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 새벽 4시 반, 꿈에서 깨어났다. 자꾸 반복해서 한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이 화면에 나온다. 이상한 꿈. 이상한 생. 모든 게 우연과 만남으로 얽혀 있다. 우리의 영혼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자유롭지는 못하다.
11월 10일 : 구토가 나는 생. 진부하고, 좁고, 수다스럽고, 귀찮고, 권태롭다. 모든 것이. 그리고 내 직업이 혐오스럽다. 정화랑 같이 희원 언니 집에 갔었다. 2시 반부터 8시 10분까지. 지독히도 오래 있었다. 비가 온다. Schule der diktatoren ― 겨우 삼경을 끝냈다. 아직 육경이 남아 있다. 숙제투성이다. 언제나...... 첫째, Schule der Diktatoren 둘째, Boll-Horspiele(뵐의 방송국) 셋째, 객관식 문제로 1백 개 넷째, 잡문 두 개 T는 7일에 3년 학생과 같이 해인사로 수학 여행 떠났다. 오늘 올 예정인데 안 온 것을 보니 칠곡에 간 모양이다.
밤안개
밤안개가 가득히 흐르는 밤거리
밤이 새도록 가득히 무심한 밤안개
님 생각에 그림자 찾아 헤매는 마음
밤이 새도록 가득히
하염 없이 간다.
님 생각에 그림자 찾아
헤매는 마음
밤이 새도록 하염 없이
나는 간다.
검은 상처의 블루스
그대 나를 버리고
어느 님의
품에 갔나.
가슴의 상처
잊을 길 없네.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
정열의 장미빛
사랑도
검은 상처의 아픔도
내 맘 속 깊이
슬픈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여 우네.
사라진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자.
정열의 장미빛 사랑도
검은 상처의 아픔도
내 맘 속 깊이
슬픔 남겨 논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여 우네.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여 우네.
6월 22일 (토, 수유리) : 비가 몹시 온 하루다. 강우량이 168미리미터인 모양. 예의 축대와 집이 무너지는 소동, 압사한 어린 애, 집을 잃은 사람들의 비극이 또 등장했다. 보리도 7할이 감수라고 떠들고 적미병(?) 때문에 쌀도 없고, 사탕가루, 밀가루 다 없다고 한다. 그러고도 선거만 하겠다고 벼르고들 있다. 권태롭기만 하다.
7월 22일 (월) : 꿈 ―. 유선생과 또 그 선생의 연극 단체와 같이 비행기로 여행했다. 호화스러운 연극 학교, 유 선생의 자가용 비행기(Privat-flugzeug)...... 꿈의 꿈이랄까, 깨고 싶지 않아서 인공적으로 자꾸 꿈을 연상시켰다. 하루 종일 바람과 비가 심했다. 이유 모를 동경에 하루 종일 내 영혼이 뒤흔들렸었다. 지치도록 후덥지근한 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