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홍색 치마→짧은 원피스→주름 없는 스커트→스카프→투피스→청자색 블라우스
[조선일보 주간조선 기자]
청자색 재킷과 은은하게 광택이 도는 블라우스.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흰색 스커트와 바지. 대한항공이 지난 3월 24일 인천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새 유니폼을 발표했다. 1991년 이후 14년 만에 교체되는 이번 유니폼은 이탈리아의 세계적 디자이너인 지안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한 것. 새 유니폼 발표회가 끝난 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발견되는 한국적인 악센트를 찾기 위해 외국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면서 세계적인 패션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되는 것이 항공기 승무원의 유니폼. 영화 ‘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여객기 기장으로 신분을 위장한 남자 주인공과 여승무원이 보여준 멋진 유니폼은 다른 사람의 선망의 대상으로 그려졌다.
대한항공 유니폼이 바뀐 것은 1969년 이후 이번이 11번째로, 유니폼의 변천사에는 한국 민항의 발전상은 물론 당시의 패션 감각과 시대상이 담겨 있다.
1기 디자인은 강렬한 다홍색 치마와 모자가 파격적이다. 당시 칼라가 없는 블라우스가 유행인 점을 감안해 감색과 다홍색 선을 목선에 둘렀다. 2기 디자인은 1970년대 가수
윤복희가 선보인 미니스커트 열풍을 반영하여 밝은 감색의 짧은 원피스를 선보였다. 원피스는 길이가 짧지만 활동성을 강조했다. 3기 디자인에서는 검정에 가까운 진한 감색을 사용했고 주름 없는 A라인 스커트로 길이가 다시 조금 길어졌다.
이어 4기 디자인은 선명한 하늘색에 곡선을 가미해 여성적이면서 단정한 느낌을 준다. 또 스카프가 처음 도입되어 단조로울 수 있는 유니폼에 포인트를 줬다. 이때부터 스카프가 여승무원의 심벌로 자리잡았다. 5·6기에는 단정한 색감의 재킷과 베이직한 라인의 맞주름 스커트를 도입해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보수적인 정장 스타일을 유지했다. 대한항공 로고가 들어간 스카프로 패션을 마무리 했다. 7기 디자인에는 단정하기만 하던 블라우스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감색과 빨강색으로 물결 무늬를 만든 블라우스는 대한항공 유니폼의 ‘획기적 변화’로 평가됐다.
유니폼에 태극 로고 활용도
8기 디자인이 적용될 무렵 대한항공은 태극무늬를 이용한 로고와 하늘색 항공기 동체 색깔을 도입했다. 이에 맞춰 태극 로고를 유니폼에도 활용했으며 붉은색 헹거칩으로 밋밋한 재킷에 포인트를 줬다. 9기 유니폼은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과 여행자유화 조치 등으로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던 때에 선보였다. 처음으로 외국인(미국의 조이스 딕슨)이 디자인했다. 연미복 형태의 빨간 재킷과 줄무늬 원피스를 도입했으며 스카프는 매지 않았다. 단청무늬 벨트로 우리나라 전통 이미지를 유니폼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착용하고 있는 10기 유니폼은 대한항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자인. 금색 버튼이 두 줄로 들어간 감색 투피스에 대한항공 태극무늬가 새겨진 커다란 리본이 착용됐다. 14년 넘게 착용한 최장수 유니폼이다.
올 10월부터 착용할 이번의 11번째 유니폼은 스커트와 함께 바지 정장이 최초로 도입됐으며, 종전 원색의 빨강과 감색 위주의 유니폼과는 달리 청자색과 베이지색을 기본 색상으로 채택해 우아하면서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도록 했다. 특히 블라우스 색상과 맞춘 헤어핀은 비녀를 연상시켜 한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단색의 짧은 스카프가 세련미를 더했다. 2004년 대한항공 스마일퀸에 뽑힌 여승무원 정순이(23)씨는 “기내 분위기를 이전보다 밝고 화사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몸에 밀착되는 디자인이라 승무원들이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