고당 고단 여사가 지은 가사, 산외별곡이다.
[산외별곡]
어느사이 아침인가 이슬같은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던 밤 가랑비가 눈이되어
백설강산 되었구나 솔가지불 때여볼까 한양손님 추울세라 무쇠화로 불담아서
오골보골 돤장찌개 조기구이 붕어조림 무우김치 구수하다 아침나절 언뜻가고
점심을 마련하니 봄철을 먼저알고 돋아오른 푸성귀는 겉절이도 좋거니와
쌈맛은 더욱좋아 입맛이 절로돋고 돼지머리 소담하게 새우젓에 곁들이고
홍어찜에 낙지회며 도토리묵 메밀묵과 마늘산적 안주삼아 모과주 과하주를
권커니 작커니 취홍이 도도하다 남창을 반개하니 뜰앞에 각색나무
가지마다 꽃송이라 은행나무 살펴볼제 눈꽃이 흐드러져 삼월동풍 만화절에
벚꽃이 만발한듯 원근산천 만수천림 흰옷으로 단장하고 펄펄내린 백설은
은가루를 뿌린듯이 삼라만상 절경이라 서울손님 손뼉치며 때맞추어 잘도왔다
덩실덩실 춤을추니 기쁘도다 오늘이여 반갑도다 오늘이여 무쇠화로 이리주오
쑥덕구워 조청찍어 손님대접 하고저라 겨울홍시 산외건시 식혜강정 산자엿을
벗님네야 많이들소 영산홍 자산홍이 활짝피어 나비올때 서울손님 다시오소
수수기장 구해다가 별미밥을 지어두고 햇쑥뜯어 절편찌고 진달래 화전이며
새참한 쑥부쟁이 머위뜯어 양념해서 새봄맛을 듬뿍차려 우리손님 대접하리
어화벗님 좋을시고 소고당에 손님왔네 인아족척 귀한손님 끊임없이 내왕하며
우리동기 대소지친 남녀노소 모여앉아 조상의얼 되새기며 만대유복 전코지고
이기쁨 이흥취로 산외별곡 지었거니 시댁고향 정읍산외 평사낙안 만만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