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쨉니다. 끼니마다 씀바귀 먹고 있어요.
오늘은 도시락으로 상추와 씀바귀, 쌈장 싸들고
와서 젊은 친구들이랑 함께 먹었습니다.
나만큼은 안 좋아해도 쌈 싸먹는 거 즐거워하니
나도 즐겁습니다.
씀바귀...
진선이 엄마가 들에 나가 이틀 동안 캤다는데요,
운좋은 혜주가 때마침 진선네 갔다가 얻어왔지요.
씀바귀 쌈.. 처음인 거 같아요.
씀바귀 씀바귀.. 책에서만 보고 듣고 했지..
이름 그대로 쓴맛이 나는데,
그 맛에 먹는 거 아니겠어요?
진선이네 엄마가 만들어 놓은
장(젓갈 약간 넣어 만든)까지
몽땅 쓸어왔습니다.
진선이네 갈 때마다 진선이 엄마,
뭐 챙겨줄 거 없을까 찾아보고 다 꺼내놓습니다.
오히려 내가 진선이 눈치볼 정도로요..
엊그저께도 씀바귀에 여린 쑥(이것도 물론 엄마가
쪼그리고 앉아 하루종일 캔 거겠지요), 햇된장,
그리고 빨랫비누까지 꽁꽁 싸주셨습니다.
비누는 가게에서 쓰고난 식용유 가져와
엄마가 직접 만드는데요,
염산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기도 하고,
도시에서는 옥상 같은 바깥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봄엔가 여름, 딱 한번 어머니 도와 만든 적
있는데요(그것도 어머니 혼자 다하셨지요 뭐..),
그러고선 맨날 얻어다쓰기만 하지요..
진선이 엄마, 얼마나 알뜰하고 지혜로우신지..
이번에 보니, 딸내미가 얻어다놓기만 하고 던져둔
달마도와 경 써놓은 것, 보다못해 손수 표구까지
해놓으셨데요? 헌 달력 이용해서 멋지게...
갈 때마다, 뵐 때마다 감탄합니다..
절로 고개 끄덕거려집니다.
지혜롭고 살뜰한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
보고 배우고 싶어요..
우리 엄마, 할머니 안 계시지만
친구 어머니 건재하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진선이 엄마, 혜정이 엄마, 이모님...
곁에서 보고 많이 배워야지요..
* 어머니, 씀바귀 정말 잘 먹었습니다.
며칠 동안 아주 즐거운 밥상이었어요..
(진선아, 꼭 전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