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과 서울대교구 노인사목부 노인사목연구위원회 (위원장 윤현숙 교수, 담당 이성원 신부)는 7월 6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일본 고베(神戶)와 아카시(明石)의 노인대학 등 노인복지 관련 시설을 탐방했다.
노인사목연구위원회 위원들은 짧은 일정이나마 노인대학 두 곳을 탐방하면서 한국교회 노인복지사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방문단은 7월 7일 첫 번째로 '아카시 시립 고령자대학교'를 방문했다. 노인대학 운영 실태를 꼼꼼히 살펴본 위원들은 예정 방문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많은 질문을 쏟아내며 노인사목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드러냈다.
|
▲ 아카시 시립 고령자대학교에서 수업 중인 일본 노인들이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
#초고령 사회 속 노인 배움터 일본에 도착한 위원들은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많은 거리 인파 속에서 고령화 사회 현실을 실감했다. 음식점이나 백화점에 들어가도 노인 직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일본의 2010년 거리풍경은 2025년의 대한민국으로 시간 여행을 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65살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2.1%(2008년 10월 기준)를 넘어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나라다. 한국보다 무려 30년 앞서 고령화 사회(65살 노인인구 비율 7% 이상)를 맞았다. 현재의 일본은 15년 뒤 대한민국 모습이었다.
2010년 한국 노인인구 비율은 11.0%이다. 2020년께는 15.6%, 2025년께는 약 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06년)
아카시 시립 고령자대학교는 1981년 설립, 시내 다른 곳에서 수업을 해오다 아사기리(朝霧)중학교였던 현 건물이 1999년 폐교하게 되면서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흡사한 시설에 운동장과 실내 강당, 지하 스포츠센터를 갖췄다. 60살 이상 아카시 시민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잡기 편하도록 손잡이를 부착했고, 계단 하나하나에 미끄럼 방지재를 댔다. 휠체어가 드나들기 쉽도록 세면대와 거울을 낮춘 화장실, 교육과정에 맞게 음악실로 개조한 교실, 분실물 센터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학교는 3년제로 운영하는 본교와 시 서부지역에 있는 2년제 분교로 이뤄져 있다. 교육과정은 환경ㆍ원예코스와 음악교류코스, 건강 스포츠교류코스, 건강과학코스 등 7개다.
학교에는 학생 도우미라 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4명이 상주한다. 코디네이터는 노인들이 코스 선택이나 학교생활 등에 대해 문의하면 바로바로 도움을 주는 직원이다. 강사진은 현업에서 은퇴한 각 분야 전문가나 대학교수로 구성했다.
위원들은 원예수업이 한창인 한 교실을 찾았다. 수업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양해를 구하고 들어서자 학생인 한 할머니가 일행을 반기며 "재미 없는 수업인데 한국에서 우리를 보러 오셨다니 환영한다"고 말해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 서울대교구 노인사목연구위원회 위원들(서 있는 이들)이 7월 7일 아카시 고령자대학교 한 교실을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본교와 분교를 통틀어 406명인 재학생은 26개 봉사클럽에서 활동하면서 원예ㆍ스포츠ㆍ어학ㆍ건강 등 다양한 과목과 클럽활동을 통해 갈고 닦은 솜씨로 지역사회 봉사를 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시 당국이 학교를 설립한 가장 큰 목적은 지역 노인들이 배움을 통해 지역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원예를 배운 노인은 시내 공원이나 아카시역 같은 공공시설에서 화단을 가꾸는 봉사를 하고 있으며, 영어회화를 잘하는 노인은 초등학교에서 영어 회화강사로 봉사하고 있다. 클라리넷 등 악기 연주에 소질이 있는 이들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위문공연을 벌인다.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쓰레기를 줍거나 길 안내 등을 하며 지역사회를 밝게 가꿔가고 있다.
위원들이 "봉사할 곳을 어떻게 찾느냐"고 묻자 학교 관계자는 "직접 발로 뛰며 스스로 봉사활동 거리를 찾는다"고 대답했다. 위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내심 부러운 눈빛이었다.
노인들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자살자 수 증가'와 같은 지역 현안에 대해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가노 교장은 "요즘 고령자대학교 출신 봉사자를 파견해 달라는 지역사회 기관단체가 부쩍 늘었다"며 "봉사요청이 쇄도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아카시 고령자대학교가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한주형(마르첼리노, 교보생명 은퇴ㆍ투자교육 전문위원) 위원은 "행복하게 웃는 일본 노인들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천주교가 펼쳐야 할 노인사목 방향이 노인들에게 '즐거운 노후'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
▲ 중학교를 리모델링해 개교한 아카시 고령자대학교 건물. 건물을 낡았지만 노인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