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681m, 경상 남해군 이동면, 상주면)
산내들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비단물결의 산과 바다를 찾아
◆ 산행일자 : 2008. 4. 27(일)
◆ 산행인원 및 주관 : 86명, 영주 산내들산악회를 따라
◆ 차량경로 ▶ 갈 때 : 영주 - 중앙고속(동명휴계소) - 구마고속 -
남해고속(남강휴계소) - 사천I.C - 삼천포 -
창선삼천포연륙교 - 창선대교 - 19번국도 -
금산입구 주차장(11:30 도착, 5시간 소요)
▶ 올 때 : 창선대교 - 사천I.C - 진주 J.C에서 대전
진주간고속 - 함양 J.C에서 88 올림픽고속
(거창휴계소) - 대구 -중앙고속(동명휴계소) -
영주 (23:00 도착 5시간 소요)
◆ 산행시간 : 4시간 (점심, 휴식, 사진포함 ; 3시간 정도면 충분함)
◆ 산행코스 : 금산매표소(11:40) - 쌍홍문(12:30) - 보리암(12:40 -
13:00 - 정상(13:10) - 중식(13:50) - 단군성전(14:00) -
상사바위(14:10) - 좌선대(14:30) - 흔들바위14:38) -
제석암(14:42) - 쌍홍문(14:46) - 금산매표소 주차장(15:40)
▲ 남해 금산 위치도
▲ 산내들 산행경로
'소금강산'이라고도 불리는 금산은 아기자기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산 자체의 생김새만으로도 여느 산 못지않은데, 여기에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까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름 그대로 비단과 같이 아름
다운 산이다. 바위마다 줄줄이 걸려있는 전설들은 수려한 풍광을
가진 금산에 영적 기운을 불어넣어 명산으로서의 생명력을 부여해
주었나 보다.
이러한 남해 금산을 찾아가는 길은 즐거운 일이다. 영주 산내들산악회
회원 86명을 태운 전세버스는 남해를 향해 출발한다. 창선삼천포연륙교와
창선대교를 건너 금산 입구까지 가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하기야 남해
섬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비탈을 깎아 만든 다랑이논의
푸릇푸릇한 보리, 올망졸망한 집들, 그리고 남해바다의 풍경이 정겹고
평화롭다.
▲ 금산 주차장에서 바라본 정상부근 실루엣
이런 풍경을 지나 금산 입구에 도착한다. 울창한 숲 위에 갖가지 모양
의 바위가 얹혀 있는 모습이 우리를 압도한다. 소나무 숲 속으로 난 넓은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길은 처음에는 완만하다가 점차 가팔라진다.
돌로 만들어 놓은 계단은 흙이 씻겨가지 않아 좋기는 한데 걷기에는
불편하다.
▲ 매표소를 지나 금산 초입부터 연록의 푸르름이 운치있다
▲ 벌써 철쭉이 만개한걸보니 남쪽나라는 따뜻한가 보다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는 네 신선이 놀았다는 사선대(四仙臺)가 우리를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바위 군상이 시작된다. 쌍안경 같이 생긴 두 개의
둥그런 굴이 뚫려 있는 쌍홍문이 퍽 특이하다. 옛날 부처님이 돌배를
만들어 타고 쌍홍문 오른쪽 굴로 나가 남해 앞 바다에 있는 세존도의
한복판을 뚫고 나갔다는 얘기도 전한다.
왼쪽에는 장군이 칼을 짚고 쌍홍문을 향하여 서 있는 형상의 장군암이
있다. 장군암은 생김새나 위치가 영락없이 쌍홍문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이다. 장군암을 타고 올라가는 송악이라는 덩굴 식물이 푸르르다.
쌍홍문에서 상주해수욕장과 바다를 바라본다.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
욕장이 그윽하고, 몇 개의 섬을 넘어 넓게 펼쳐지는 바다가 시원하다.
섬 전체가 쭉쭉 뻗은 바위로 빚어져 남해의 부속 섬 중에서는 제일 아름
답다는 세존도가 손끝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와야 하건만 흐린 날씨라
시야가 거기까지 미치진 못한다.
▲ 쌍홍문 (우측 계단으로 올라 내려올때 좌측에서 만남)
▲ 쌍홍문에서 내다본 바깥세상
쌍홍문을 지나자 몇 십 미터도 못 가서 오른쪽으로 음성굴과 용굴이
자리잡고 있다. 높이 2m에 길이 5m의 음성굴에 들렀다가 용이 살다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굴로 들어간다. 깊이가 15m 이상 되어 보이는 굴은
서서 들어갔으나 점차 높이가 낮아져 마지막에는 앉아서 들어간다.
굴이 끝나는 지점에 촛불이 켜져 있고 조그마한 석조 불상도 놓여 있다.
촛불이 없고 불상이 없다해도 동굴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곳이다.
▲ 무슨바위일까? 괴물개구리??
머리 위로 보리암과 해수관음보살상이 보인다. 관음보살상 앞에 선다.
조그마한 삼층석탑 앞에 자리잡은 해수관음보살상은 조성된 지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덧 보리암의 상징처럼 되었다.
보리암 관음보살상은 강원도 양양 낙산사와 강화 석모도 보문사의
관음보살상과 함께 치성을 드리면 효험을 보는 3대 관음보살상으로
손꼽힌다. 보리암 역시 낙산사,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관음보살상 앞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관음보살상 앞에서 보는 보리암 뒷편의 바위 봉우리가 웅장하고
위엄 있다. 그래서 이름도 대장봉이다. 보리암은 이렇게 대장봉 벼랑
아래에 절묘하게 걸쳐 있다. 이런 자리를 두고 풍수가들은 선인대좌형국
(仙人大坐形局)으로 말한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절경에
선인이 내려와서 남쪽의 바다를 감독하는 영원무궁한 선계의 표상'
이라는 설명이다.
▲ 해수관음보살상과 보리암 뒤로는 대장암
대장봉 왼쪽으로 농주암, 화엄봉, 일월봉, 제석봉, 그리고 더 멀리 상사암 등 여러 가지 모양의 바위 군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쪽빛으로 반짝여야 되는데 흐린 날씨로 그렇치 못하니
전번달 사량도에서 본 바다색깔을 상상만 해본다. 남해의 본 섬을 둘러싸고 있는 조그마한 섬들이 형제들처럼 정답게 모여 있다. 다만 일망무제로
펼쳐질 푸른 바다의 광활함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이렇듯 푸른 한려수도에 치솟은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을 선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름다운 바다와 아름다운 산의 동거는 '맑고 밝음'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그런지 보리암에서 며칠을 묵기만 해도 '마음의 눈(心眼)이 열린
다'는 과장된 표현까지 나오기도 한단다.
▲ 형사암(좌)과 대장바위(우)
▲ 보리암 뒤의 풍경
▲ 정상을 접수한 여성 회원님들
또한 금산은 이성계를 왕위에 오르도록 도와준 산이다. 이성계가 천운을
바라며 백두산에 들어갔으나 산신이 받아주지 않았고, 두 번째로 들어간
지리산마저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이성계는 남해 섬 보광산(금산의 옛 이름)에 들어와 백일
기도를 올리고서 비로소 왕조 창업의 뜻을 이루었다. 왕위에 오른 태조
이성계는 은혜를 갚고자 보광산 전체를 비단으로 감싸려 했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산의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쓰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보광산이라 부르던 이름이 금산(錦山)으로
바뀌었단다.
▲ 정상에서 내려다본 보리암과 멀리 상주면소재지
신의대라 불리는 키 큰 산죽이 정상으로 오르는 선남선녀들을 환영하는
것 같다. 이윽고 정상에 있는 봉수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봉수대는
금산을 에워싼 한려수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망대라 부른다.
망대에 오른다. 복곡저수지 쪽에서 올라오는 도로가 동쪽으로 바라보인다.
주차장에 많은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금산으로 오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 북서쪽으로 호구산(617m)과 더 멀리 망운산(785m)과 북동쪽으로
보여야 할 남해 본 섬 다음으로 큰 창선도의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올망졸망한 섬들과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남해 바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북쪽의 지리산, 서쪽의 여수반도,
동쪽의 통영과 거제도의 모습도 마음속으로 그려볼 뿐이다.
▲ 이상하게 생긴바위 - 무엇을 닮았을까?
단군성전 위 능선으로 다시 돌아온다. 서쪽으로 계속 가면 진시황의 아들
부소가 유배되어 살았다는 전설을 가진 부소바위로 이어지겠지만 이 길은
다음 기회에 밟기로 한다. 단군성전 위 안부에서 곧바로 보리암으로
내려가지 않고 제석봉 쪽으로 향한다.
▲ 상사암
머얼리 상사암의 웅장한 모습이 바라보인다. 상사암에는 상사병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돌쇠라는 머슴이 주인집 딸을 짝사랑
하여 애를 태우다가 죽어 구렁이가 되었다. 이 구렁이는 주인집 딸을
휘감고 풀어주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주인의 꿈에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나타나 금산에 있는 높은 바위에서 굿을 해보라고 한 뒤 사라졌다.
노인이 시키는 대로 하였더니 구렁이가 된 돌쇠는 마침내 딸을 풀어주고
자신은 그만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고 하는 얘기가 그것이다.
상사암 오른쪽에는 향로처럼 생긴 향로암과 촛대 모양의 촛대봉이
자리 잡고 있다. 음수대를 지나자 숲은 완전 활엽수림으로 바뀐다.
뒤를 돌아본다. 나목들 사이로 상주해수욕장과 남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춤을 춘다. 위로는 벼랑에 걸려 있는 듯한 보리암의 건물이 아슬아슬하다.
▲ 상사암에서 바라본 보리암과 정상부근의 기암괴석
▲ 시계불량으로 앵강만의 모습은 흐리지만 기기묘묘한 바위
군상들의 모습은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흔들바위를 만난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큰 바위 끝에 조그마한 돌이
얹혀 마치 자라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라바위라고도 하는데
두사람 정도가 힘을 가하면 흔들린다고 한다.
흔들바위 몇 발자국 앞에는 제석봉이 자리잡고 있다. 제석봉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기암괴석에 감싸인 산중에 별장처럼 여관 하나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이 여관에서의 하룻밤도
꽤 운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 여관에서 묵으면서 정상 망대에 올라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고, 아침과 저녁나절에 내뿜는 보리암의 그윽한
향기를 맛보는 정취는 환상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관 왼편에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윤필거사 등이 앉아서 수도했다는
좌선대가 있다. 욕심 같아서는 좌선대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겨보고 싶으나 시간이 허용하지 않으니 이내 발길을 돌린다.
제석봉에서 음성굴 쪽으로 조금 내려가자 왼쪽에 일월봉이라 불리는
암봉이 두 개의 바위로 층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이 층암으로 되어있는
바위가 가까이서 보면 날 일(日)이고, 멀리서 보면 달 월(月)자 모양을
하고 있어 일월봉이라 부른다.
일월봉 옆의 화엄봉을 멀리하고 쌍홍문으로 내려와 올랐던 길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 산행후 하산주의 맛은 꿀맛! - 산행대장님은 무슨예기를?
어느덧 금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뒤풀이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창선대교
남해군 창선면과 사천시 삼천포항을 잇는 대교아래 횟집에서
싱싱한 횟거리와 바다내음을 안주삼아 화기애애한 뒷풀이를
하고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정말 보람 있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다.
- 산그리메 -
Andre Riew - Spring Blossom(Sakura)(벗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