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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따라 가는 계족산 길
세천유원지 입구 동신고등학교 앞에서 모였습니다. 안개가 끼었네요. <줄골>에서 올라가면 되는 것을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아 당황스럽게 헤매었지요. 잘 가꾸어진 산소에 금잔디가 한눈에 확 들어오는가 하면 주변에 거목들의 숨통을 끊어놓아 고사시키는 모습도 들어와 눈살 찌푸리게 합니다.
예비군 훈련장을 따라 올라갑니다. 갈현성을 넘고 능성에 오릅니다. 많은 시민들이 체육시설을 이용하며 주말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 아래로 대전대학교캠퍼스가 들어옵니다. 운동장이 입을 떡 벌리고 사람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안개에 좀은 아릿아릿하기만 한데 땀이 넘쳐 흘러내립니다.
봄맞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은 새들도 구경나왔습니다. 알록달록한 깃털을 걸친 산까지도 있습니다. 음흉스러워 보이는 청설모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펄쩍펄쩍 뜀박질합니다. 어디선가 가랑잎을 젖히고 새싹이 수줍은 듯이 살짝 고개를 쳐들 것만 같고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부풀렸습니다.
가양공원 입구를 지나갑니다. 잠시 널마루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냥 갈 수 없잖아요. 먹을거리를 펼쳐봅니다. 술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인삼주가 병째 들려 나왔습니다. 잘 익은 매실주가 통째 따라 왔습니다. 와인의 달콤한 향기 폴폴 풍깁니다. 그래도 역시 소주가 제일이라고 어깨 힘을 줍니다.
술이 있는데 안주가 없으면 되겠습니까. 원초적 통닭구이 계란이 아직 따스한 게 병아리라도 나오려나 봅니다. 어디에서 절이라도 듬뿍 받다가 왔는지 으스러진 북어가 눈 부릅뜨고 바라봅니다. 동해바다 깊은 물에서 헤엄치던 오징어가 눈웃음칩니다. 머리통만한 배가 있고 굵은 밤도 있습니다.
어찌 그뿐입니까. 경상도 상주가 삼백의 하나로 자랑하는 아주 쫀득쫀득한 곶감이 살짝 분까지 바르고 나와 감칠맛을 자랑합니다. 마늘 케찹을 바른 독특한 맛에 식빵도 올라왔습니다. 여기에 인삼을 가미한 사탕과자도 끼어듭니다. 먹고 마시고 그래도 남으면 가다가 또 가다가 장을 펼쳐보렵니다.
오늘은 가벼운 기분으로 산책하며 소풍 온 날입니다. 손님 한 분도 초대했지요. 사진을 찍어주던 가양동 장나라 아줌마지요. 우정산악회 멤버이기도 하지요. 산을 가다보면 처음 만나도 자연스럽게 산친구가 될 수 있지요. 동행인 셈이지요. 즐거움은 나누라고 하였듯 그렇게 한 식구가 되었지요.
대청댐을 바라봅니다. 가슴을 확 열어놓지 않고 베일에 감싸여 있기에 다소 아쉬움을 남깁니다. 절골입구에 다다릅니다. 한 등성이 올라 성급하게 꺾었나 봅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하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헤매다가 궤도를 수정하여 다시 길을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봉황정에 올라섰습니다.
비로소 한밭의 전경을 자연스럽게 내려다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마냥 머무를 수는 없지요 다시 둘레길을 찾아 장동방향으로 내닫습니다. 저 아래로 수자원공사가 들어옵니다. 그 울타리를 타고 가다보니 잘 다듬어진 여흥민씨의 수십 기 조상묘역을 지나 장동고개에서 날머리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함께한 모든 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떠날 때는 다소 염려스러웠던 날씨였지만 막상 산에 들면 아하, 오늘이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합니다.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산길도 있었음을 새삼 느껴보며 5시간 추억을 만들어봅니다. - 2009. 02. 07. 文房 - |
첫댓글 계족산은 도시와 호수를 함께 구경할수 있는 참 좋은 등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