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이 삶의 질을 바꾼다
아기를 갖게 된 순간부터 어마 아빠는 아이의 미래를 구상한다. 처음의 바람은 소박했다.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충분하다 싶었다. 심성 곱고 반듯한 아이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엄마 아빠는 하나 둘 욕심을 보태기 시작한다.
이제 첫 돌을 맞이한 아이가 왜 옆집 아이보다 걸음마를 빨리 떼지 못하는가 안달하더니, '엄마' '아빠' 라는 말을 언제 시작하는지 조바심 내고, 생후 18개월에 기저귀 뗐다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는다. 그러고는 누구보다 한글을 빨리 떼겠다며 교재, 교구의 힘을 빌려 경쟁에 돌입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둔 유명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언제 연락이 오나 노심초사하고, 막 세 돌이 되었을 뿐인데 요즘 트렌드라는 각종 교육 기관으로 아이를 내몬다...... 처음의 소박한 바람으로 일관했던 부모도 '남들은 다 한다'는 생각에 점차 불안해지긴 마찬가지. 웬만한 강심장 부모 아니고서는 소신있게 아이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초超조기교육이라는 말로 대치된 조기교육과 조기유학, 교육이민, 영재교육, 국제중, 특목고 등의 단어는 언제나 신문과 인터넷뉴스를 장식하며, 엄마 아빠의 입을 오르내린다. 2008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교육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며 2003년 13조 6,000억 원이었던 사교육비가 2007년 20조 400억 원으로 5년간 무려 6조 4,400억 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이 중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전체 비용의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되 경제사정은 불안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열풍은 도통 식을 기미가 없다..
부모 입장에서 그럴싸하게 포장하자면, 내 아이가 잠재된 능력을 마음껏 키울 수 있도록 자양분을 제공해 아이가 원하는 사회적 지위를 얻게 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잘나고 똑똑했으면, 그래서 성공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전제되어 있다. 또래와의 경쟁에서 수조롭게 우위를 차지하고 학교에서는 영재, 사회에서는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미리 손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이런 사회현상이 빚어낸 또 다른 모습. 몇 해 전부터 우리 동네 골목, 놀이터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각종 학원으로 내몰리는 통에 초등학생도 직장인의 하루 노동 시간과 맞먹게 공부한다. 과도한 조기교육 스트레스로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유사자폐나 ADHD, 분노발작, 소아우울증 등의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설령 지금까지는 부모가 기대했던 대로 아이가 잘 따라주었다 해도 정말 부모가 원하는 성공한 인재가 될 것인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성장과정에서는 언제든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성공지상주의는 자칫 아이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심,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심, 성공을 위해서라면 불법과 편법도 괜찮다는 도덕불감증 등, 한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가정과 학교의 잘못된 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이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 정작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부모가 꼭 심어줘야 할 기본 덕목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덕성 같은 아이의 내면보다 영어능력, 컴퓨터 자격증, 한자 급수 같은 스펙 키우기에 연연해온 부모라도, 선의善意에 대해서는 의심할 수 없다. 부모의 욕심은 단지 '아이가 행복했으면' 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상자의 겉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오해가 있었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제 우리는 내 아이를 진짜 행복하게 만드는 조건은 도덕성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며, 도덕성의 참된 정의는 무엇인지, 부모가 아이의 도덕성을 키우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풀어갈 것이다. 도덕성에 무족해야 하는 이유, 내 아이가 현명하게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