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의 모텔 입구. 대전중부경찰서 김성중 경위의 명함과 함께 청소년 지원 안내 프로그램 전단이 빼곡하다. 청소년 상담 전화 1388도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김 경위의 휴대폰 뒤 번호도 1388. 청소년이 기억하기 쉽도록 전화번호를 바꿨단다.
그의 눈과 귀는 물론, 마음까지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해 열려 있다.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사진 이현준
편집부가 독자에게 ...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을 꿈꾸다
대전중부경찰서의 김성중 경위가 ‘찾아 나서는 선도’만큼 정성을 들이는 일은 ‘강연’입니다. 지난해만 100회가 넘는 강연을 하고 모든 강의에 힘을 다하다 보니, 이명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김 경위는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도 ‘범죄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가장 좋은 범죄 예방법은 아이들에게 범죄에 관한 올바른 인식과 원칙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고 잘 지키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것은 부모를 비롯한 모든 어른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청소년의 마음이 건강하고 정의로워지는 2016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_김지민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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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김성중(49) 경위가 근무하던 지구대에 유기영(가명·당시 중2)이 절도 현행범으로 검거되어 잡혀왔다.
부모는 이혼한 상태. 실직한 아빠와 살던 아이는 필요한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어찌나 처량한지요. 그 모습에 이끌려 아이의 뒤를 따라갔어요.”
집에는 아무도 없고 냉장고는 텅 비었다. 급한 대로 시장에서 쌀과 반찬을 사고 용돈을 주고 나왔지만, 아이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히더란다. 지역 순찰을 다닐 때마다 아이 집에 들러 안부를 묻고 주변을 챙기면서 절도나 폭력으로 경찰서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아이들의 일탈에 대해 고민하고 도울 방법도 찾아봤지만, 청소년 선도에 특별한 지식이 없었기에 한계를 느꼈죠.”
한데 가족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청소년 상담사 양성 과정’ 플래카드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청소년 상담사 양성 과정과 가정 폭력 상담 과정 등 30여 개 청소년 상담 과정을 이수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할 방법을 찾았다.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휴가 20일 중 열흘은 강의를 듣는 데 할애할 만큼 열성을 다했다는 김 경위.
“경찰이라는 직업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소명으로 바뀌었죠.”
아이의 가출은 아이의 탈출이다
김 경위의 하루는 짧다. 아침이면 휴대폰에 담긴 청소년의 동태(?)를 SNS로 확인하고, 문자로 따듯한 인사를 건네는 일을 잊지 않는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범죄 소년들의 재범 예방을 위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전문 기관에 연계시키고, 가정이 없어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학생들은 쉼터와 보육원에 입소하도록 돕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게 김 경위의 설명. 가출하고 친구끼리 어울리면서 범죄에 빠지는 행동이 ‘힘들어요, 나를 좀 봐주세요’라는 절박한 외침임을 알아야 한다고. 어른의 눈으로 보면 가출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탈출이라는 것.
“이 외침을 귀담아듣고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는 변합니다.”
문득 궁금했다. 김 경위가 찾아낸 모든 아이가 가정으로, 학교로 돌아갔을까?
“제가 몸담은 대전중부경찰서가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 발굴 실적에서 전국 1위(188명)를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 밖에서 떠돌죠. 학교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 왔다가 다시 떠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모습도 성장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는다. ‘난 네 편이야. 난 무조건 너를 도울 것이고, 끝까지 너를 포기하지 않아.’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김 경위의 마음은 한결같다.
김 경위는 세 자녀를 둔 가장이기도 하다. 자녀들에게 그는 어떤 아버지일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죠.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따듯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니까 학교 밖 아이들을 생각하면 행복한 거예요.”
올해 김 경위의 목표는 하나. ‘더 많은 학교 밖 아이 찾기’다. 학교 밖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찾아다니는 길거리 상담에 더 집중하려 한다. “더 많은 사람이 학교 밖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같이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어느새 그의 힘찬 발걸음은 학교 밖 아이를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