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우의 『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기술의 발전과 인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오늘의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검토한 후 이를 토대로 결국은 잘 극복해갈 것이라 진단한다.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견되는 사회 변화와 그에 따라 부상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추적하고 있다. 뉴노멀로 불리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보았다. 르네상스형 인간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잠재력을 믿는 창조자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중세 유럽의 페스트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인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역시 르네상스형 인간이 요구된다. 이들은 타인이나 자연과 교감할 줄 알고, 새로운 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인간을 깊게 이해하고 인간적인 가치를 제대로 일깨워준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르네상스형 인간이 부상하는 시대가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류역사는 물질주의가 팽배했던 시기에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출현시켰다.
지금은 그 중심에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다. 세계적인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지속해서 채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을 이끄는 실리콘밸리는 인문학을 통찰하며 혁신을 유지하고 기술로 인류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클라우드 슈밥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시합으로 인해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리고 2020년 지구를 덮친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은 이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은 소셜 미디어와 사물인터넷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며, 기술 융합으로 인류의 행동 양식뿐 아니라 생산 및 소비 체제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용합, 플랫폼 경제, 일상성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하는 시대를 사는 최초의 인류가 되는 셈이다. 드론이 택배를 배송하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다니고 투자나 번역 등 지적 업무들도 인공지능이 대신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예술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위해 발명된 기계지만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인간의 고유 능력이던 인지능력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관한 논쟁도 뜨겁다. 마크 저커버그는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이용하는 기술일 뿐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류의 역사에 치명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쓸모없는 계급 혹은 무용 계급(useless class)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실질적 위협은 일자리 문제다. 그 동안 기술 발전은 노동과 자본 시장이 함께 발전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사회적 경제적 성장을 견인하겠지만 기술로 얻는 부와 편익이 소수에 집중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취약한 노동 시강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크며 경제성장이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기업들은 기계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변수가 많은 인간보다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인공지능 시대가 빈부격차를 극대화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고민도 상당하다. 만약 초지능인 슈퍼인텔리전스가 안전하게 운용된다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을 책임지고 인류는 여가를 즐기며 행복을 추구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인공지능이 인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에게 닥칠 세 가지 위기를 핵전쟁, 지구온난화(기후변화), 과학기술로 인한 실존적 위기를 거론한 바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환경에 대해 사람들은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 발전이 얼마나 취약한지도,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결과 지속 가능한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국제적으로 화석 연료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 중이다.
최근 부상하는 진화론은 다윈의 적자생존론이 아니라 린 마굴리스의 공생명론이다. 지구 생명체들이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사는 운명의 공동체라는 말이다. 개체들이 함께 모이면, 서로 많이 도우며 지능적으로 발달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인류는 인간이 모든 종 가운데 가장 귀중하다는 휴머니즘이라는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물을 대해왔다. 즉, 자연을 일종의 도구로 보고 인간의 목적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해왔다. 서식지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동물들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류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지구 생태계가 복원되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혼란을 주었지만 지구는 더욱 건강해졌다. 인류가 다른 종과의 공생을 저버리고 무분별한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경고로 읽기에 충분하다.
이는 자연스레 인류가 휴머니즘을 넘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탈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그런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을 ’감성적 인간‘이라고 한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이야기이며, 마침내 꿈과 이야기를 사고파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인간은 ‘사유와 협동의 능력’을 지녔으며, 오직 인간만이 대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일찍이 인류는 언어로 다양한 사물에 이름을 붙였고 은유로 추상적 의미를 만들었으며, 이야기, 전설, 신화, 종교, 철학,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각종 플랫폼 속 이야기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플랫폼은 우리 생활습관 자체를 변화시켰다. 그 결과 디지털 콘텐츠들은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었고,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이 주목받는다.
이제 많은 부를 창출하는 기업들은 양질의 제품이나 합리적인 가격과 질 높은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와 가치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 기기를 전 세계에 선보일 때 선택했던 방식 또한 ‘이야기’였다.
그는 스마트폰이 단순한 기계가 아닌 새로운 삶으로 진입하는 매개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생충>,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등 이른바 k-culture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이야기는 이제 엄청난 경제적 편익을 촉발하는 분야가 되었다.
이러한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인문쟁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인문적 소양이야말로 기술시대에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리콘 벨리에서 성공한 인물들은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적 소양을 균형 있게 가진 사람들이다.
인문학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의미한다. 인문학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삶의 가치들을 끊임없이 평가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에 끝없는 질문과 아이디어를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문학은 현재에 대한 저항을 기본 활동으로 삼고,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인문학을 학습함에 따라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게 된다.
인문쟁이는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각을 모두 가진 사람으로 현재 글로벌 기업이 가장 원하는 인재이기도 하다. 인문쟁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 줄 알며, 기업은 제품에 인간의 감성을 담고 있다.
스티브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을 혁신의 비결로 든 바 있다. 그가 말한 인문학은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이며, 이는 인류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교양을 말한다. 현대의 리버럴 아츠에는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이 모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