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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지식기반경제에서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경쟁 역량이다. 창조경영을 주도할 창의성 있는 천재 확보를 그 해법으로 생각하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몇사람의 천재만으로는 창조경영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개인의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과 평범한 개인의 작은 아이디어라도 모이면 더 큰 아이디어가 될 수 있게 하는 창조적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르네상스 시기의 예술가들은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천부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리 기업들도 모든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소중한 자원이 되고 이들이 효과적으로 융합되어 창조적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르네상스형 기업이 될 수 있다. 르네상스형 기업이 되려면 ‘조직 내·외부의 아이디어의 적극 활용’, ‘개방과 공유가 가능한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문화’,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게 하는 보상 시스템’ 등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 목 차 >
Ⅰ. 창의성, 똑똑한 개인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Ⅱ. 집합 창의성, 르네상스 시대를 주목한다
Ⅲ. 르네상스 시대에서 배우는 집합 창의성의 조건
Ⅰ. 창의성, 똑똑한 개인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 경제시대의 경쟁력, 창의성
올해 5월, 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 4’는 21세기에 걸맞은 화두를 관객들에게 제시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찾아헤매던 고대 마야문명의 보물은 바로 ‘지식’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워시(David Warsh)는 “신경제학에서는 생산의 3대 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에서 사람, 아이디어, 재료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사람과 아이디어가 경쟁력인 지식기반경제로 접어들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루엑케(Richard Luecke) 교수는 창의성을 현대의 지식기반경제에서 ‘지니의 요술램프’의 뚜껑을 여는 일에 비유한다.
기업들이 신경제 시대의 경쟁력인 창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문경영자들을 양성하는 MBA 프로그램들은 앞다투어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내용을 교과 과정에 포함시켰다. 나아가 분석적인 문제 해결 중심의 MBA를 대신하여, 창조적 문제 발견 방법을 주로 가르치는 디자인 스쿨이 최근 경영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 예로 스탠포드 디자인 스쿨에는 경영학, 교육학, 기술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해 ‘최고의 디자이너’가 아니라 ‘미래의 혁신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 학교의 졸업생들은 단순히 디자인 분야가 아니라, 전략, 마케팅, 리서치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천재경영의 한계
이렇게 기업들의 창의성에 대한 갈증이 높아지면서 한 때 ‘한 사람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경영자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적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천재 몇명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창의성을 말할 때 개인의 역량 차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러나 개인 역량에만 기댄 천재경영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1명을 먹여 살릴 천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창조성 연구의 대가 알버트 샤피로(Albert Shapiro)도 “창조성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연구했지만, 미래에 높은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로 천재들은 고용하기 힘들 뿐 아니라, 기업이 고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근무 환경은 천재들의 자유로운 창조적 사고를 제한하는 경향이 강하며, 여기서 야기되는 갈등이 이들을 떠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나 모짜르트 같은 위인들의 천재성을 발달심리학적으로 연구해 창의적 개인을 육성하겠다는 시도는 창조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틀에 박힌 기업 문화 속에서는 제 아무리 창의적인 인재라도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Jeffrey Bezos)는 직접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인터넷을 통한 도서 판매’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물론 회사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인터넷 서점’이라는 아이디어를 냉담하게 무시했다. 천재적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값어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거나 이들이 조직에서 자리잡고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오도르 레빗(Theofore Levitt) 교수는 ‘창조성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창조경영이 제대로 펼쳐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력과 조직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영연구원이 2008년 5월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CEO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CEO들의 96%가 창조적 인재 확보가 창조경영의 최우선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림 1> 참조).
집합 창의성이 필요
따라서 개인의 창의성이 더욱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과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모여 더 큰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게 하는 창조적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이 떠나면 소멸되는 천재경영과는 달리 조직의 창의성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창의적 경영’에는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전문적 창의성’과 아울러 조직의 원활하고 효과적인 경영을 위한 ‘일상적 창의성’도 포함되어야 한다. 일상적 창의성은 조직에서 대다수 직원들이 수행하는 지원적 업무 활동과 관련된 창의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일상적 과제로 처리하는 광고 제작, 아이디어 개발, 인간관계 개선, 고객 불만 해결 등은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지는 못해도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데는 필수적이다. 일상적 창의성까지 고려할 때 천재가 아닌 평범한 개인들의 역량에 기대는 것이 불가피하다. 가령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질 때도 우리는 주로 제작자나 감독의 독창성을 칭송하지만, 사실 대사, 캐릭터, 세트, 배경, 디자인, 카메라, 위치, 조명 등에 반영된 수백명의 작은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감독의 상상력이 완성되고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창의적 개인이 없는 창의적 집단을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환경만 뒷받침된다면 천재가 아닌 평범한 개인들의 작은 아이디어들을 끌어내고 결합시켜 조직이 필요로 하는 더 큰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집합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Ⅱ. 집합 창의성, 르네상스 시대를 주목한다
집합 창의성은 가능한가?
창의적 조직에 대한 관심은 조직 운영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감성 리더십, 자율적인 복장 및 개성을 살린 사무공간,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의 활용 등이 그 사례다. 이러한 노력들은 평범한 개인들의 집합체라고 할지라도 전체가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를 단순히 더한 것보다 더 커질 수 있도록 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과연 집합 창의성이라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대답에 앞서 최근 인터넷 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한 UCC의 사례를 보자.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작된 ‘빠삐놈’이라는 고객 제작 패러디송이 네티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한 빙과 제품에 톡톡한 광고 효과를 낼 정도의 창작물로 발전했다. 빠삐놈은 누군가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OST와 국내 한 빙과류의 CM송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두 노래를 합성한 것에서 시작했다. 여기에 합성의 질이 높아지고 영상이 첨가되어 오래 된 빙과류의 광고가 재연되더니 최신 가요의 영상에까지 덧입혀진 인기 시리즈가 양산된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에 따르면, 천재성이란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의 정도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작업’이라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사회적 현상이다. 실제로 위대한 발명품 중 상당수는 공동 연구의 산물이다. ‘고독한 천재’라고 알려진 에디슨도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다. 뉴저지에 있는 그의 멘로파크 연구소에는 다양한 지식인들이 드나들면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발명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켰다. 비행기를 발명했다고 알려진 라이트 형제도 사실 연구 초기에는 발명의 토대가 되는 많은 아이디어를 다른 과학자들과의 지식 교류를 통해 확보했다. 창조성이 반드시 외로운 행동의 산물인 것은 아닌 것이다. 이처럼 창조성이 교류와 협력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현상이라면 창조경영은 재능이 아니라 프로세스와 문화의 문제일 수 있다. 집합 창의성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세스와 문화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왜 르네상스 시대에 주목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지식경제사회를 선도할 창의성의 형태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탁월한 상상력으로 전에 없던 것을 그려 보이는 ‘상상형 창의성’이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융합하고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르네상스형 창의성’이다. 천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기업 생태계 안에서 평범한 개인들의 아이디어를 창조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집합 창의성은 르네상스형 창의성에 가깝다.
실제로 르네상스 시대는 역사상 문화적 생산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다. 높은 문화적 생산성만큼이나 훗날 문화 예술의 토대가 되는 많은 창조적 기법과 작품들이 만들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언급할 때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과 같은 천재들을 빠뜨릴 순 없지만, 그렇다고 이 시대의 창조적 성과를 이 두 사람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어느 시대에나 천재들은 존재했다. 이 시대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오히려 천재들의 창조성이 꽃피고 문화 활동이 번창할 수 있게 한 시대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시대의 정신과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집합 창의성을 달성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문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리처드 루엑케 교수는 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이나 스킬(expertise), 융통성, 인내 등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creative thinking skill), 열정과 같은 동기(intrinsic motivation)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면 집합 창의성을 이끌어내 데 필요한 요소들을 개인 창의성의 3요소에서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전문적 지식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조직 안팎의 아이디어로, 창의적 사고 능력은 개방과 공유가 가능한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로, 동기는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게 하는 보상 시스템으로 치환해 보는 것이 가능하다(<그림 2>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사회 분위기를 살펴보면 확실히 집합 창의성이 꽃필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르네상스 시대는 부유한 가문들의 후원과 활발한 국제 무역 등으로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주요 도시들로 몰려들었으며, 지식을 펼칠만한 도구의 활용이 용이해진 시기이다. 중세시대에는 예술작품을 주문하거나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이 성직자들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예술에 종교적 색채가 강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시민계급이 상공업과 무역으로 성장하게 되어 종교에 예속되어 있던 예술의 대중화가 가능해졌다. 이는 특정 주제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창의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 시기는 예술가가 작품 활동을 통해 부를 추구하는 것이 받아들여지고 실제로 가능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은 이렇게 자유의 향유와 개인의 발전이 가능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독창성과 천부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우리 기업들도 르네상스 시대의 환경적 조건을 갖춘 조직 구성으로 창의성이 샘솟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모든 개인의 아이디어가 소중한 자원이 되고 이들이 효과적으로 융합되어 창조적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르네상스형 기업을 만들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기로 하자.
Ⅲ. 르네상스 시대에서 배우는 집합 창의성의 조건
1. 집합 아이디어의 확장과 강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조각, 회화, 건축, 토목, 군사무기, 물리학, 수학, 천문학, 지리학, 해부학, 동물학, 음악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천재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와 같은 팔방미인을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언급된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IBM이 최근 전 세계 765명의 CE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혁신적 아이디어의 원천은 조직 내·외부에 다양하게 퍼져 있다<그림 3>. 창조성을 중시하는 기업은 조직의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보원들을 적극 활용한다. 나아가 조직을 여러 배경의 사람들로 채우고 창조적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어장치를 가지고 있다. 혁신적 기업의 대명사인 3M은 창조적 아이디어가 기업의 위계구조로 인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윗사람이라도 제안된 아이디어를 거부할 때는 그에 대한 상세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창조적 아이디어에 필요한 지식 기반을 다지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사용했을까?
● 창조적 모방에서 출발한다
르네상스 시기는 많은 예술작품이 창조되었지만 표현 기법과 예술적 소재의 모방이 활발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활발한 모방의 와중에 예술사에 정점을 찍을만한 독창적 작품들이 완성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도 이 시기 예술의 특징이다. 고대 예술가들과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이 르네상스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창조의 모티브를 제공했던 것이다.
이처럼 창조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결과라기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창의적인 모방과 열정적인 재해석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지식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더해지면서 당연하게 생각되던 것에 의문을 품게 되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새로운 창조물이 만들어 질 수 있다(<주간경제> 923호, ‘창조적 모방, 혁신으로 가는 길’ 참고).
기업들 역시 벤치마킹을 통해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따라하기가 아닌 창조적 모방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해석과 응용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업계 내의 벤치마킹은 종종 창의적 해석과 응용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업계의 울타리를 넘는 벤치마킹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계적인 휴대폰 회사인 보다폰은 ‘탁월한 서비스’와 ‘창조적 체험’을 위해 리츠칼튼호텔과 싱가폴항공의 고객 서비스를 연구했다. 지금은 화장품 업계에서 일반화된 샘플 마케팅도 사실은 식품 분야에서 시작된 것이다. 향수 제품의 샘플 마케팅을 최초로 시작한 에스티로더는 우연히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케팅 행사에서 샘플 마케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에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작 뉴턴이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말이다. 선대 과학자들의 업적을 거인에 비유하고 자신의 통찰력도 사실은 그들의 업적에 기댄 바가 크다는 것이다. 이 말이 단순히 위대한 과학자의 겸손만은 아니다. 모든 혁신이 궁극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성과가 쌓여 이루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대상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예술가들이 더 이상 주문을 받고 작품을 제작하는 장인으로는 만족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까지 주로 사회 및 종교 단체를 위한 작업을 하던 예술가들은 마침내 자신의 생각과 후원자들의 사상을 표현하고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실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천편일률적인 모방을 지양하고, 자연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로 언뜻 눈에 띄지 않는 사물의 특징을 예술작품 속에 불어넣으려고 노력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작품의 정확한 구상을 위해 수학, 물리학, 의학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은 유명하다. 미술에서 최초로 르네상스의 문을 연 화가 지오토(1266~1337)는 파도바의 델아레나 성당 벽화를 작업할 때 이전 시대 화가들과는 전혀 다른 발상에서 출발했다. 중세의 화가들은 전해 내려오는 도상의 틀에 따라 성서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지오토는 ‘죽은 예수와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은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이러한 접근은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다.
오늘날의 기업활동으로 보면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후원자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작품의 수요자인 고객들의 니즈에 관심을 가진 것과 같다. 또한 보다 사실적 표현을 위해 다방면의 지식을 동원한 것은 드러나지 않는 실체, 즉 표현되지 않은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기업의 창의성이 목표로 해야 할 대상이 바로 고객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하는 노력과 그것이 바탕이 된 창의적 혁신은 실천이 쉽지 않은 만큼 그 방법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오토가 사실적인 그림을 완성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성서에 기록된 사실이 아닌 실제 상황에 대한 탐구를 했다는 점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시장조사가 아니라 고객 체험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목적에서다. 예컨대 3M 역시 고객 목소리를 반영한 제품 혁신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고객의 니즈를 듣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면서도 여기에서 얻어진 고객의 니즈에 대한 정보가 실제로 혁신을 이끄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고객이 말한 것 자체는 경쟁사들도 확보할 수 있는 비차별적인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조를 만들어 낼 만한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3M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말한다. 고객 중심의 창의성이 필요한 오늘날의 창조경영에서 고객의 마음을 정확히 아는 것만큼 중요한 지식 기반은 없다.
2. 다양한 생각을 융합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 중 하나인 베네치아는 세계 각지의 무역상들이 드나드는 국제 도시였다. 또 다른 중심지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의 문화 예술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덕에 각지로부터 재능 있는 사상가,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뒤섞여 있는 도시에 살면서 이곳 사람들은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 인시아드의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문화권에서 장기간 생활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고가 유연하다고 한다. 여기서 이들의 창의성이 높아진 것은 단순히 다양한 문화 경험으로 ‘지식’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타 문화권에서 겪었던 문화 충격과 대인공포, 생소한 언어에 대한 두려움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개방성이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은 다기능팀을 구성하여 다양한 구성원들의 지적 능력으로부터 창의성이 발현되기를 기대하지만, 다양성 그 자체가 창의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제에 대처하는 구성원들의 공유와 개방성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집합 창의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유와 의사소통은 어떠한 조건에서 가능할까?
● 비공식적 대화의 장을 만들어라
피렌체의 세력가인 메디치가(家)는 당시의 별장에 해당되는 빌라를 소유한 최초의 기업인 가문으로 기록된다. 주로 사업 관련 손님들을 만나는 피렌체 시내의 저택과는 별도로 피렌체 외곽에 휴식과 여가를 보내기 위한 호화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차려지는 점심 식탁에는 언제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시인, 철학자, 화가들이 모여들어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을 나누었다. 메디치가의 이와 같은 이중생활은 사소한 일상에서 한 발짝 비켜나 사업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실제로 예술가, 사상가들과의 대화가 메디치 가문의 사업 전략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공식적 대화의 장이 르네상스 시대의 황금기를 여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공식적인 대화가 가지는 장점은 사고의 자유로운 확장이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 공식적인 회의나 협상은 주제나 분위기에 걸맞아야 하므로 사고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절차를 따지다 보면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반면 비공식적인 대화는 우연의 효과까지 더해져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의외로 쉽게 끄집어낼 수 있다.
최근 창의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원들과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학회사로 출발했지만 바이오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의 접목으로 과학 기업으로 거듭난 듀폰의 섬유 파트에는 ‘오즈(OZ)’라는 자발적 모임이 있다. 6주에 한번씩 모여 창조적 사고가 신제품 개발로 연결된 회사 내 성공 사례들을 공유하는 자리다. 창조성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몇몇 전문가들로 시작했다가 말단에서 경영층까지 참여하는 전사적 모임으로 커졌다. 직원들의 비공식적 접촉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물리적 공간을 개선하는 기업들도 있다. 내놓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는 픽사(Pixar) 스튜디오는 직원들의 우연한 만남을 조장하게끔 건물을 설계했다. 카페테리아, 회의실, 화장실, 우편함 등 직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공간을 건물 중앙에 배치해 직원들은 일과 중에도 자연스럽게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구글 본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찰리의 카페(Charlie’s Place)’라고 불리는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한다. 빈 자리가 있으면 아무 테이블에 앉아 부서에 상관없이 일상사부터 컴퓨터 기술까지 다양한 것들을 소재로 삼아 대화를 나눈다. 구글 직원들은 찰리의 카페를 구글의 창조적 문화를 대표하는 명물로 꼽는다.
● 건설적 충돌을 피하지 마라
피렌체를 예술의 도시로 성장시켰던 요인 중 하나로 피렌체인들의 비판적 기질을 꼽을 수 있다. 분쟁거리가 생기면 다른 도시국가들의 2배나 되는 다양한 주장들이 일어났다. 이러한 비판적 기질은 정국 안정에는 도움이 뒤지 못했지만 학문과 예술 이 꽃필 수 있는 적절한 토양이 되었다. 걸작 ‘가타켈라타 장군상’으로 북부 이탈리아 전역에 명성을 떨친 된 조각가 도나텔로는 베네치아와 밀라노에서 그를 초빙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이를 모두 고사하고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갔다. 이유를 묻는 친구에게 그는 “베네치아나 밀라노에서는 피렌체 사람들의 거리낌 없는 험담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피렌체에서는 공방을 드나드는 손님들까지도 작품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했다. 아마추어 관중들의 비판에 반발하는 예술가도 있었겠지만 찬사든 비평이든 작품에 대한 평가는 작가에게 객관적인 시선을 알 수 있게 해줬을 것이다. 방문객들이 떠나면 황급히 작품을 수정함으로써 더 나은 작품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상상에 따라 목신(牧神)을 조각하던 소년 미켈란젤로가 미술에는 별다른 재능도 없었던 로렌조 메디치의 비판을 수용해 더욱 실감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늙은이들은 치아가 완전치 못하다는 것을 모르느냐”는 메디치의 비판에 미켈란젤로는 공들여 조각하던 목신의 치아를 모조리 부러뜨리고 보다 사실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마가렛 보덴(Margaret Boden)은 창조성의 기본 요소로 ‘정열적인 관심과 다른 사람들의 비난에맞서 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꼽았다. 그런데 조직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 자신감이 필요한 순간은 의외로 비판에 맞설 때보다 비판을 해야 할 순간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구성원들 간의 결속력은 원활한 협력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나친 친밀감은 오히려 팀의 성과를 저해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의 성과보다 관계 유지가 중요시되어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비판마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라따뚜이’의 감독으로 유명한 브래드 버드(Brad Bird)는 건설적인 비판은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부각시켜 결과적으로 강점들이 효과적으로 연결된 최상의 팀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패잔병들만을 모아놓고 ‘아이언 자이언트’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을 때 각자의 작업물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시간을 가졌다. 애니메이터들은 처음 두달 간은 서로의 단점을 지적해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 토론에 익숙해지면서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엄청난 학습 효과를 경험했다고 한다. 디자인 회사 IDEO의 직원들은 ‘테크박스’라는 상자를 이용해 성공담이나 불현듯 떠오른 각종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실패까지도 공유한다. 이렇게 공유된 지식이 혁신의 토대가 된다면 실패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생산적인 실패’가 된다. 건설적 충돌과 비판에 대한 배짱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한 공유의 기본 원칙이다.
● 예술적 소재를 활용하라
피렌체 사람들은 권력이 특정 집단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메디치 가문은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공익 마케팅 차원에서, 시민들과의 친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의도야 어쨌든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은 피렌체를 창조적 기운이 넘치는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예술과 창조성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보헤미안지수라는 것이 있다. 화가, 무용가, 작가, 배우 등 예술가들이 그 지역에 얼마나 사는지를 나타내는 것인데, 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지역은 창조지수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본의 가나자와, 미국의 뉴욕과 오스틴, 아일랜드의 더블린 등은 높은 보헤미안지수 덕분에 침체된 도시가 활기를 띠며 크게 발전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감성과 맞닿아 있는 예술은 편견을 없애고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훌륭한 소통의 도구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 교수는 ‘생각의 탄생’에서 창조경영의 출발점은 예술임을 천명하면서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 예술의 효과에 주목한 기업들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예술적 요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유니레버의 교육 프로그램인 캐탈리스트(Catalyst)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직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촉매라는 뜻의 캐탈리스트는 99년 유니와 레버가 합병되었을 당시 두 조직의 이질적인 문화를 조화시켜 전혀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문필가와 예술가를 사내교육 강사로 활용해 시나 연극과 같은 예술적 요소들로 대화를 시도하게 한다. 한 예로 ‘Live + Direct’라는 프로그램은 각팀 내에 일정 기간 배치된 직원들이 그간의 경험을 무대에 올리는 상황극을 따른다. 극을 통해 직원들이 평소 타인의 성공을 축하하는 태도, 동료 직원을 고립시키는 행동, 부하직원의 열정을 꺾는 상사의 공격적인 언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은 표현력과 대화법을 개선할 수 있었고 사내 의사소통에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 또한 창의력 개발의 바탕이 될 수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3. 창의성을 자극하는 보상 시스템 : 개인의 지적 재산권을 보장하라
중세에는 예술가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 작가의 개성이 표출되기 어려웠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예술가의 지위가 상승하였고, 작가의 개성과 주장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손재주 기술’의 장인이 아닌 당당한 예술가로서 대접받고자 이 시기의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양식과 작품의 주제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는 발명의 가치가 ‘특허권’이라는 보호장치를 통해 인정을 받은 최초의 시기이기도 하다. 1419년 피렌체에서 특허권이 교황청의 공식 인정을 받게 되면서 이 시기에 수많은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록 도시국가마다 다른 법을 적용받아 피렌체 밖을 벗어나면 큰 의미가 없었지만 적어도 자국 내에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발명품을 감추지 않고 책으로 기록해 다른 과학자들의 발명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다소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의 창의성이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되어 집합 창의성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아이디어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즉 집합 창의성을 만드는 개인들의 아이디어에도 보상이 있어야 한다. 집단 안에서 이루어진 개인의 창조가 집단의 것인지 개인의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창조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몰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의 기여도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아 창의적 발명품에 대한 권리와 창의적 인재 모두를 잃은 기업 사례가 있다. 겨울이면 거리를 푸른빛으로 수놓는 청색 LED는 일본의 중소기업 니치아화학에 근무하던 나카무라 슈지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이 발명 덕분에 기업은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발명가인 슈지에게는 미미한 보상만이 돌아갔을 뿐이었다. 결국 치열한 특허 공방 끝에 회사는 그에게 한화 2,000억 원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개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금전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프로젝트에 대한 주도권이라든가 모두가 인정하는 명예를 부여하는 것도 구성원의 동기를 자극하기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구글은 직원들이 자유로운 상상의 시간으로 활용한 20% 동안에 만들어진 아이디어들 가운데 공식적으로 추진할 80%의 프로젝트를 선별한다. 선별된 80%의 프로젝트의 팀 구성과 추진은 전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맡겨진다. 어떤 직원들은 아이디어가 채택되기 전에 ‘내게 이런 능력이 있으니 이런 기술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사람은 연락하라’는 자기 광고를 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팀원 하나 하나가 개인의 이름을 걸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한 구글 직원이 신문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 사람이 구글 어스를 만든 사람이야” 라고 동료들이 뒤에서 수군거릴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직원들이 몰입하게 하는 가장 큰 동기가 되기도 한다. 집합 창의성도 결국은 집합을 구성하는 개개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개인의 것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르네상스적 집합 창의성으로 기업의 창조력을 지속시켜 나가야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비틀즈의 기타리스트였던 존 레논의 부인이자 설치미술가로 유명한 오노 요코의 말이다. 지식경제시대의 요술램프를 열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은 꿈, 즉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꿈도 함께 꾼다면 보다 현실에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천재에 의존한 창의성은 언젠가는 끝이 나지만 집합 창의성은 문화와 프로세스만 유지된다면 지속가능하다. 경영에서 집합 창의성이 더욱 유효한 이유다.
우리가 집합 창의성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한 서양의 르네상스 운동이 한창이었던 15세기, 세종대왕은 ‘현명한 자들을 모아놓은 집’이라는 뜻의 집현전(集賢殿) 학자들의 도움으로 한글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우리 기업들이 15세기에 동·서양에서 펼쳐졌던 창의성의 놀라운 개화를 재현하는 꿈을 함께 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개인들의 꿈이 모아져 창조적인 폭발력을 발휘하는 르네상스형 기업으로 거듭난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지 천재가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천재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천재처럼 생각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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