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포츠조선 이상주 부장의 저서 '이 경기장에선 내가 최고다' 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원래 이승엽 선수에 관한 본문의 내용은 더 있지만 여기에서는 후반부를 약간 생략했기 때문에
게시물의 제목도 바꾸게 된 점에 대해서 이부장님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게시물의 내용만으로도 이야기 한 토막은 되는데,
이 글에 이어지는 본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언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나는 언론 친화적이다. 언론을 멀리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인터뷰가 많아진다. 고마운 일이지만 피곤할 때에는 짜증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팬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대산하여 질문해 온다고 생각하면 피곤함이 가신다. 언론을 대하는 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한다. 오늘의 나는 언론의 힘을 얻은 바 크다. 둘째,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 정확하고 바른 보도를 위해 사실만을 말한다. 셋째, 말씨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어'다르고 '아'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민감한 부분에는 특히 신경을 쓴다.
|
▲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
▲ 고려사경을 재현한 김경호씨(44) |
| |
하나 둘 셋
하아얀 야구공이 어느덧 쉰 여섯
아시아 홈런 신기록입니다.
작은 실개천이 강을 이루고
큰 바다로 흐르듯 대역사는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였습니다.
백구의 향연 속에 한민족은
넉넉한 미소를 지었고 아시안은 희망을 보았습니다.
격정의 다이아몬드는 이제 새롭게 시작합니다.
쪽빛 하늘 닮은 대기록의 영예를 가슴에 품은 채
아시아을 넘는 세계신기록을 푸르른 그리움으로 기다립니다.
이상은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 작성을 기리는 글이다.
2003년 시즌 후 한국야구위원회는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에게 공로패를 주었다.
그리고 글을 필자에게, 글씨는 고려사경을 500년 만에 재현한 외솔 김경호에게 부탁했다.
사경은 금을 정제한 뒤 붓으로 쓰는 예술이다.
필자는 김경호와 몇 차례 만나 문화재급 공로패를 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두 달여의 수작업 끝에 1000년 동안 변하지 않을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위 글은 실리지 않았다.
양을 절반 정도로 줄여 다시 썼다.
공로패에 담을 수 있는 길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위원회가 이례적으로 2천만원 상당의 공로패를 특별 제작할 정도로 이승엽의 홈런 신기록은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여려운 여건에서 달성한 신기록은 축하를 받기에 충분했다.
스타와 스트레스는 불가분의 관계다.
스타는 정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과 주위의 지나친 관심 탓에 항상 피곤하다.
또 우월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더러는 가학이나 자학 증세를 보이는 사례도 있다.
이혼을 비롯한 사생활 문제도 일반인에 비해 훨씬 복잡한 편이다.
이런 점에서 이승엽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실력과 함께 인간미까지 돋보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 달성 직전이나, 이후 미국이나 일본 진출 문제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목표를 말할 때에도 과대 포장을 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자선 활동도 많이 하고 인사성도 밝다.
다른 팀의 선수나 코칭 스태프에게 좋아하는 선수를 꼽으라 하면 그의 이름은 언제나처럼 함께 한다.
국내에서 활동할 때 사구를 심하게 맞지 않은 것도 원만한 인간 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필자가 그를 다시 만난 것은 2000년이었다.
필자는 그가 삼성에 입단한 직후인 1996년부터 축구 등 다른 종목을 담당하다 그 해에 다시 야구 취재에 나섰다.
대구 구장에서 다시 만난 그는 겸손함이 넘쳤다.
대한민국 톱스타가 되었음에도 예의로 똘똘 뭉쳐있었다.
필자는 한 쪽에서 토스 배팅 중인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이승엽 선수, 반가워요. 스포츠조선 이상주 차장입니다.'
그러자 그는 "네. 안녕하세요. 저는 96년도에 차장님을 뵈었어요. 김기태 선배님과 친하시잖아요."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사실 필자는 '96년도에 몇 차례 그를 만났다.
그러나 당시에는 고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어서 지나치면서 한두 마디 건넨 것이 전부였다.
이런 경우 상대를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승엽은 그때를 기억하고 인사를 했던 것이다.
이런 예는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이승엽은 자신을 취재한 수십, 수백 명의 기자를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먼저 인사를 한다.
그런 그의 모습은 일본에서도 변함이 없다.
아무리 피곤해도 팬들이 원하면 사인을 잊지 않고, 먼저 인사를 하는 성숙한 매너에 일본 언론들은 충격을 받곤 한다.
그들이 보던 스타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2004년 봄 가고시마 캠프 때의 일이다.
일본 언론에게 한국의 국민타자로 아시아 홈런킹인 이승엽은 특별한 취재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서너 건의 인터뷰가 쇄도했다.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이승엽은 피곤한 내색 없이 3주 정도 꾸준히 인터뷰에 응했다.
이때 취재를 한 나카타(요미우리 코치)나 아키야마(스프트맹크 2군 감독) 등은 그에게서 받은 좋은 이미지를 그대로 일본 팬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2005년 포스트 시즌 때 이승엽은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미에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승짱(이승엽의 애칭)은 야구를 잘 하고 인간성도 좋으니 일본에 계속 남아 감독까지 하세요. 지금처럼 민간 사절로 좋은 역할을 하면 대사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인사말이었지만 여기에는 이승엽에 대한 일본 언론의 시각이 녹아있다.
일본 기자들은 대개는 선수나 감독 등을 어려워한다.
대개 이들이 약간 고압(?)적인 자세로 인터뷰에 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의 L.A 다저스 팀에는 박찬호와 함께 일본인 선수 노모도 뛰고 있었는데, 이때 일본 기자들은 노모의 코멘트를 한국 기자들에게 부탁하곤 했던 것이다.
그만큼 스타 취재를 버거워하는 게 일본 언론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승엽은 일본 기자들에게 환한 미소를 던지고, 눈맞춤까지 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니 일본 기자들이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인의 눈에 비친 이승엽은 소박하다.
지바 롯데를 담당한 일본의 데일리 스포츠 후쿠오카 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깜짝 놀랐어요. 엄청난 돈을 버는 승짱이 천 엔짜리 이발을 하는 것을 보았어요.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대개 만 엔짜리 이발을 하는 것에 견주어볼 때 대스타가 아주 소박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의사 소통 문제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기사가 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닛칸 스포츠의 보도다.
이 신문은 이승엽이 고기 덮밥인 규동의 마니아라고 한 판을 할애해 보도한 적이 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이승엽은 오키나와 특산물인 흑돼지 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사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후 구단이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생활했는데, 일본 생활이 처음인 그에게는 매번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소 앞의 규동 집을 발견하고는 습관적으로 찾게 된 것이 마니아로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승엽이 냉정하게 거절하는 것도 있다.
바로 홈쇼핑 출연이다.
스타인 그에게는 출연이나 인터뷰, 또는 기사 내용에 대한 제의가 끊이지 않는다.
그 중에는 많은 돈을 내건 경우도 있고, 인간관계를 빌미로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국민 타자'의 이미지를 흐릴 가능성 때문에 정중하게 사양을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홈쇼핑 방송에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마음 착한 이승엽이 거절하지 못하면 한국 내 에이전트인 김동준씨가 악역을 담당한다.
한번은 그가 흔들린 적도 있었다.
잘 아는 선배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 선배는 이승엽에게 한국 전통의 천연 한방 입욕제인 '향림수'에 관한 코멘트를 요청했다.
이 제품은 이승엽이 지바 롯데에 입단할 때 몇 차례 사용을 해 효능을 알고있었다.
또 식품의약청으로부터 의약 외품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알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이를 들은 김동준씨가 황급히 나서 없었던 일로 만들었다.
그 선배도 '국민 타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해를 했다.
이승엽이 지금까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타자' 이미지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자기 관리 덕분이다.
- 이하 생략 -
이 글이 실린 책 '이 경기장에선 내가 최고다'는 한국프로야구협회의 후원으로
프로야구 관람권 2매 교환권(4/11~7/16일 관람 가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구입하면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서점에서 그냥 사도 9,800원이니 괜찮은 것 같아 소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