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도 산이 있음을 확인한 영장산
1. 일자 : 2013. 9. 1 (일)
2.
장소 : 영장산(414m)
3.
행로 및 시간
[이매역(09:10) -> 마을(06:27) -> 매지봉(06:57) -> 솔밭쉼터(07:23) -> 영장산(07:40-45, 태재 6.2km) -> 거북재(07:52, 360m) -> 곧은재(08:01, 300m) -> (주택단지) -> 율동뒤능선(08:36, 태재 3.1km) -> 새마을고개(08:46, 204m) -> 봉적골고개(08:58) -> 넘어골고개(09:05) -> 묘소(09:14) -> 태재(09:18)]
4.
동행 : 홀로
(당초 영장산, 불곡산 산행을
준비하였으나 배고픔 때문에 영장산-태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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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산, 불곡산
산행을 준비하며 >
대간 산행이 없는 토요일은
어김없이 어느 산엘 가나 하는 고민이 든다. 이번 주는 예외다. 회사
제품 전시회 금요일까지 이어지고, 고생한 직원들과 술 한 잔 하려고 토요일 산행 계획을 잡지 않았다. 산행 장소를 결정하고, 예약을 하고도 성원이 차지 않으면 어쩌나, 길 사정을 어떨까 하는 걱정에서 해방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간
산행을 준비하는 행위가 어지간히 스트레스였나 보다.
모처럼 일요 산행을 준비한다. 행선지는
이런 날을 위하여 갈무리 해둔 분당의 영장산과 불곡산이다. 오래 전 어렴풋이 성남시계 종주산행기에서
본 적이 있는 코스였는데 최근 우연한 계기로 상세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일단 들머리 이매역이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여서 접근이 좋다. 날머리를 정자역으로
잡으면 전철산행이 된다. 마음만 먹으면 실행에 옮기기 쉬운 산행지다.
일단 일요일 아침 산행으로 마음을 정하지만 금요일 회식이 길어지지 않으면 토요일 새벽 산행도 가능하다. 근교 산행만이 줄 수 있는 탄력성이다.
산 길의 대강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이매역 1/2 출구를 나와 나지막한 종지봉, 매지봉을 지나 영장산까지는 1시간 30분쯤 소요될 것이며, 이후
능선을 따라 불곡산까지 2시간 30분, 이후 정자역까지 30분 전체적으로
16km, 4시간 30분 도심의 낮은 산 치고는 거리와 시간이 만만치 않다.
<
희망사항
>
가끔 가족들에게 “가까운 곳에 보물이 있는데 자꾸 먼 곳을 기웃거리지 마라”라고 훈계하곤
했다. 오늘은 이 말은 내게도 적용된다. 늘 멀고 높고 새로운
산을 추구하지만 둘러보면 근교에도 훌륭한 산들이 적지 않다. 오늘 오를 영장산, 불곡산은 숨겨둔 보석이다. 그간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해 은둔의
땅으로 남아 있는 미개척지다. 반나절 만에 새로운 산 두 곳을 간다는 것이 매력이다. 지금은 속초로 떠난 성우가 아직도 분당에 살고, 집 부근에 쓸만한
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친구의 부재에 허전함이 느껴진다.
처서가 지나고 지난 주말과 이번 주중에 비가 오더니 밤낮으로는 날씨가 선선하다. 바야흐로
등산의 최적시기가 도래했다. 근교 산들을 거닐며 한가한 휴일 오전을 즐기고 싶다.
<
이매역에서 영장산 >
휴식인데도 눈이 일찍 뜨였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분당행 버스를 타고 이매역에서 내려 바로
매지봉으로 향하는 들머리를 통해 입산한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가을이
오려나 보다. 완만한 지능선 길을 오른다. 작은 고개를 넘자
마을이 나오고 텃밭 길을 지난다. 마을 뒤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아 배가 고파온다. 비상식량으로 준비한 빵을 먹으며 속을 달랜다. 얼린 물이 체 녹지 않았다. 오늘은 먹는 것이 부실한 산행이 될
것 같다.
6시 50분 무렵 제법 긴 비탈을 오르자 삼거리가 나온다. 곧이어 매지봉이다. 주위보다 조금 높은 쉼터가 매지봉인가 본데 봉이란
자격이 의심스럽다. 이어지는 길은 걷기 좋은 숲 길이다. 붉은
황토 흙과 초록의 나뭇잎의 조화가 싱그럽다.
평범하던 숲에 안개가 내려 앉는다. 순 십간에 사위가 어두워진다. 축축한 기운이 숲을 뒤덮는다. 아침이 오고 있다.
< 영장산 가능 길 / 안개에 젖은 숲 >
고도가 서서히 높아간다. 배도 고파온다. 7시 40분, 이매역 출발 1시간 30분만에
영장산에 도착했다. 높이 413.5m를 알리는 소박한 돌비석이
서 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벤치에 앉아 초콜릿으로 허기를 달랜다. 오늘 산행의 최대의 적은 배고픔이다.
< 영장산 정상에서 / 하늘에 닿은 나무 >
<
영장산에서 태재
>
정상 이정표는 태재까지 거리가 6.2km임을 알리고 있다. 태재로 길을 나선다. 그리 길지 않은 비탈을 내려서자 편안한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안개는 여전하다. 간벌한 숲에 키 큰 참나무
몇 그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솟아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국적이다.
낮은 산의 능선이라도 평지만 있지는 않다. 거북재, 곧은재 등의 고개를 지나며 어김없이 작은 언덕들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좌측으로
고급 주택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주택들은 처음에는 고급스러워 눈 맛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짓다 만 흉물들이 방치되어 있어 보기가 싫다. 호젓한
숲 길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8시 30분을 지나 율동뒤능선을 지난다.
율동공원 부근인가 보다. 영장산에서 3.1km를
왔고 태재까지도 3.1km가 남았다. 잠시 숨을 고른다. 주변에 산악용 오토바이 출입을 막는 금줄과 나무기둥들이 서 있다. 도심
산에서만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영장산에서 태재까지의 길은 능선이 길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풍경이 없는 평범한 숲 길이다. 높이로는 평촌 모락산보다 50미터 정도 높지만 산세는 모락산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높임새는 훌륭하나 앉음새가 그다지 좋지 못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새마을고개를 지난다. 이젠 완전히 마을 도로 길과 산 길이 겹친다. 주변에는 골프연습장도 훤히 들여다 보인다. 산을 걷는 맛이 확 떨어진다. 봉적골, 넘어골 등 마을을 끼고 있는 길에서는 산책로 때문인지 어김없이
무슨 ‘고개’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9시 10분 태재가 멀지 않은 곳에 다시 고급 주택가가 나타난다. 서구식으로 모던하게 지은 집들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완공된 지는
꽤 되어 보이는데 분양이 되지 않았나 보다. 집 안에 잔디도 있고 탐이 난다. 나이가 더 들면 이런 곳에서 살고픈 욕심이 생긴다.
< 태재 능선에서 본 주택들 >
한씨들이 묻혀 있는 묘소를 지나고 내리막을 내려서자 거짓말처럼 도로가 나타난다. 이곳이
태재다. 영장산에서 6.2km를 1시간 32분만에 걸어왔다. 그만큼
길 사정이 좋았다는 증거다.
<
에필로그
>
당초에는 태재를 지나 불곡산으로
바로 붙어 정자동으로 하산 할 생각이었으나,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마침 문을 연 동래복어탕을 파는 음식점으로 들어가 추가 밥을 주문하여 배를 불리고 나니 산행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 산으로 붙는 대신 버스에 오른다. 아무래도 불곡산을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그래도 분당에 위치한 새로운 산 11km를 3시간 남짓의 시간에 오른 것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남은 휴일의
달콤한 휴식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