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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수석코너 원문보기 글쓴이: 청심
'원국아빠' '응?'
'로또 사려면 어디서 사야 돼요?' '어디서 사긴... 복권 파는 데서 사야지 왜?'
'너무 좋은 꿈을 꿨어요' '무슨 좋은 일이 생기겠지... 그래서 복권 사려고?'
'네' '이 아줌마가 아직도 꿈꾸고 있으시군... 꿈깨쇼...'
'정말 좋은 꿈이야요,' '좋기는... 꿈깨!'
산지: 속초 15 * 9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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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土) 공방에서...
좌대를 작업하는 공간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역사 내에 있다. 7호선과 환승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통행하는 인원이 상당하고 공방을 역무실로 착각하여 들어오는 민원인이 많아 평소에는 출입문을 시정하고 작업을 한다. 회원 개개인이 출입문 열쇠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회원이 아니면 출입할 수가 없다. 협소한 공간이지만 그래도 카페와 같이 나름 신경을 써서 꾸민 덕분에 커피 자판기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카세트가 있고 여름과 겨울을 위하여 전열기와 에어콘도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공간이다. 그런 작업실에서 비번날 개인의 시간은 모두 공방에서 보내고 있다.
물론, 지하철2호선 기관사 및 직원들에게만 허용되는 공간이지만 15년 전 우연찮게 나와 인연이 되어 현재까지 유일하게 외부인으로 출입이 허용된 홍일점(?)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그 시작이 창대하여 30여 명의 회원이 1개월에 한 번씩 정기탐석을 다녔고 작업에도 열의를 보여 공방은 항상 5~6명씩 만원이었다. 그렇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그 열의도 식어 현재는 거의 작업하는 회원이 없고 나 혼자만의 공간이 된지 이미 오래며 회원으로 있는 기관사들이 교대하는 시간에 잠깐 들어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전락하였다. 한적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지만 때론 적막한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기 까지 하다. 오늘도 혼자 작업을 하고 있는데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회장님이 들어오신다.
'어? 배성은씨 오랜만이네!?' '오랜만이긴요, 그동안 안보이시기에 오히려 회장님이 발령난 줄 알았어요'
'언제 왔어?' '좀 됐어요'
'언제 갈꺼야?' '비도 오고... 이젠 가야죠'
'그럼 같이 갈까? 밖에 비오는데 우산은 있어?' '비와요? 올 때는 안왔었는데...'
'잠깐 있어 사무실에 가서 우산 가져올께...'
회장님(송의교님)은 15년 전 내가 수석회(거석회)에 가입하면서 부터 같이 활동하는 분이시다. 그래서 이젠 서로 집에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모든 거석회 회원들이 그렇지만... 거주하는 곳도 바로 옆 동네이므로 오늘과 같이 공방에서 만나는 날이면 거의 함께 귀가하며 가끔 술잔을 마주치곤 하였다. 2호선 신대방역에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되지만 이렇게 만나는 날이면 걸어서 30분 거리인 집까지 함께 걸으며 석담을 나누곤 한다. 가는 길목에 마침 복권가게가 눈에 띄었다. 어제 아내의 이야기가 문뜩 생각이 나는 것이다.
'잠깐만요, 복권 좀 사고요' '복권? 웬 복권? 자주 사?'
'아니요, 그냥 살 일이 생겼어요...'
5,000원짜리 두장을 구입하여 한 장은 회장님께 드렸다.
'자 선물입니다. 당첨되면 양심에 맡기겠습니다.' '양심? 꿈깨 낼 부터 직장에 안나오면 복권 당첨되어 해외로 떴다고 생각해...'
산지: 서해 '파도리' 9 * 7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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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日) 역시 공방에서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온종일 많이도 아니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의 양이 제법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탐석 가기에는 아주 안성마춤 인데 천안함 사건 관련 을호비상이 발령 되어 비상대기로 비상이 걸리면 근무지로 1시간 내에 응소를 해야 되기 때문에 먼 거리의 여행은 꿈도 못꾼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靑野(박경윤)님께서는 탐석을 가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폰을 드렸다.
'어~이 청심!' 전화를 받으시는 靑野님의 목소리가 상기되셨다. '어디세요?'
'당근 돌밭이지!' '어딘데요?'
'조정지 들렀다 지금은 가흥리!' '좋은 것 하셨어요?'
'시원한 입석 하나 만났어, 비상 때문에 탐석도 못 오고 어떻게 해?' '얼쩔 수 없죠, 좋은 작품 만나세요...'
'알았어! 올라가서 연락할께...'
靑野님과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문자가 온다. 그랑피아님이시다.
'왜, 심심하세요?' '아니... 왜들 조용해요?'
'이렇게 비 오는데 왜 조용하겠어요, 다 이유가 있죠... 비상 걸려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는 못 나가요, 탐석 갈 일이 있었으면 벌써 전화를 드렸죠...' '그랬구나...'
'靑野님은 지금 가흥리에 계시대요,' '그래요? ㅋ ㅋ . . .'
현관을 열자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외출을 준비하는지 머리를 빗고 있다.
'어디가?' '마침 들어오네요, 그러잖아도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등산장갑 사러 가는데 잘 왔어요, 같이 가서 당신 등산바지 하나 사요'
'싫어 내가 옷사는 것 봤어?' 얼굴을 찡그리며... '아 글쎄 사줄 때 입으세요'
'안산다니까! 나는 옷 사는 것이 제일 싫어' '정말 이상한 성격이야, 왜 옷을 안 사는지 몰라'
'내가 선볼 일이 있어, 아니면 취업 면접을 봐!' '당신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요... 아무튼 같이 가요'
'그러자고... 그런데 무슨 공돈이라도 생겼나?' '내일 부터 선거운동 아르바이트해요'
'갑자기 웬 선거운동? 길에서 춤추는 거? '아니요, 내가 어떻게 길에서 춤을 춰요, 후보 홍보 전화하는 거야요'
‘... 일당이 얼만데' '50,000원이요'
'스팸 전화는 불법인데, 내가 경찰관인지 몰라?' '선거 관련 스팸 전화는 합법이야요, 경찰관이 그 것도 몰라요?'
'하지마! 지난 대선 때에도 했었쟎아' '왜요? 몇 년에 한 번인데... 이번에도 좀 해달라고 일부러 전화가 와서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미리 쓰는거야?' '그래요, 내가 번 돈으로 사주는 거니 이번 기회에 하나 장만하세요'
'그렇다면 더 싫어 내가 마누라가 번 돈으로 옷을 사게 생겼어! 그리고 나는 등산도 안 다니잖아' '정말 못말려~~!'
스포츠 용품점에서 아내의 손에 들어가는 등산용 장갑 사이즈가 없어 그냥 나왔다. 결혼 전에는 아내도 참 여리고 인형같은 몸매였다. 그런데 세월이 지금 아내의 몸매를 만들었다. 나의 등산용 바지를 '사자' '못산다' 하며 매장에서 직원 눈치 보며 한참을 실강이하다 결국 내가 이겼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막걸리 한 잔 하자며 아내가 제안을 하여 막걸리 한 병을 달랑달랑 사들고 들어왔다. 아내가 막걸리 마개를 열더니 입구를 손으로 막고 힘차게 흔들어댄다. 많이 해본 솜씨다. 아내의 주량이 나보다 더 쎄다. 그렇다고 아내가 많이 마시는 수준도 아니다. 아내의 주량은 소주 3잔, 나는 소주 2잔, 나보다 한잔 정도 더 마시는 수준이다. 밥그릇에 따라주는 막걸리 를 한 대접 마셨다. 아내는 술이 안 땡긴다며 오늘은 반 잔만 하겠단다. 그래서 버리기 아까워 나머지는 다 내가 마셨다. 생각지도 않게 과음을 했다. 세상이 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최고의 주량을 넘겼다. 이런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석실로 올라와 누우니 돌들이 춤을 춘다. 밑에서 아내가 소리를 지른다.
'내려와요! 또 그렇게 누워있다. 잠들려고요! 빨리 내려와요!' 산지: 남한강 9 * 7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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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月) 집에서...
어제의 과음(?)으로 머리가 띵하고 인기척을 느껴 눈을 뜨니 09:00 아내가 바쁘다.
'어디가?' '오늘 부터 선거운동 아르바이트 나간다고 했쟎아요'
'몇 시까지 가야되는데' '10:00 까지요'
'꼭 가야 돼?' '그래요, 이미 약속했어요...' '참 복권 맞춰야 되는데 어디로 들어가야되요? 맞았으면 아르바이트 안 나가도 되쟎아요'
'...... 검색창에서 로또 쳐봐' '알았어요'
'어떻게 됐어?' '떨어졌어요...'
'당연하지... 그런데 좋은 꿈이 뭐였어' '꿈에 돌아가신 엄마가 통장 3개를 주시는거야요... 그리고 잠시 후에 원국이에게 로또에 당첨됐다고 좋아하며 전화가 왔었어요...'
'ㅎ~ 정말 좋은 꿈이네, 로또는 안됐어도 무슨 좋은 일이 생기겠지... 언제 들어와' '몰라요, 가봐야 알지... 늦을거 같아요...'
어제(23일)은 돌아가신 장모님의 49재였다. 그런데 내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비상으로 강원도 진부령 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49재에 맞추어 못 가는 아쉬운 마음에 아내가 그런 꿈을 꾸었나보다...
산지: 남한강 '포탄' 규격: 대빵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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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람사는 맛!!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