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먼저 보고 내 글을 읽어보시길.
<청와대, MB 정상회담 발언 변조...대변인 사의 표명/오마이뉴스>
이 기사 제목 중 'MB 정상회담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영국 BBC World와 인터뷰를 했다.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틀리면서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꼬투리잡아 기사를 쓰는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기사 시작하면서 작은 제목으로 써놓은 'MB의 BBC 기자회견'도 우습다. 틀리려면 줄기차게 한 가지로 틀려야 욕을 덜 먹는데, 이번에는 제목의 '정상회담'을 '기자회견'으로 바꿔 놓았다. 기자회견이 아니라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은 이 기사 중간에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 개최지인 다보스 알렉산더호텔에서 이뤄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라고 기자가 적고 있다.
물론 BBC도 BBC World라고 해야 정확한 것이다. KBS와 아리랑TV가 다른 것처럼 두 방송도 구분해줘야 한다. BBC World가 BBC에 속해 있더라도 그렇다. 이렇게 짧은 기사 안에서 앞뒤가 틀리는데, 이런 걸 독자 입장에서 보면 난독증이라고 하고, 글쓰는 입장에서 보면 머리가 나쁘다고 한다. 머리 나쁜 사람은 글을 쓰지 못하는데, 앞에서 뭐라고 했는지 까마득히 모른 채 뒤에서 딴소리를 한다.
긴 소설을 쓰다보면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컨디션이 나쁠 때는 앞뒤가 틀리는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나도 10권 정도 되는 대하소설을 쓸 때면 꼭 이런 사태가 일어나 주인공의 나이가 뒤죽박죽되기도 해서 출판사 편집자한테서 뒤늦게 지적당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래도 실수를 줄여보려고 읽고 또 읽어 큰 실수는 잡는 편이다.
그런데 겨우 몇 글자 되지도 않는 이 짧은 기사에서 세 가지 다른 표현이 나온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기가 쓴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소화가 덜 된 채 내놓는 용감한 기자이거나, 아니면 난독증이 있어 글이 눈에 안들어오는 모양이다.
하여튼, 이 글을 쓰는 목적은 기자 나무라자는 게 아니니 여기서 줄이고, 김은혜 대변인 말로 넘어가자. 김 대변인의 '대변' 실수를 꼬집는 기사는 오마이뉴스만의 특종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신문이 똑같다. 다보스까지 따라간 대통령 동행 취재진이 '풀'로 내놓은 걸 조금씩 다듬어 올리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은혜 대변인 대변 / "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
BBC 화면의 이명박 대통령 발언 / "조만간이라고 이렇게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거 같다고 본다"
관련 사실 / 인터뷰 시각 - 2010년 1월 28일
인터뷰 장소 - 알렉산더 다보스 호텔
인터뷰어 - BBC World 닉 고잉 TV 메인앵커
이명박 대통령의 실제 발언과 인터뷰 발언이 서로 다르다는 게 알려진 뒤 온 신문, 방송이 난리가 났다.<MB 정상회담 발언 축소한 김은혜 사의/미디어오늘>
이제 분석해보자.
실제 발언과 대변인 발언에 차이가 있다.
'안만날 이유가 없다'와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거같다'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말이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안만날 이유가 없다고'고 하면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만 있는 것이다.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거같다'는 이미 남북간에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토론 중이며, 잘 되어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문, 방송에서는 이 문제를 김은혜 대변인의 실수인 것처럼 몰아대고 있고, 일부 야성이 강한 신문에서는 조작이니 변조니 하면서 극렬하게 꼬집고 있다.
하지만 김은혜 대변인도 말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이 다소 피곤한 상황에서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직접 물어본 다음 발언내용을 다듬고 정리해 발표한 모양이다. 위에 SBS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에서 피로한 기색이 보인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대통령이 피곤한 상태에서 '연내에 안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같다.'고 하여 일종의 국가 1급 비밀을 누설했다는 말이다. 즉 남북정상회담이 이미 추진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는데 남북 당국간에 이견없이 잘 조율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직 남북간에 완전히 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보도가 나가면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돌출변수가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들이 이를 지적, 대변인 발언에서 수정해 내놓은 것이라고 본다. 만일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이 발언을 했다면 국가기밀누설죄로 처벌받아야 할 중대 사안이다. 그런만큼 비서들이 이의를 제기하여 발언내용을 수정해 '대변인 보도'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신문, 방송을 보면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에 대해서는 별로 보도하지 않고 김은혜 대변인의 보도내용이 실제와 다르니 변조했느니 왜곡했느니 맹공하고 있다. 헛다리 긁는 소리다. 이번 건은 김은혜의 실수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실수다. 본질을 이해했으면 남북정상회담이 어디까지 추진되고 있으며, 의제는 무엇이며, 회담이 추진됐을 때 남북간에 어떤 일이 생길까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 기자들은 그런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농담이지만, 아마도 김은혜 대변인이 청와대 줄입기자들에게 밥을 안사고 촌지를 안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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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타이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알타이하우스
첫댓글 김은혜 1005(양력일 때) 혹은 1110(음력일 때). 1105로 추정함.
이동관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