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보 게재 (2023년 겨울호 119호)
교회 구연동화 듣기에서 동화 창작으로
신동일(동화작가)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산등너머 이웃 마을에 있는 예배당에 다녔다. 교회 선생님들은 주일 예배가 끝날 무렵이면 재미있는 동화 한두 편씩 들려주었다.
내 바로 윗 형님도 교회 주일학교에 관심이 많아 기독교 교육 잡지들을 매월 구독하였는데, 그 잡지 속에는 창작동화 두어 편이 실려 있었다. 교직 첫 발령으로 내가 졸업했던 모교 초등학교에 부임하였는데 첫 해부터 문예반을 맡았다.
그 후로 다른 학교에 전근해 가서도 역시 문예부를 맡았었다 그러던 중 충청남도에서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근하여 근무 할 때 새로 전근 오신 동화작가 이 슬기 선생님으로부터 《아동문학평론》 몇 권을 얻었는데, 그 잡지에 났던 ‘신인문학상 응모’ 광고 를 보고 동화 부문에 응모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많이 듣던 동화들이어서 어 느 정도 친숙감도 작용했다. 두 번의 낙선 후 1984년, 조대현 선생님 심사로 등단했다. 84년 말. 등단한 후 이듬해인 85년에는 모 교육신문애서 실시하는 ‘전국 공무원 문예공모전’에 창작동화 「날아라, 꽃씨로」 응모하여 동화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이셨던 조장희 선생 님의 심사평에는 ‘뽑힌 작품 중에서 가장 문장이 좋으면서 서술이 정확하고 리듬감도 수준급이 었다. 이만한 소재라면 보다 감동 깊게 직조할 수 있지 않나 아쉬움이 있다.’라는 평을 받았다. 이 무렵 아동문학가 열 분과 <두레마을>이란 아동문학 동인회를 결성하였다. 동인은 김양수(동 화), 김여울(동화), 김용희(평론), 류근원(동화), 서효석(동시), 신동일(동화), 오인숙(동화), 윤규일(동시), 윤삼현(동시), 이정우(동시) 등 열 분이었고 이듬해인 1986년에 동인지 『봄을 만드는 아이들』을 《아 동문예사》에서 출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는 더 많은 습작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해 보 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점에서 『역대 신춘문예 당선 작품 모음집』을 구입하여 탐독하며 신춘 문예 응모를 준비했다. 다음 해 1월 겨울방학 때쯤 내가 쓸 창작동화 글감 다섯 편을 선별했다. 그런데 그 작품을 써내려 가는 과정에서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 탈락시키다 보니 응모 마 감달인 12월 초에는 동화 「풀잎각시」와 「노을」 두 편만 살아남았다.
신춘문예 응모 마감일인 12 월 11일을 하루 앞두고 상대적으로 나을 성 싶은 「풀잎 각시」를 《동아일보》 주소 봉투에, 「노을」은 《조선일보》 주소 봉투에 담았다.
연말쯤 반갑게도 《동아일보》사에서 당선 통보와 함께 당선 소감을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새해 1월 초 신문마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발표하는 날이다. 들뜬 마음으로 아침 일찍 신춘문예 당선작이 실렸을 4대 일간지를 샀다.
신문 꾸러미를 들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동아일보》부 터 펼쳐 내 심사 소감부터 찾아 읽었다. ‘토속적인 분위기와 정경 묘사가 돋보인다’라는 심사 소 감이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 소감도 찾아 읽었다. 《조선일보》 심사위원장은 최태호 선생님이셨다. 「노을」이란 내 출품작 이름이 우선 눈에 띄었 다 ‘최종 7편을 추리고 다시 마지막 4편에 오른 작품 중 당선작 「기쁨이’ 외에 최종심 오른 「왕조 가비 선녀」, 「노을」, ‘네가 치는 거미줄은」 등은 결선 단계에서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다 아쉽게 제 쳐놓은 작품이다.’ 라는 심사평과 함께 작품명과 작가 이름까지 소개 되었다. 그 심사평을 오려 내 앨범에 끼워 넣어 지금까지 보관 중이다.
신춘문예 당선 발표가 나간 후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 교육방속국에서 출연 요청이 왔고, CBS기독교 라디오방송국에서는 담당 피디가 「만나고 싶었어요, 선생님!」 프로를 찍겠다며 우리 학급 방문 취재를 요청했다
. KBS방송국에서는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 프로에서 각 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중 한 분씩을 모시고 당선 관련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동아일보》 출신 대표로 방송에 출 연해 달라는 김 모 피디의 요청이 왔다.
방송국을 방문하여 각 신문사 신춘문예 대표자들과 만나 대담을 녹화한 후 1월 19일 11시에 KBS-1에서 방영되었다.
우리 반을 취재해 간 박 모 피디는 그 해의 피디 상을 받았는데, 기독교 방송에서 매주 금요일에 방송되는 어린이 시간 「명작극장」 라디 오 드라마 극본까지 청탁했다. 그 어린이 방송 라디오 극본을 1년 간 썼다.
신춘문예 당선 후 어느 날 전북에 사는 어느 작가가 서울 우리 집에서 하룻밤 같이 자던 날 밤, “아동문학가들 중 장편동화를 쓰는 작가 많지 않다”던 말이 생각나서 장편동화도 쓰기 시작했 다.
얼마 후 장편동화 「잠들지 않는 별」을 탈고했다. 특별히 아는 출판사가 없어 이름만 듣던 《대 교출판》에 원고를 보냈다. 며칠 후 당시 대교출판 편집 주간이던 이상배 선생에게서 책을 내 주 겠다는 연락이 왔다. 대교출판 눈높이문고 제1권, 권용철 「내 어머니 흰 아침나라」에 이어 2권으 로 신동일의 『잠들지않는 별』이 출간되었다.
이 『잠들지않는 별』은 제25회 문화부 선정 도서 16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장편들을 썼는데 사실동화나 소설 외에 판타지나 공상과학 동화 등도 골고루 몇 권 썼다, 『깨묵이의 별난 모험』은 나의 최초 판타지 장편동화였고 『달타냥의 멋진 모험』은 개를 의인화한 장편동화다.
『크 레파스 친구의 모험여행』은 당시 한낙원 선생 독무대였던 공상 과학 동화를 읽다가 생각해 낸 공 - 15 - 상과학 동화로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 크레파스만 한 초록색 우주 소년 ‘미론 티크’가 지구에서 만난 세연이란 어린이의 필통 속과 주머니 속을 오가며 학교와 집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썼다
장편동화를 쓰는 중 종종 청탁 받은 단편동화들은 93년 『오늘 과자는 산수 27쪽』으로 묶어 《고 려원미디어『에서 출간했는데, 국립중앙도서관 전국독서교실 선정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돌아보니 내 삶의 궤적은 세 갈래 축을 그리며 살아왔다. 초등 3학년 때부터 다닌 종교, 20대부터 그려진 교직, 그리고 40여 년 전 문학 등단으로 세 가 지 축이다.
교직을 내려놓은 현재는 종교와 문학 두 궤적을 그려 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 고…….
약력 1984년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받음. 1987년 《동이일보》 신춘문예 당선. 『은하수로 날아간 조약돌』, 『잠들지 않는 별』, 『베트남에서 온 우리엄마』, 『깨묵이의 별난모험』, 『신동일 동화선집』, 『별밭으로 가는 은빛 사다리』 등 펴냄. 전국공무원 문예공모전 우수상, 현대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