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效환율(Effective Exchange Rate)’이란 특정 2개 통화간의 환율만으로는 알 수 없는 대외교역 면의 가격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원高’라고 할 때 그것이 달러화에 대한 강세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엔화나 유로화 등 여타 통화에 대한 강세에 기인하는 것인지에 따라 한국의 대외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달러화에 대해서만 강세를 보인 경우라고 한다면 대미 수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일본이나 EU 수출 등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한국의 수출총액이 300이며 그 중 대미 수출이 200이고 대일본 수출이 100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한국의 대미수출 비중은 2/3이고 대일 수출비중은 1/3이 된다. 그리고 원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환율변동과 엔화에 대한 환율변동이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원화를 기준으로 미 달러화 환율과 엔화 환율의 가중평균 환율을 구하게 되면, 원화 환율변동이 한국 전체의 대외수출 가격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명목 실효환율은 원화를 기준으로 하여 주요 통화들과의 환율에 무역비중(또는 수출가중치)을 가중치로 한 기하평균을 구한 후에 기준시점을 정해 지수화하는 형태로 산출되는데, 한미일 3국간의 환율과 교역관계를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주요통화 기준 환율)
- 미 달러당 930원
- 일본 1엔당 8원
(원화 기준으로 환산한 환율)
- 1원당 0.001075달러
- 1원당 0.125엔
기준 시점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930원이고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8원이라고 하자. 이는 미 달러화와 엔화를 기준으로 원화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위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원화를 기준으로 미 달러화와 엔화 환율을 생각해보면, 원화 1원에 대한 미 달러화 환율은 0.001075달러가 되며 원화 1원에 대한 엔화 환율은 0.125엔이 된다. 원화 1원을 기준으로 각 통화의 환율을 결정하게 되면 원화 1원에 대한 여러 개 복수통화의 가중평균환율 계산이 가능해지게 된다. 바로 이 원화를 기준으로 한 가중평균환율이 곧 실효환율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래에 나타난 바와 같이 1원당 가중기하평균 환율은 0.0000000161이 된다.
기준일 : (0.001075)2/3×(0.125)1/3 = 0.0000000161(=100)
1일 후 : (0.0011)2/3×(0.125)1/3 = 0.0000000168(기준시점 대비104.41)
그런데 기준 시점에서 1일 후에 원화 환율은 달러당 940원으로 약세를 보인 반면 엔화 환율은 1엔당 7.5원으로 강세로 바뀌었다고 하자. 이 경우 수출 가격경쟁력 면에서 원화는 강세로 바뀌었는지 아니면 약세로 바뀌었는지 애매하게 된다. 이 경우, 원화의 가중기하평균 환율을 구해보면 위에 나타난 바와 같이 0.0000000168이 된다. 이로부터 원화는 종합적으로 볼 때 수출 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세를 나타낸 것이 된다.
상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중기하평균 환율은 단위가 복잡하여 매우 불편하므로 기준시점의 가중기하평균 환율을 100으로 환산하면 1일 후의 가중기하평균 환율은 104.41이 되는데, 바로 이것이 명목 실효환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1일 후의 원화 실효환율은 기준시점의 100에서 104.41로 4.41% 상승한 것이 된다. 즉 1일 후의 달러화와 엔화 환율변동은 한국의 수출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원화 강세를 보인 것이 된다. 이처럼 원화를 기준으로 실효환율을 산정하게 되면 달러화나 엔화 등 여러 통화의 환율변동이 대외교역 가격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실효환율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원화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효환율이 올라가면 원화 강세(원高)를 의미하며 반대로 실효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약세(원低)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흔히 미화 1달러당 원화 환율이 930원이라고 할 때는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당 원화 환율이 950원으로 오르게 되면 원화 약세를 의미하고 반대로 900원으로 내려가게 되면 원화 강세를 의미한다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실효환율은 이와는 반대로 원화 1원을 기준으로 미 달러화 환율이 0.001075달러라는 식으로 계산을 하게 되므로, 원화 실효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원화 강세를 의미하고 반대로 원화 실효환율이 내려가게 되면 원화 약세를 의미하게 된다.
그런데 대외교역 가격경쟁력에는 명목환율뿐만 아니라 각국의 물가변동률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불변이더라도 미국내 물가상승률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효환율이 필요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실효환율에는 명목(nominal) 실효환율과 실질(real) 실효환율의 두 가지가 있다. 명목실효환율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여러 개 복수통화의 가중기하평균 환율을 말하는 반면,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환율을 해당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또는 생산자물가지수로 할인한 실질 환율을 기준으로 산출한 실효환율을 말한다. 그런데 실효환율이 대외교역 면의 가격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여 소비자물가지수보다는 생산자물가지수로 할인한 실질실효환율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실효환율과 수출기업 내부 목표환율(2)'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