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당시 쓰러졌던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대우그룹 전 회장인 김우중 씨가 14일 새벽 귀국하면서 정치, 사회, 경제적 파장이 매우 크다.
초미의 관심사인 김회장의 구속여부와 형량문제는 대우해체의 총책임이 전적으로 '김우중'에게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대우해체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김 회장의 부실경영만이었느냐, 아니면 '정치적 이유'도 있었느냐의 문제가 뒤엉켜있는 것이 대우 워크아웃 결정이다. 김 전회장 귀국으로 '대우해체 책임론'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김영삼정권 말기였던 1997년 말 불어닥쳤던 IMF 외환위기로 외자유치가 완전히 막혀 모든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유동성위기로 '부도'를 맞고 쓰러져갔고, 당시 IMF 외환위기 극복을 공약으로 내건 김대중 정부는 우선 수백조원의 '공적자금'을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쏟아부으며 링겔주사식 '연명정책'을 폈다.
가장 대표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공적자금 특혜를 받았던 기업이 바로 '현대그룹'이었고, 현대는 공적자금 덕에 부도해체 위기를 겨우 넘겼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재계순위 5대그룹 중 유일하게 대우그룹만이 1999년 '워크아웃'(그룹퇴출) 판정을 받고 쓰러졌고, 그 결과 대우 김우중 전 회장은 41조원의 분식회계, 9조 2201억원의 불법대출 혐의 등으로 수배되었다.
특히 대우 퇴출저지를 위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도 검찰의 수배혐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 전직 및 현직 정관계 인사들이 초긴장 상태다.
대우 해체의 1차적 책임은 대우총수인 김우중 회장의 방만한 부실경영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 할 필요 없겠으나, '대우해체'에 대한 '정치적 배경' 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당시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7년전 1999년 당시 대우 워크아웃(해체) 결정을 내렸던 김대중정부 경제수장이었던 강봉균 전 재경부장관(현 열린우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이같은 '정치적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고 나섰다.
강 부의장은 '대우해체 결정에 어떠한 정치적 의혹이나 배경은 전혀 없었다'고 일축하며 "대우그룹 해체는 (DJ정부) 정책당국자들의 판단에 의해 초래된 결과라기 보다 그 책임은 김우중 회장의 방만한 부실경영으로 인한 시장의 불신을 초래한 김우중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우해체의 '김우중 책임론'을 강력히 제기하며 "우선 법률적으로 그 분은 분식회계, 사기대출, 해외재산 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진위규명은 일반여론의 몫이 될 수 없고 사법부에 맡겨야 한다"고 사법적 처리를 주장했다.
대우해체, 김대중 정부 정치적 희생양 삼지 않았다
"특정재벌 특혜 줄 수 없었다"
강 부의장은 '해체과정'에 대해 '국민의 정부가 김우중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닌가? 당시(DJ정부) 중요직책을 맡고 있던 사람들이 김 회장을 미워했기 때문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이러한 의문들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일축했다.
당시 우리나라 5대재벌 중 유독 대우그룹만 해체의 운명을 맞게 된 데에 대한 '정치적 요인'이 전혀 없었느냐는 의문에 대해 "IMF 위기 당시 5대재벌의 구조조정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자율적 추진을 원칙으로 하였다. 부채를 줄이는 노력, 과잉중복투자 정리노력 등은 정부의 간섭보다는 재계 스스로 해결토록 맡겨졌고, 김우중 회장은 바로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인물"이라고 이같은 '정치적 의도'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서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장관들과도 가장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간의 오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던 것이고, 재벌구조조정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해서 재벌들 간에 차별적 조치를 하는 지의 여부도 김우중 회장이 제일 잘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부의장은 "왜 대우그룹을 존속시키면서 채무조정을 해주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그것은 부실기업에 대한 채무조정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며 '대우 총수 김우중 전 회장의 책임'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IMF 경제위기는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재벌기업들이 무리한 차입재원으로 방만한 투자사업을 확대하여 부실경영을 초래하였는데 그 배경에는 관치금융이 있었다"며 "따라서 IMF위기극복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치유하는 것이었고, 부실대기업을 정부가 선별적으로 구제하는 것은 바로 관치금융의 부활을 의미하였기 때문에 당시 정부로서는 (채무조정은)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부실기업이 부도를 내고 파산하게 하느냐 아니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주를 퇴진시키고 채무구조를 재조정(소위 워크아웃) 해서 채권금융단의 관리체제로 가느냐의 길 뿐이었다"며 "당시 김우중 회장은 대우그룹이 점차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들자 정부가 나서서 유동성위기를 극복해 주기를 바랐지만 정책당국자들은 이 요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며 정부가 김 회장의 대우퇴출저지 요구를 거절한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첫째로 만약 정부가 금융기관장들을 소집해서 대우그룹에 정책금융을 지시했다면 국제금융사회에서는 한국정부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치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국제적 금융지원을 중단했을 것이고, 둘째로 만약 당시 정부가 (특정재벌에 정책적 지원에 대한) 국제적 경고를 무시하고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대우지원을 지시했더라도 금융기관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을 정리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를 밝히며 "결국 대우그룹의 해체는 정책당국자들의 판단에서 초래된 결과라기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김우중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지적하며 김 전 회장의 평가에 대한 공과의 두가지 사회적 흐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나는 대우그룹 경영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평가로 남다른 기업가 정신과 근면한 경영노력을 중시하는 흐름이다"며 "그러나 그런 평가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김우중 회장의 경영독주를 시스템으로 견제하지 못하고 법률적으로 주어진 CEO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점이 없었는지 자문해 볼 여지는 있다"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위기상황 판단과 위기극복 전략이 현명하지 못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시각"이라며 "그 피해는 우선 대우그룹에서 열심히 근무해 온 선량한 종사자들에게 직장을 잃게 하였고 임원진들에게는 법률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지게 만들었으며, 또한 주주들에게는 물론 대우채권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에게 재산상의 손실을 끼치게 된 것"이라고 외환위기 당시 '김우중 영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서 강봉균 부의장은 "대우그룹의 부실책임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의 판단도 내려진 상황"이라며 "남은 것은 김우중 회장과 관련된 사항들의 진위를 가려내는 일이다. 그것은 여론으로 재판할 일은 아닐 것이다. 본인 스스로의 진실고백과 사법당국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