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레스크 vs 옴니버스
① ‘피카레스크’의 유래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출발한 서구의 ‘악한소설(惡漢小說)’을 피카레스크 소설이라 한다. 16세기 중엽의 스페인에서 시작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영국에서 더욱 성행하게 된다. 특히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초래된 사회 변화 과정에서 나타하기 시작한 사회범죄의 악과 모순들이 작품 속에 반영되어 나타났는데,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그려냄으로써 일반사람들의 피해 가능성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창작된 소설이 악한소설이다. 에드윈 무어(Muir)는 악한소설은 수많은 상황과 다양한 대상을 제공하여 풍자적, 해학적, 비판적 묘사를 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했다.
악한 소설이 취하고 있는 형식을 두고 피카레스크식 구성이라고 한다. 구성면에서는 인과 관계에 의한 사건의 치밀한 진행보다는 각기 독립된 여러 가지의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나열해 가는 병렬적 구성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개별적 이야기는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이야기틀에 속한다.
이야기 (1) + 이야기(2) + ......... = 전체의 이야기 틀
복카치오의 ‘데카메론’이 대표적이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박태원의 세태소설인 ‘천변풍경’이 대표적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비치는 청계천 주변의 풍광과 세태를 순간순간 포착하여 연결해 나간 소설이다. 사건들 간의 긴밀한 연관관계는 없다.
② 피카레스크식 구성
피카레스크식 구성은 단순 구성이나 복합 구성처럼 통일성 있게 짜여 있는 구성이 아니라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들이 연속해서 전개되는 구성인데, 이 때 이야기의 하나하나는 독립해 있으면서 전후 맥락이 있어야 한다. 이는 16세기 중엽에서 17세기에 걸쳐 유행했던 악한 소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러한 구성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같은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매일 한 사람이 한 편씩 열 명의 사람이 열편의 이야기를 십 일간 계속하여 백 편의 이야기를 모은 '데카메론'은 동일한 주제의 작품이 열편씩 진행되는 가운데 당대 이탈리아의 세태와 풍속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또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같은 연작소설이나 홍명희의 ‘임꺽정’도 이에 속한다.
③ 옴니버스식 구성과의 차이점
옴니버스는 '합승마차'라는 뜻으로 마치 합승마차가 승객이나 이동의 목적은 달라도 크게 보면 하나의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는 점에서, 서로 작은 주제와 인물이 다르다고 해도 거대한 주제가 동일한 경우를 옴니버스식 구성이라고 한다.
피카레스크식 구성은 독립된 각각의 이야기에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방식이다. 하나의 주제나 제목 아래 몇 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모여 있다는 점에서 옴니버스식 구성과 유사하지만 옴니버스식 구성은 서로 다른 중심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옴니버스식 구성>
동일한 주제 --<다른 주인공, 이야기>--> 함께 묶음. 예) 봉산탈춤.
일화 + 일화 + 일화 : 동일 주제
<피카레스크식 구성>
동일한 주인공 --<다른 사건>--> 동일한 주제 (연작 소설 형식)
A + B + C : 동일 구성
예를 들어 동일한 주인공이 매번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즈 전집'은 피카레스크식 구성이며, 가면극 '봉산탈춤'은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왜냐하면 봉산탈춤의 노장 과장은 노장과 취발이, 양반 과장은 말뚝이와 양반 삼형제, 미얄 과장은 미얄과 영감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나 ‘봉산탈춤’의 각 과장은 모두 반봉건, 근대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첫댓글 현대인의 그늘진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카메라 렌즈에 비치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 영원한 길찾기란 생각도 해봅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편을 이런 구성으로 한번 가볼까하고요.^^
잘 읽었습니다.
소설 참 어렵네요...앞으로 많은 가르침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