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라루스 조디노에서 토르페도 조디노와 벨시나 바브루이스크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의 프로스포츠는 올스톱 상태다. 따라서 2020년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 올림픽마저 연기시킨 코로나19 확산세에도 꿋꿋하게 프로스포츠 시즌이 진행돼 시선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동유럽에 위치한 벨라루스의 프로축구다.
유럽 각국이 코로나19에 국경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유럽 축구시즌도 중단된 상태지만,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는 2020년 3월 정상적으로 개막했다. 특히 개막전인 FC 민스크-디나모 민스크 간 경기에는 3000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빅매치인 점을 고려하면 관중 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축구장 응원 열기 만큼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각 경기장에는 평균 2500명의 관중이 찾았다. 벨라루스 상당수의 선수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고정으로 받는 주급보다 많은 매치 보너스 때문에 뛰고 있다.
2018년 글로벌 스포츠 연봉 서베이에 따르면 벨라루스 프로축구 선수들의 첫해 연봉은 3만6783달러(약 4470만원)에 불과하다. 매치 보너스는 1000달러(121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수는 “일주일간 돈 없이 생활하는 선수도 있다. 코로나19든 어떤 조건이라도 죽음을 각오하면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디나모 민스크에서 뛰는 벨라루스의 베테랑 골키퍼 바실리 하무토브스키도 “팀과 선수들은 경기장 안팎에서는 모든 위생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것을 금지시킬 수는 없다. 만약 모든 것이 멈춰선다면 경제난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또 “건강에 대해서는 아무도 강요할 수 없다. 건강이 걱정되는 선수라면 팀과 얘기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리그 강행에 힘을 실었다.
1994년부터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의지도 리그 강행을 부채질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가 술 마시는 사람이 아니지만, 보드카로 손만 씻지 말고 매일 조금씩 마셔서 바이러스를 죽여야 한다”, “스포츠가 바이러스 치료에 최고”라고 말하는 등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행보를 보였다.
벨라루스 리그는 때아닌 특수도 누린다. 벨라루스축구연맹은 러시아, 이스라엘, 인도 등 10개국과 자국 프로축구 리그 중계권 계약을 하며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통로로도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주변국들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꾸준히 증가세에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벨라루스 인구는 2020년 현재 약 945만명으로 유럽 소국 중 한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