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의 교향곡 2번은 그의 교향곡 중에 가장 인기가 없는 걸로 알려져있다. CD속지들에 보면 2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고 있다. 먼저 브루크너가 이 작품과 3번 교향곡을 들고 바이로이트에 찾아가 바그너에게 헌정하려 했을 때 바그너가 3번을 선택했기에 브루크너에게도 외면을 받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이 작품에 쉼표와 함께 장면전환이 많고 각 악장의 성격이 너무 큰 대비를 이루다보니 아무래도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지휘자들의 외면이 조금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연주회에서 잘 연주가 되지 않을 뿐더러 음반으로도 거의 나와있지 않으니 이 작품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모르게 되지는 않는지.
작곡가는 이 작품이 오토 데소프의 지휘와 빈필의 연주로 초연되기를 원했지만 데소프는 몇몇 현악 파트의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여 초연을 거부했다고 하고 1년 뒤 헤르벡의 도움으로 수정 후에 초연했다고 한다. 이 연주회는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하고 브루크너는 교향곡 2번과 함께 바하의 토카타와 자작 즉흥곡을 오르간으로 연주했다고 하는데 브루크너의 작품을 폄하해오던 한슬릭도 그의 오르간 연주에는 감탄했다고 전해진다. 4~5년뒤 브루크너는 이 작품을 다시 수정하고 브루크너의 악보를 주로 정리한 하스와 노바크가 그 버전을 바탕으로 악보를 출판하여 대부분의 녹음과 연주는 1877년 판을 채택하고 있다.
1악장은 약간 애절한 1주제로 시작한다. 하지만 1주제는 브루크너 특유의 2+3 리듬의 트럼펫 지속음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악명높은? 쉼표에 이어 서정적이고 한편으론 율동적인 제2주제가 현을 타고 나온다. 3주제는 저음 현이 브루크너 특유의 반복형태의 리듬을 그어주면서 나온다. 그 후에는 세개의 주제가 서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전개된다. 작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악장이 아름답긴 하지만 뭔가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지 않는 점도 이 작품이 인기 작품의 대열에 끼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악기를 절묘하게 바꿔가며 선율선을 형성하는 대목이나 1주제 뒤에 3주제가 슬쩍 숨어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주제를 엮어가는 부분은 충분히 흥미를 유발시킨다.
2악장은 멜로디 자체도 아름답고 뜸들이지 않고 바로 그 멜로디를 내 놓아서 처음듣는 사람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곡이 진행되면서 약간 지루해질수도 있지만 곧 아름다운 부선율에 주목하게 된다. 악장 후반에 혼솔로나 클라니넷 솔로, 플륫솔로, 바이올린 솔로 등이 나오고 조용하게 끝을 맺는 데 그 부분을 개작때마다 고쳐서 판본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솔로 직전에 f단조 미사의 베네딕투스에서 Que venit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용했다고 알려져있다. 배경이 깔린 도입부 재현과 솔로 사이에 음표 4개인 것 같은 데 알아보기 힘들다. 몇몇 해설들은 이 구절의 인용을 교향곡 2번을 작곡하던 시기가 브루크너에게는 시련의 시기(교향곡 1번의 실패, 누이와 스승의 죽음등으로)였고 그 시련을 극복하고 창작력을 다시 되찾게 해준 신에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대체로 브루크너의 스케르초 악장은 다른 악장에 비해 덜 난해한 편인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2악장과 마찬가지로 스케르초도 별다른 도입부없이 바로 스케르초로 진입한다. 트리오는 이전 작품에서 서정적인 멜로디로 스케르초와 대비를 이루었다면 교향곡2번의 스케르초는 서정적이긴 하지만 교향곡 4번의 트리오처럼 율동적이다. 팀파니가 리듬을 치면서 이끌어서 코다로 향하는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다.
약간의 긴장을 주는 듯 4악장이 시작되어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폭발시킨후 서정적인 2주제로 이어진다. 다시 1주제와 2주제를 반복하고 축제적인 3주제를 보여준다. 그 뒤에는 f단조 미사의 키리에 주제에서 따온 하향음을 연주한다. 2+3 리듬의 금관의 지속음이 다시 나오고 주제를 변형해가며 전개를 해나가다 피치카토를 바탕으로 다시 키리에 주제를 인용하고 그 주제의 전위형으로 상승하고 키리에 주제로 하강한 후 1악장의 도입부를 회상하고 점점 상승하여 브루크너답게 화려한 팡파르로 끝을 맺는다.
이곡의 음반은 많지 않고 요훔과 아이히혼의 연주가 거의 결정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판본을 연주하여 2CD로 나왔다고 말로만 들은 아이히혼의 연주를 아직 못들어 봤는 데 혹시 브릴리언트에서 전집으로 나온다면 정말 좋은 소식이 될 것 같다. 솔티의 연주가 낱장으로는 폐반된 것도 아쉬운 데 시카고의 금관을 앞세워 3, 4악장이 매우 화려하다는 평을 읽은 적이 있다. CD로 출반된 빈필을 기용한 녹음이 없는 것도 아쉬운 데 아직 이 곡을 녹음한 적은 없지만 빈필과 브루크너 녹음을 하고 있는 아바도, 하이팅크, 아르농쿠르 중에 누군가가 빈필과 이 작품을 다루어주길 기대해본다.
틴트너/아일랜드/NAXOS (1872,캐러간)
아이히혼과 함께 초고를 채택한 녹음이다. 가장 큰 특징은 스케르초와 안단테 악장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틴트너는 교향곡 2번의 경우 1악장이 비교적 서정적인 편이라 스케르초를 다음 악장으로 두어야 제대로 대비가 되어 초고를 채택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외에 악구에도 차이가 있는 데 자세한 차이는 스코어를 비교해 보아야 할 것이고 그냥 듣기에 스케르초악장의 트리오가 좀 길어지고 반복을 많이 하는 것 같고 4악장 후반부가 많이 달라져있다. 레코드포럼에 이명재씨 글에는 피날레의 조성에 문제가 있다고 써 있는 데 잘은 이해가 가지않는다. 그러나 4악장 후반부를 듣고 있으면 물론 재미있는 구석도 있지만 특히 1악장 1주제 인용 직전까지 '왜 안 끝내고 뜸을 들이나'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코다도 달라져 있어서 금관이 팡파르로 이끌지 않고 트럼펫이 2+3리듬의 지속음만 연주하면서 저음현이 멜로디를 맡고 있다. 연주로 돌아오면 1악장은 요훔과 함께 바로크적인 느낌을 주는 데 가끔 뭉친 소리가 나는 게 좀 아쉽고 3악장(이후 판본의 2악장)은 아르페지오를 강조해서 주선율을 좀 희생하긴 했지만 노을이 물들어 가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 것이 인상 깊었다. 2악장에 놓인 스케르초와 4악장은 그에비해 좀 아쉬운데 현이 좀 유약하고 앞세운 금관이 어딘지 좀 거칠고 피곤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다. 1악장 코다를 수수하게 마무리한 부분이나 4악장의 코다에서 트럼펫 지속음을 유난히 강조한 특이한 해석도 발견할 수 있다.
샤이/콘서트헤보/데카 (1877,하스)
하스판을 채택하고 있는 데 악장별 악상기호가 다른 게 눈에 띈다. 샤이 특유의 음량배분과 서정적인 표현이 인상적이고 악단의 소리도 좋다. 1악장에서 악기가 번갈아가면서 선율선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음량배분이 절묘해서 한 악기로 연주하는 것 같고 관악기가 주선율을 맡다가 부선율이었던 현악기가 주선율로 이어지는 부분등은 정말 절묘하게 이어진다. 숨을 죽이고 한음한음 그려내는 듯한 2악장도 훌륭하고 솔로 악기들의 연주가 좋아서 더욱 풍성하게 들린다. 스케르초 악장은 조금 유약하고 리듬도 탄력없게 들어간 것 같은 데 작품의 통일성을 깨지 않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4악장의 도입부가 이상하게 느린 것 같은 데 미묘하게 1악장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 후반부에 4악장 도입부주제가 1악장 도입부주제를 회상하는 부분으로 놀랄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걸 보면 샤이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쥴리니/빈심포니/테스타먼트(1877,노박)
쥴리니의 브루크너는 분명 압도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중후하고 거대하다는 느낌을 주는 데 후기 교향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으로 평가받게 하지만 교향곡 2번에서는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CD속지에 보면 쥴리니가 랜틀러가 넘치는 이탈리아 북부 출신이고 카톨릭 신자이며 비올라 주자였다는 점을 들어 그의 브루크너가 각별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데 물론 사실이겠지만 어딘지 좀 진부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요훔의 브루크너 CD속지에서도 비슷한 구절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비올라 주자 출신답게 내성부를 강조해서 누구보다 중후한 느낌을 자아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CD속지의 오스본의 말이나 다른 리뷰어들의 말처럼 쥴리니의 연주는 자연스럽다. 인템포를 유지하면서도 경직되어 있다거나 긴장감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느낌을 주지않고 장면전환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는 건 놀라웠다. 예를들어 1악장의 3주제의 뒷부분에서 다른 음반처럼 가속시키거나 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2악장은 긴 호흡을 바탕으로 서정적이고 3악장도 강렬하다. 4악장까지 듣고 나면 특유의 중후함으로 전체적인 윤곽을 잡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1악장에서 왜 투명함이나 탄력에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인템포로 진행했는 지를 어느정도는 이해하게 된다.
요훔/드레스덴/EMI(1877,노박)
요훔의 연주는 '브루크너의 바이블'로 불릴만큼 권위가 있다. 브루크너 협회장을 지냈고 2개의 전집을 포함 수많은 브루크너 음반을 남기고 있다. 묘하게도 요훔의 브루크너 2번 CD속지에도 쥴리니와 비슷한 논리로 요훔의 브루크너가 각별하다고 말하고 있다. 요훔은 숲이 많은 슈바벤지역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가까운 바이에른 지역에서 공부를 했고 카톨릭 신자이며 오르간주자였다는 것이다. 최근에 좋은 연주들이 발달된 녹음기술을 바탕으로 속속 나오면서 그의 연주의 독보적인 권위가 흔들리는 것도 같지만 여전히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교향곡 1번이나 2번의 경우에는 여전히 요훔의 벽은 높은 것 같다. 1악장이 시작되면 브루크너의 안개라고 하는 현의 지속음이 강조되어있고 꽤 오랫동안 사그러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의 선율들을 딱딱 끊어서 바로크적인 느낌을 주고 있고 악명높은 EMI의 녹음에도 불구하고 부선율들이 잘 살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주제를 들어보아도 주선율에 묻히기 쉬운 바이올린의 부선율이나 혼의 에코등이 잘 드러나 있고 투티에서도 뭉개지는 일이 없이 모든 선율들이 잘 드러나게 연주하고 있다. 가속을 시켜가며 마무리 짓는 코다도 인상적이다. 2악장은 물이 흘러가는 것 같은 리듬감이 인상적이고 비교적 빠른 템포임에도 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3악장의 트리오도 매우 율동적이다. 4악장은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 금관을 앞세워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샤이의 연주보다는 무려 15분이나 연주시간이 짧고 빠르기로 유명한 솔티의 연주보다도 3분정도 짧은 데도 서두른다는 인상이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물론 요훔이 브루크너의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댓글Romantiker님 Bruckner No.3에 대한 해설은 안 올리시나요?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요즘 바쁘신 모양이죠?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올려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3번을 매우 좋아하는데, 만족할만한 해설이 CD에 딸린 것 말고는 없어서..... 사정이 허락된다면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Romantiker님 Bruckner No.3에 대한 해설은 안 올리시나요?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요즘 바쁘신 모양이죠?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올려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3번을 매우 좋아하는데, 만족할만한 해설이 CD에 딸린 것 말고는 없어서..... 사정이 허락된다면 부탁드립니다.
6월 5일이 논문 심사라 음악을 잘 못듣고 있답니다. 그 후에 계속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3번은 이제 글을 써야겠다 하는 순간까지 거의 갔었는데요^^ 2고로 연주된 맘에 드는 연주를 아직 못 찾았답니다. 유명한 하이팅크를 갖고 있기는 한데 어딘지 좀 아쉬워서요. 시노폴리를 구하고 싶은데 폐반되어서 도통 보이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