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해외선교사, 해마다 10%씩 증가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81개국에 674명 파견
-오는 7일(토), 주교회의 선교단체인 한국외방선교회(1975년 설립) 신축 본부 봉헌식-
▲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미사 후 현지 신자들과 함께 있는 레골레토수도회 이상원 신부.
<사진제공>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1981년, 한국 천주교 해외선교사 파견의 원년
십자가 모양의 형주(刑誅)에 묶인 채 이과수폭포로 떨어지는 한 선교사의 순교 장면으로 시작되는 1986년에 만들어진 미션(Mission)이란 영화가 있다. 남미 원주민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펼친 두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계의 눈빛을 던지는 원주민들과의 첫 만남에서 선교사가 꺼내든 것은 성경이 아닌 오보에. 그 유명한 Gabriel's Oboe를 연주하며 선교사는 원주민들과의 벽을 허문다.
1981년 11월, 영화 ‘미션’에서처럼 한국교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신부 4명이 원주민 선교를 위해 남태평양의 한 섬에 도착한다. 이들을 파견한 곳은 한국외방선교회.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를 지향하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한국인 신부를 해외 선교사로 양성하고자 1975년에 설립한 선교단체다. 30여 년 만에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외방선교회가 3월 7일(토)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북동 한국외방선교회 본부에서 총재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한국외방선교회 신축 본부 봉헌식을 거행한다(문의: 한국외방선교회 ☎02-3673-2525).
◎……한국 천주교 최초의 방인 해외선교단체
1975년, 시국이 혼란하고 지학순 주교가 구속되던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한국 선교회 발족을 결의한다. 단 성청의 인준을 받을 때 시작하고 현 규약은 3년 기한부로 한다. 총재에 최재선 주교를 선정했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1975년 춘계 정기총회)
주교단에서 발표한 사회 참여 행동 지침에 비하면 단순한 소식이었겠지만, 한국 천주교 최초의 외방선교회 창설은 교회사적 의미가 크다. 신자들의 자발적인 신앙으로 싹튼 한국 천주교회를 큰 나무로 키워낸 건 순교를 각오하고 찾아온 서방교회 선교사들의 희생이었다. 한국 최초의 외방선교회 발족은 한국 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하는 데 하나의 전기가 된 것이다.
한국외방선교회는 발족 이듬해인 1976년에 대신학생 16명, 소신학생 33명으로 신학원을 개원하고 선교사 양성을 시작했다. 1979년에는 후원회가 설립됐고, 1981년에는 선교회 출신 첫 사제가 배출되면서 한국인 선교 사제 4명(교구 사제 3명 포함)을 파푸아뉴기니에 한국 교회 사상 처음으로 파견했다.
이어 1990년에 대만, 1996년 중국, 2001년 캄보디아와 러시아, 2004년 모잠비크, 2007년 필리핀 등 현재 6개국에 약 50여 명의 선교사제가 파견되어 민족과 국가의 벽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종교활동이 금지된 중국 본토에서는 신부가 공식적으로 신자들과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나환우촌에서 의료 봉사를, 캄보디아에서는 NGO 자격으로 에이즈 구호 활동과 보건소 운영 등 사회사업에 투신하고 있으며,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농업기술 보급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복지활동을 펴는 등 종교 이상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상 사명을 마치고 승천하실 때 “온 세상에 가서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시오”(마르 16,15)라고 분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 명령에 따라, 한국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은 한국 땅에서 생명을 바친 순교성인들과 한국 교회의 복음화에 일생을 바친 선교사들을 본받아 해외선교에 투신하며, 특별히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한 시골에서 강론하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서준영 신부.
<사진제공>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선교사제 양성과정
한국외방선교회 선교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경기, 부산·대구, 대전·청주, 광주·전주 등에서 열리는 월 1회 성소(聖召.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 모임에 참여하면 된다. 일정 기간 성소식별을 거친 다음, 사제 양성기관인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합격하면 한국외방선교회 신학원에서 선교사제직을 준비할 자격이 주어진다. 학부 2년을 마치고 병역 의무를 다한 뒤에는 수련자로서 1년간 수련(영성의 해, A Spiritual Year)을 한다. 수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학생은 ‘첫 서약’을 하며 기한부 합체회원(sodalis incorporatio temporaria, 유기회원)이 된다. 이 기간에 ‘단기 해외선교 체험’(mission exposure)을 통해 선교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특히 대학원 1학년 과정 이후에는 1년간 ‘해외선교실습’(Overseas Training Program)을 하게 되는데, 이때 학생들은 선교사업의 주체로 해외 현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 자신의 영성과 언어능력과 문화 감수성, 그리고 선교사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고 성장하게 된다. 해외선교실습을 성공리에 마친 학생들은 대학원 2학년 여름방학 때 종신서원을 거쳐 부제로 서품되며, 1년간의 사목실습기간을 거쳐 선교사제로 서품된다.
◎……해외선교사를 위한 국내 교육 프로그램
물론 한국에서 사제들만 해외선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앙과 열정, 끈기를 가진 평신도들도 다양한 양성기관을 통해 해외선교사가 될 수 있다. 해외선교사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낯선 문화권 속으로 들어가 더불어 살아가며, 그 안에 깃들인 하느님의 사랑을 새롭게 느끼고 복음을 전하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다. 그런데 10년 전만 해도 해외에 파견된 선교사들의 대다수가 언어, 문화 적응 등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파견되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중간에 돌아오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오기백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해외선교는 준비가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해외선교는 열정만으로 떠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낯선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교사의 정체성과 이웃 문화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난점을 보완하고 선교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1998년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Korean Catholic Foreign Missionary Education Association, 회장 이종승 신부)가 발족되었고, 여기서는 한국 교회 내에서 유일하게 해외 선교사들을 위한 교육 과정을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첫 교육 이후 현재까지 총 13차에 걸쳐 400여 명의 성직자·수도자, 평신도들이 협의회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기본 선교사 교육 내용은 총 4단계에 걸쳐 4주 동안 이뤄진다. 선교의 목적, 역사, 현대사회의 이해를 비롯하여, 여성학, 공동체 인간관계, 심지어 웃음·건강 치료법, 개신교 선교 방법과 현황까지도 이 과정에 포함된다. 귀국한 선교사들의 선교 체험을 공유하거나, 선교지역의 문화와 이웃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서울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이슬람교의 역사와 교리에 대한 강의도 듣는다. 불교 사찰과 개신교회도 방문하고, 에이즈 환자 사목, 이주여성 상담소, 노숙자 무료 급식소, 필리핀 노동자 센터, 청소년 공부방 등을 찾아가 체험하기도 한다.
“유럽교회가 중국선교에 실패한 것은 자기 문화를 그대로 전파하려고만 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변화된 선교 개념은 그 나라의 문화에 맞게 그 문화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곧 그냥 함께 그들과 살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라며 이만용 신부(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한국지부)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선교사의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선교사는 함께 살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성실한 자세, 그리고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가톨릭 해외선교사 81개국에 674명, 해마다 10% 이상 증가
한국 천주교 해외선교사 파견국가와 인원은 81개국 674명(2007년 10월 기준,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 자료). 이 가운데 교구 사제는 42명, 여자 수도자(수녀)는 477명이다. 2005년 527명, 2006년 605명에 이어 2007년 674명을 기록, 연 11~14%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통계 자료에는 선교 지역의 지역민들을 위한 선교사와 선교 준비를 하는 언어연수생이 포함되었고, 한인교포 교회를 위한 인력은 배제돼 있다. 2008년 통계는 작성 중이다).
▲아프리카 보스와나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성령선교수녀회 정영순 헬레나 수녀.
<사진제공>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대륙별로는 아시아(272명, 40.3%), 아메리카(167명, 24.8%), 유럽(146명, 21.7%), 아프리카(66명, 9.8%) 순으로 진출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 수가 82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54명), 이탈리아(48명), 필리핀(40명), 일본(36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견한 단체는 19명을 파견한 한국외방선교회다. 아프리카에는 프란치스코전교봉사수녀회(13명), 유럽에는 포콜라레(17명), 아메리카에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14명), 오세아니아에는 한국외방선교회(9명)가 선교사를 가장 많이 내보냈다. 활동 영역별로는 선교지 본당과 공소가 188명(27.9%)으로 가장 많다. 이어 복지, 교육, 의료 순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교 참여 단체와 선교사 수 등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역량이 해마다 10% 이상 급성장하는 것은 교세성장에 따른 해외선교, 특히 아시아 복음화를 향한 소명의식이 그만큼 높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첫댓글 선교사로 살아간다는 건..지상 최고의 삶.. 지상 최고의 축복..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온 땅 가득한 그 날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