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의 산
태백 삿갓봉(1,185m)
삿갓봉 넘고 삿갓봉 넘어
태백의 산하면 태백산이다. 산행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그곳으로 몰리다보니 덕분에 태백 근교의 산들이 때를 타지 않게 되었다.
태백시계의 서쪽에 위치한 삿갓봉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 살던 화ㅣ전민들은 산이름을 아주 쉽게 지어 불렀다. 산정수리가 지붕처럼
생겼거나 불끈 솟았으면 삿갓, 갈모, 갈미, 수리, 메 등으로 불렀으며, 이 부근의 산아름들이 그렇다.
태백시와 삼척시 경게에 솟아있는 삿갓봉과 태백시 삼수동, 원동, 평밭골, 다래골, 평지골 북쪽에 있는 삿갓봉(1,177m)을 잇는 산행을 한다.
이 두 삿갓봉은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산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현지에선 삿갓봉이라 부른다. 태백과 삼척 산악인들도
시경계 종주를 위해서나 한번쯤 찾는 산으로 등산인이 드문 두메의 산이다.
412번 지방도가 지나는 원동 '배재'를 산행들머리로 정했다. 고려의 마지막 공양왕이 삼척 마은 중촌에 유배되어 있을 당시 이 고개 아래
흩어져 살던 고려 유민들이 매일 여기에 모여 삼척궁터를 향해 절을 하였다 하여 생긴 지명이다. 해발 1023m의 배재 말랑(마루의 강원도 방언)
에는 '삼척시 하장면, 태백시 삼수동' 경계판이 있다.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이영숙, 임미화, 유혜정 회원과 배재의 낙석방지용 푸른색 그물이 끝나는 도로 절개지로 올라, 동쪽으로 뻗은
시계능선을 따라 숲으로 든다.
초장부터 대나무처럼 촘촘히 자란 신갈나무들의 틈새를 비집고 싸리나무들이 들어차 있어 흡사 싸리나무 울타리를 엮어놓은 듯하다.
그 사이로 허리를 굽혀 멧토끼나 다녔음직한 가르마 같은 길을 요리조리 비집고 오른다.
영하의 날씨에 손은 시려오고 볼따구니가 얼얼해도 고도를 높이느라 등줄기가 후끈거려 방풍재킷을 벗는다. 색 바랜 태백시청산악회 표지기도
가끔씩 보이고 겨울잠에 든 더덕 줄기도 눈에 띈다. 고도를 높여 아름드리 신갈나무 군락을 지나 나무들을 베어놓은 사이를 빠져 나가자 줄딸기,
산딸기나무, 수리취, 쑥 등이 뒤엉켜 발을 들여놓기 힘든 곳이 삼각점(임계467, 2005 재설)이 있는 첫번째 삿갓봉(1184.9m) 정상이다.
배재에서 30분쯤 걸렸다.
조망은 북쪽으로 계속 산행을 이어갈 시경계 능선과 연작골, 평밭골, 건너편에 오늘 만나 볼 1177m의 삿갓봉, 그리고 동쪽으로는 앞산(1221.2m)과
가덕산(1078.2m) 뒤로 덕항산을 기고 흐르는 백두대간이 바다에 떠있는 듯하다. 남쪽은 대덕산 어깨 너머로 백두대간상의 매봉산,
금대봉이 얼굴을 살짝 내밀었고, 서쪽은 신갈나무들 사이로 민둥산과 지억산이 나래를 펼쳤다.
하산은 북쪽 마루금을 찾아 10분쯤 내려가자 널푸레한 능선에 노란 페인트와 흰 비닐끈으로 나무에 표시해 놓은 일본이깔나무 간벌지역이다.
느긋한 안부를 지나면서부터 철조망이 나타나 따라간다. 간벌하고 버린 나무들 때문에 도저히 산행속도가 나지 않는다.
안부를 지나 1123봉에 올라 북쪽으로 가는 능선을 따르니 듬성듬성 석회암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암릉이다. 오르락내리락, 철조망을
기어 빠져나가기도 한다. 1153.2봉과 1099.3봉을 지나자 암릉구간이 끝난다. 왼쪽 방향으로 휘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서자 서쪽으로
어리마을이 그림처럼 내려다뵈는 회골 안부다. '약초밭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약초밭 들어가면 손해배상 청구합니다. 주인백' 푯말이 있다.
1184.9m의 삿갓봉을 떠난 지 1시간10분쯤 지났다.
안부를 뒤로하고 잣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1107봉을 향해 된비알을 15분쯤 치고 오른다. 1102.2봉에 이르자 지금까지 따르던 철조망이
오른쪽으로 슬그머니 돌아나가 버린다. 오른쪽은 일본이깔나무, 왼쪽은 신갈나무가 빼곡하고 마루금에는 미역줄나무가 길을 막는다.
산행 중에 가장 성가시게 하는 것은 미역줄나무, 줄딸기, 산딸기나무와 숲 가꾸기의 일환으로 마구 베어 방치한 나무들이다. 미역줄나무를
빠져나가자 왼편의 큰골 쪽은 온통 산사면을 개간하여 배추밭으로 만들었다. 봉긋한 1160봉에 올라서니 능선이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는 삼거리다.
여기서 지금까지 따르던 시계를 버리고 오른편 동쪽으로 90도 꺾어 태백시 땅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원골과 평밭골 안부 어리목에 닿았다.
평탄한 어리목 양지쪽에 자리잡아 중식 보따리를 푼다. 양지쪽 문턱에 앉아 동짓달 햇살을 쬐는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중식을 끝내고 동쪽 1180.3봉을 향해 오름짓을 한다. 오목한 지형에 묘 1기가 있다. 반달 모양으로 생긴 1180.3봉에 올라서니, 평평한
지형에 숲 가꾸기 하며 사람들이 버린 음료수 병들이 사방에 나뒹군다. 희귀식물들이 자생하는 곳이 쓰레기장이 되었다.
능선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왼편으로 방향을 트는 신갈나무 능선을 15분쯤 따르자 나무들을 베어놓아 공터를 만든 곳에 산딸기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한 삼각점(2005 재설, 임계 469)이 있는 두번째 삿갓봉(1177m)이다.
조망은 북쪽 아래 움푹 들어간 가리골 너머로 청옥산과 두타산이 하늘과 닿아 있다. 동쪽으로는 산불무인감시시스템 철탑을 머리에 꽂은
앞산(1221.2m)이 코앞에 있다. 뒤로는 귀네미골 고랭지채소밭에서 덕항산으로 백두대간이 길게 흐르고, 남쪽과 서쪽 역시 눈이 닿는 데까지 모두 산뿐이다.
하산은 오던 곳으로 되돌아가 1180.3봉의 안부에서 왼쪽 다래골로 내려간다. 아름드리 일본이깔나무 군락 아래 빼곡한 국수나무를 헤쳐
가며 길도 없는 급비탈을 구르다시피 내려간다. 그렇게 내려가자 나무를 쌓아놓은 다레골 합수점에 쇠뜨기들이 파랗게 겨울을 견디고 있다.
다래골을 빠져나가자 고지대 육상훈련코스로 이용되는 임도가 산허리를 감고 가덕산 방향으로 간다. 임도에는 산행 내내 베어버린 나무등걸
때문에 고생한 숲 가꾸기 내용 푯말이 있다.
'2단계 숲 가꾸기 공공근로. 삼수동 원동리 산 97번지 평지골, 사업량 251ha, 연인원 10040명, 사업비 사억사십오만육천백구십원(400,456,190).
시행청 태백시청, 삼척임업협동조합대행.' 쓰레기를 버린 장본인들이 여기에 있었구만.
남쪽으로 이어진 평지골 임도를 따르자 '1.8km~1.6km~1.41km'의 푯말이 이어지고 발치 아래 계곡에는 토사유출, 임목유출 방지댐이 있고
한참 그 아래 계곡에는 사력댐까지 있다.
계곡 건너편의 독동가를 바라보며 임도를 따른지 30여분에 평지골 마을 성황당(N 37° 15′ 52.7″ E 128° 57′ 40.6″)이다. 원동3반 성황당이다.
벽체를 시멘트 벽돌로 4면을 돌렸다. 맞배지붕은 슬레이트로 마감했다. 전면엔 함석으로 만든 문을 달았다.
성황제는 일년에 두 차례 지내는데 정월 초에는 택일을 하고 단오날에는 아침 7시경에 지낸다. 제물은 주과포, 돼지고기, 시루떡을 쓴다고 한다.
원동버스종점에서 평지골을 돌아보니 뾰족한 수리봉(1149m)이 배웅을 한다.
*산행길잡이
배재-(30분)-삿갓봉(1184.9m)-(1시간10분)-회골안부-(30분)-1160봉-(40분)-삿갓봉(1177m)-(45분)-평지골 임도-(30분)-원동버스종점
태백시와 삼척시 경계에 솟아있는 삿갓봉(1184.9m)과 태백시 삼수동, 원동, 평밭골, 다래골, 평지골 북쪽에 있는 삿갓봉(1177m).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산은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현지에선 삿갓봉이라 부른다.
태백, 삼척산악인들도 시경계 종주할 때나 한번쯤 찾는 산이며, 등산인이 드문 두메의 산이다. '숲 가꾸기' 간벌로 인해 길이 고약하다. 두메의 산답게 힘든 산행이므로 이점을 산행 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총 산행시간은 4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원동버스종점에서 412번 도로를 따라 배재까지 1시간을 추가하면 총 5시간이 소요된다. 배재는 대중교통편이 없는 오지다. 자가용을 가져오는 것이 상책이다.
*교통
태백시내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원동행 버스(06:10, 하장출발 13:10, 태백출발 17:10)에 있다. 원동에서 태백터미널행은 하루 3회(06:40, 13:10, 19:30) 있다.
*잘 데와 먹을 데
원동 평지골에 하늘연못펜션(552-3457)이 있고, 태백시내에 숙박업소가 많다. 태평장여관(552-3840), 동경장여관(552-6624), 만장여관(552-4675),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0-2849), 맛나분식(552-2806), 일미아구찜(553-2959), 분비네해물탕(552-1632), 성류각(552-9020).
*볼거리
검용소 가까운 거리의 남한강의 발원지 검용소가 있다. 검용소주차장에서 1.3km 도보로 금대봉골을 따라 들어가면 와폭을 이루는 곳에 둘레 20여m의 굴에서 사계절 물이 용출한다. 검용소 좌표 N 37° 13′ 27.0″ E 128° 55′ 40.1″
용연굴 총연장 840m 동굴 내에는 유석과 동굴산호가 성장하고 종유관, 종유석, 석순, 커튼, 유석, 휴석, 동굴진주, 계란후라이형 석순 등이 있다. 동굴동물은 모두 37종이 보고 되었으며 진귀한 동굴성 갑충류인 긴다리장님좀딱정벌레가 이곳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1997년 10월7일에 관광지로 개발되어 일반인에 공개하고 있다. 용연굴 좌표 N 37° 12′ 20.4″ E 128° 56′ 39.3″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