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마을과 중세의 마을 프랑스 보나&이부아르
여행 칼럼니스트 노중훈
프랑스 론알프스Rhone-Alpes 주의 두 마을인 보나Vonnas와 이부아르Yvoire를 여행하는 방법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마을의 규모가 작아 돌아보기에도 수월할 뿐만 아니라 ‘음식’과 ‘중세’라는 확실한 테마가 있기 때문에 무엇에 집중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보나는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순박한 처녀의 모습. 마차 박물관과 성당을 제외하면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데,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잠적潛寂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보나에서 최고, 최대의 관광 자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조르주 블랑George Blanc이다. 조르주 블랑은 평화로운 기운이 미만彌滿한 이 작은 마을에 들어선 호텔 겸 레스토랑이자 마을의 이름보다 더 인지도가 높은 스타 셰프를 의미한다. 요리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후 20대 중반의 나이에 집안의 가업을 이은 그의 요리 솜씨는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수프와 지역 명물인 닭고기 요리를 맛깔나게 선보이며 소박한 식당을 가업으로 일군 사람이 바로 그의 할머니 엘리사였던 것이다. CEO가 된 조르주 블랑은 비즈니스 감각도 남달랐다. 주변의 고성을 사들여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개조, 이른바 조르주 블랑 체인의 밑그림을 마련했다. 미식가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고 영예인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프랑스 전역을 통틀어 16곳에 불과하다. 파리에만 10곳, 그리고 론알프스에 5곳이 몰려있다. 1981년 조르주 블랑이 이 ‘하늘의 별’을 딴 이후 ‘별 볼일 없는’ 촌구석인 보나에 오로지 그의 요리 하나 맛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방문하기 시작했다. 리옹 공항에서 140유로나 하는 택시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생겨나는가 하면, 조르주 블랑의 레스토랑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겨냥한 피자집과 호텔까지 생길 정도였다. 아닌 게 아니라 개구리 다리 튀김, 거위 간, 캐비아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조르주 블랑의 7코스 정찬은 맛의 진경眞境을 선사한다.
(왼쪽) 중세의 마을이라 불리는 이부아르에서 가장 높이 솟은 건물은 15세기의 성. ‘오감의 정원’이라 불리는 테마 식물원도 이곳 안에 있다.
론알프스의 대표 도시인 에비앙Evian 인근에 자리한 이부아르Yvoire는 시간이 멈춘 곳이다. 이곳의 시곗바늘은 아직도 14세기를 가리키고 있다. 각양의 돌들로 쌓아 올린 건물의 우툴두툴하고 투박한 벽, 두툼한 담벼락을 장식하는 날씬한 가로등과 붉은 꽃, 회벽과 창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도자기 화분들이 정겹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편입된 사람들도 아름답다. 자전거를 멈추고 아이스크림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아이의 정수리에 햇살이 자글거리고, 잔디에 벌렁 드러누운 배낭여행 커플의 어깨 위에 자유로움이 번지며, 막 요트를 띄운 부부의 뒷모습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골목골목의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으밀아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현재 이부아르의 주민은 약 700명. 올드 타운으로 한정하면 고작 80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 한 해 동안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무려 100만 명에 달한다. 한적했던 마을은 이제 연중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넘쳐난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만 보면 그야말로 환골탈태, 상전벽해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여일한 마을의 모습이다. 여기에는 마을 공동체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옛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건물을 함부로 헐지 않은 것이다. 미세한 개보수조차 조례 규정에 의거,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 결과 700년에 이르는 마을의 역사와 전통과 외양은 오늘도 훈장처럼 빛나고 있다. 이부아르에서 가장 우뚝한 건물은 15세기의 성이다. 마을 어디에서도 시야에 들어오니 좌표 구실도 한다. 화마를 겪은 이후 1930년대까지 지붕 없이 지내는 고초를 겪기도 한성에는 ‘오감의 정원’이라는 테마 식물원이 있다. 말 그대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다섯 가지 주제에 따라 정성스레 가꾼 다양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이곳의 주인인 부비에는 오감을 열고 식물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손으로 만지고 코로 향을 맡는 과정을 통해 식물과 교감하라 이른다.
이부아르에는 스위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지근거리에 스위스 제네바와 로잔이 있기 때문. 이부아르 선착장에 서면 레만 호 너머 스위스 땅이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선착장의 즐비한 개인 요트와 소형 보트들은 제 몸을 이끌어줄 주인 또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하마하마 기다린다. 알프스가 융기하면서 계곡이 내려앉아 산맥 안쪽 끝으로 생겨난 것이 레만 호로 이것을 사이에 두고 스위스와 프랑스의 영토가 포진한다. 이부아르를 떠난 유람선은 스위스의 니옹Nyon까지 경쾌하게 나아간다. 40여 분의 항해 동안 배 위에서 맞는 바람은 삽상하고, 배 위에서 맞이하는 풍경은 마음에 자릿자릿 배어든다.
1,3 창문 앞에 놓인 도자기 화분과 정겨운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엽서 등 시간이 멈춘 듯 아름다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이부아르의 풍경.
2,4 프랑스의 작은 마을 보나에서 최고의 관광 자원은 스타 셰프 조르주 블랑이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그가 선사하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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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파리를 거쳐 국내선 비행기로 리옹 공항까지 이동한다. 리옹에서 에비앙까지는 195km. 에비앙은 스위스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제네바를 통해 들어갈 수도 있다. 제네바 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걸린다. 에비앙에서 이부아르까지는 보트로 1시간 30분,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리옹에서 보나까지는 차로 약 1시간 소요.
*노중훈은 기자들에게 ‘글발 최고’로 꼽히는 경력 10년 차의 여행 칼럼니스트로 각종 매체 기고와 방송 출연 등을 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여행지의 겉모습이 아닌 그 내면으로 파고들어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녹여낸 글이 매력. 휴대전화 신호음이 로밍 연결로 나올 때가 더 잦을 정도로 세계 각국의 여행지를 쉼 없이 돌아다닌다. 지난해에는 인도관광부가 주최한 국가여행상 시상식에서 최고 외국인 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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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자갈길과 색색의 건물이 고색창연한 살바도르.
정열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열대의 그곳 브라질 살바도르푸드 칼럼니스트, 여행 작가 차유진 둘이 보낼 수 있는 가장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 허니문. 머릿속의 복잡함을 털어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한국과 반대편인 남미의 한 도시가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살바도르Salvador(현지인의 발음으로는 사우바도르)는 브라질 북부 바이아 주의 주도로 브라질의 첫 수도이자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브라질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포르투갈 사람들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남부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와는 달리 살바도르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위해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로 인해 흑인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렇기에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아프리카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종교가 있다. 일단 바다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보자.
살바도르의 어딜 가나 바다를 볼 수 있다. 살바도르의 중심인 펠로리뇨Peloulinho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한가롭게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의 풍경도 좋고 살바도르의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히베이라Riveira에서는 하루 종일 수영도 하고 동네 사람들이 수영하는 모습, 해조류를 말리는 모습을 보면서 달콤한 칵테일을 홀짝거릴 수도 있다. 살바도르의 중심인 펠로리뇨는 예전에 노예들을 매매하거나 사탕수수를 배에 실어 유럽으로 보내는 항구로 노예들을 체벌하는 데 쓰였던 나무 기둥의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도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자갈길과 색색의 건물들이고색창연한 곳으로 살바도르의 크고 작은 콘서트와 이벤트들이 해가 질무렵부터 밤이 깊을 때까지 계속된다. 이곳의 독특한 아프리카 문화를 맛보고 즐겨보기에 적당한 장소. 펠로리뇨 언덕 밑의 시장 메르카두 모델루 Mrcado Modelo에서는 에스닉한 민속공예품 쇼핑과 바이아 지역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벤더들도 즐비하고 바이아에서 시작된 브라질 무술카포에이라Capoeira를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객을 비롯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바닷가는 바하Barra로 오래된 등대와 검은 모래가 깔린 긴 해안선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바하부터 4km 정도 북쪽으로 계속 연결되어 있는 해안가를 걸어가면 나오는 온지나Ondina까지 아침부터 한가롭게 바다를 바라보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바닷가보다 치안이 안전하고 깨끗하며 숙박시설이나 괜찮은 레스토랑들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침 일찍 바닷가로 나와 해의 방향대로 파라솔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수평선 너머로 해가
2,5 거리 곳곳에서 밤이 깊을 때까지 작은 콘서트와 이벤트들이 계속된다.
3 현지의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소한 즐거움.
4 살바도르에서는 어딜 가나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6 살바도르의 중심인 펠로리뇨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한가롭게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라질 때까지 바다만 바라보며 시간을 즐기는 일. 바다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살고 있는 곳과 완전히 반대편에서 느릿느릿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보다 더 사치스럽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포르투 다 바하 Porto da Barra. 아주 잔잔한 바닷가여서 수영하기 딱 적당한데다가 금요일 밤마다 바닷가에서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음악을 들으며 별들이 가득한 하늘을 천장 삼아 배영으로 바다에 떠 있으면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살바도르까지 갔다면 꼭 다녀와야 하는 곳이 있다. 차를 타고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이타푸아. 고요했던 작은 어촌마을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으로 만든 것은 노래 한 곡의 힘이 컸다. 수많은 보사노바의 아름다운 가사들을 작사한 시인
비니시우스의 노래 ‘이타푸아에서의 오후 Tarde em Itapo?’가 바로 그 노래. 아름답고 한가한 이타푸아에서 오후를 보내는 일에 대한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듣는 이의 마음을 은은하게 흔들어놓는다. 아름답고 조용한 바닷가 풍경 말고도 이타푸아에는 살바도르를 대표하는 음식인 콩 반죽 튀김, 아카라제Acaraje를 가장 맛있게 파는집이 있다. 시아Cia의 아카라제는 이타푸아에 오는 이들이라면 꼭 먹어보는 별미 중의 별미. 신선한 재료로 금방 튀겨낸 아카라제에 매운 소스와 새우 삶은 것, 오이와 토마토로 만든 살사를 끼얹어준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차가운 코코넛을 마시며 바닷가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는것. 그야말로 낭만적인 노래 가사 그대로다. 뜨거움과 서늘한 고요함이함께 있는 브라질의 가장 오래된 수도 살바도르. 결혼, 아니 허니문이란 그런 시간 아닐까?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이들 앞에서 서약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들뜸과 동시에 걱정되는 묘한 감정이 가득한 시간. 마냥 행복해지고 싶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마냥 달뜰 수만은 없는 그런 순간들. 그러기에 그 불확실한 시간을 함께 느리고 단단하게 보내는 일이우리에겐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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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인천에서 카타르 도하나 미국 LA를 경유해 상파울루까지 가는 직항편을 이용한다. 대기 시간을 뺀 순수 비행시간만 도하 경유시 24시간, LA경유 시 22시간 30분 소요되는 장거리 노선. 상파울루에서 살바도르까지는GOL 등 브라질 국내선을 타고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차유진은 ‘손녀딸’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요리사이자 푸드 칼럼니스트. 특유의 글 솜씨로 <청춘남미:그래, 난 좀 뜨거워질 필요가 있어!>(포북),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모요사) 등 다수의 책을 내기도 한 재능 넘치는 멀티플레이어다. 짧은 여행은 수시로, 장기 여행은 평균 4년에 한 번씩 떠나는 여행 마니아인 그녀가 허니문으로 가기 위해 남겨놓은 곳은 타히티라고. 최근 쿠킹 스튜디오를 오픈하며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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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푸른 나무들, 전원풍의 예쁜 건물까지 하나같이 정겹고 소박한 곳이 바로 빠이다.
2,3,4 빠이에서는 꼭 걷기의 미학을 만끽해보라. 거리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레스토랑, 길거리 좌판이 가득해 하나하나 구경하며 걷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태국의 시크릿 유토피아, 빠이여행 작가 이민우 늦가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햇살의 속이 제법 단단하게 익어갈 무렵부터 결혼 소식을 전해오는 친구들이 한두 명씩 늘어난다. 결혼식에 올 수 있겠냐는 물음과 함께 신혼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한다. 대부분이 워커홀릭 커플들이라 허니문만큼은 ‘느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단다. 이 커플들에게 시크릿 레서피를 알려주듯 추천하는 여행지가 한 곳 있다. 도시의 편리함과 시골의 여유로움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곳, 즐겁지만 들뜨지 않고 차분하지만 지루하지 않 은 곳, 가을과 겨울에 여행하기 적합한 곳, 한국에서 비행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곳,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지 않아도 여신처럼 지내다 올 수 있는 곳. 태국 서북부에 위치한 은둔의 여행지, 빠이Pai가 그곳이다. 방콕, 파타야, 푸켓, 치앙마이처럼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여행을 자 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을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은 절친, 애인, 신부 또는 신랑과 이곳을 꼭 다시 찾곤 한다. 낭만 커플들이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오랫동안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의외로 소소한 것들을 파트너와 함께하는 것에 있다.
빠이를 찾는 커플들이 스물네 시간을 달콤하게 보내는 사소한 방법 몇 가지. 일단 느릿하게 흐르는 빠이 강과 들판이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 트렁크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침실의 침대와 발코니에서 흔들거리는 해 먹을 번갈아 오가며 마음껏 잠을 잔다. 잠자러 여행 왔어? 원 없이 잠 한번 자보는 게 직장인들의 희망사항 중의 하나다. 잠꾸러기가 되면 피부가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니까 곁에 있는 사람도 미남미녀로 보인다. 두 번째 걷기의 미학. 빠이에는 부담 없이 친구네 집에 놀러 가듯 산책할 수 있는 코스가 많다. 밭두렁과 논두렁 따라 걸으며 전원 일기 쓰기, 시골 마을이지만 국제적인 예술가 마을로 이름난 이곳에 숨은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는 작가들의 아틀리에와 갤러리로 작품 감상하러 다니기, 크고 작은 재래시장(모닝 마켓, 이브닝 마켓, 선데이 마켓, 웬즈데이 마켓)을 어슬렁거리며 열대 과일들의 맛도 보고 현지인들의 장바구니 물가도 가늠해보기, 아기자기한 길거리 좌판이 줄을 잇는 야시장 배회하기, 빠이 인근에 있는 마을로 원정 가기….
5 들판 위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집들이 정겹다.
6,7 시골 마을 특유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풍경과 맑은 눈의 아이들.이렇듯 무수히 많은 코스를 말없이 걷다 보면, 평생 함께 걸어갈 파트너의 걸음걸이 속도를 알아차리게 된다. 빠르든 느리든, 서로의 다른 점을 사랑하는 법까지 알 수 있다. 세 번째 맛 집 멋 집 찾기. 빠이는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파주의 헤이리 마을, 서울의 홍대와 상수동, 삼청동과 부암동, 신사동 가로수길의 분위기를 골고루 가지고 있다. 작고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을 순례하며 미식가 되기, 예술가들의 유쾌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기념품과 작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소장하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소품과 액세서리 쇼핑하기 등이 이곳 빠이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때 파트너의 취향을 눈여겨봐둬라. 살아가면서 특별한 날에 그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센스 만점의 선물을 할 수 있을 테니. 네 번째 엽서 쓰기. 인터넷으로 바로 받아보는 메시지도 좋지만 여행이 주는 아날로그의 맛을 느끼기에는 손으로 쓴 엽서가 제격이다. 우리나라 이정국 감독의 영화 <편지>를 태국 감독이 <연애편지>로 리메이크하며 이 영화를 빠이에서 촬영한 뒤로, 이곳에서 엽서 쓰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엽서 한 장씩 고른 다음, 편안한 카페에 앉아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써서 한국에 있는 신혼집으로 부친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허니문을 다녀와 파트너가 보낸 엽서를 받아보는 것, 색다른 기념품과 추억이 된다. ‘Do Nothing in Pai’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 티셔츠를 파는 곳이 빠이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모두 잊어도 괜찮다. 허니문인데 사랑하는 것 말고 애써서 꼭 해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생애 한 번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카페의 주인이 빠이는 시간조차 잊게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는 법이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빠이에서는 귀국할 비행기를 놓치거나 일정을 연장하는 커플이 많다는 사실. 그래서 빠이를 유토피아Utopia가 아니라 유토빠이Utopai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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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인천공항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직항을 탄다.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교통편은 다양하다. 로컬 경비행기로 날아가면 30분, 아케이드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4시간, 미니 밴을 이용하면 3시간쯤 소요된다.
* 이민우는 광고대행사 맥켄에릭슨, 베이츠코리아, 샴페인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지금은 업業을 전향해 늘 여행을 다니며 살고 있다. 그 결과물로 여행 에세이 <굿빠이 여행자 마을>(북노마트), <36.5℃>(동아시아), MBC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출가>를 담은 <출가, 마음을 찾아서>(동아시아, 공저)를 펴낸 바 있다. 그간 다닌 수많은 곳 중에서도 태국 북부의 산간 마을 ‘빠이’에서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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