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양천구 소재 서서울호수공원에 가니 비행기가 다가오니 분수가 자동으로 작동되는 것을 봤다. ‘소리 분수’다. 서서울공원은 김포공항 옆에 위치하고 있어 항상 비행기 소음이 크다. 도롯가에서 소음을 이겨내는 숲은 가능하지만 항공기 소음을 어떻게 공원에서 줄일까 하면서 관찰했다. 비행기가 가까이 오면 소음 센서에 의해 분수가 올라간다. 사람들은 청각보다는 시각이 우선이니 소음이 클 경우 상대적으로 분수에 눈을 돌린다. 공원 방문객은 소음을 크게 느끼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도시는 시끄럽고 숲은 조용하다. 두 곳에서 소리를 기록해 그래프로 보면 시간대별로 높은 또는 낮은 주파수가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낮다가 높음을 나타내는 곳은 도시다. 손가락 지문처럼 음성도 성문(voice print)으로 표현할 수 있다. 숲은 높낮이가 낮으며 부드럽다. 내가 그 그래프를 롤러코스터처럼 탄다면 도시에서 그래프는 갑자기 높다가 낮아져서 튕겨 나가지만 숲에서는 음성 그래프 선 위에서 내가 높았다가 낮았다가 멈췄다가 하면서 즐거운 다양성과 안정성을 느낄 것이다. 특히 숲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실험에서 새소리와 물소리에 사람들은 가장 평온함을 느꼈다.
양재시민의숲의 그늘
코로나 이후 도시숲은 누구든지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우울증, 코로나 블루에 대응할 안식처, ‘나만의 케렌시아(Querencia)’로서 중요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숲이 많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시숲의 위성영상자료를 활용하여 도시의 녹색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했으며 우울척도(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 Depression Scale, CES-D) 문항으로 평가해 총점이 16점 이상인 경우 우울 증상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국민건강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7개 특·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도시숲과 우울 증상(depressive symptoms)의 연관성에 대해 평가했다. 7개 도시의 각 구(區)별 도시숲 수준을 평가하여 4분위(quartile)로 나눴고 각 개인의 성별, 교육수준, 직업, 소득수준, 혼인 유무, 건강 행태 및 지역의 경제 수준 등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의 효과를 보정했다. 그 결과 도시숲이 가장 많은 지역(Quartile 4)에 사는 사람의 우울 증상 위험도가 도시숲이 가장 적은 지역(Quartile 1)에 사는 사람보다 평균 18.7% 낮았다.
홍릉산림과학시험림에서 측정된 관목울타리의 소음 저감 기능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숲 내 폭 7m, 높이 1.2m 크기의 울타리(회양목, 담쟁이덩굴, 산철쭉, 명자꽃, 주목, 서양측백나무, 칠엽수, 모과나무)에서 소음 저감 기능을 측정한 결과 관목 울타리는 약 16%의 소음 저감 효과가 있었으며 숲 내부까지는 약 32.2% 소음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관악산(하)의 숲 그늘
도시에서 골칫거리 중 하나는 소음이다. 이 소음을 숲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공항 주변에서는 소리 분수를 이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읽었다.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도 중요하지만 청각과 정신을 바르게 하는 숲의 힘이 여기에 있다. 한 번씩 숲에서 명상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