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문신 유길준(兪吉濬, 1856~1914)은 미국 유학 중 보고 배운 것을 기록한 <서유견문>에서 “우리가 숭늉을 마시듯 서양인들은 커피를 마신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서양인들이 물을 마시듯 한국인들은 커피를 마신다”고 바꿔야 할 정도로 한국인들은 쌀밥보다 커피를 자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의학 전문가들도 많은 현실이다.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커피에 대한 다양한 건강상식을 알아봤다.
>>> ‘양탕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료 로 성장한 커피
최근에는 전국 어디서든 고개만 돌려도 쉽사리 카페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만 커피점·카페 수가 1만 5천 개를 넘어선다. 전국적으로는 10만 개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 7천억 원, 연간 국민 소비량 265억 잔, 1인 기준 일주일 소비량 9.3잔(연간 512잔)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커피를 사랑한다. 대한제국 시절,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는 뜻으로 ‘양탕국’이라고도 불린 커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료가 된 요인으로 특유의 ‘숭늉 문화’에서 찾기도 한다.
똑같은 약초라도 어느 병자가 먹으면 약이 되고 정상인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듯, 커피도 마시는 이의 건강상태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커피 한 잔 먹어서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잔을 마셔도 태연히 깊은 잠을 자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카페인 대사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양날의 검, "카페인"
카페인에는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안정시키며 인지능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어서 수험생들이 커피를 자주 마시는데, 이런 효과는 오히려 어르신에게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또,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와 심장, 혈압조절 기관 등의 움직임을 돕기에 운동 전 한 잔의 커피는 운동능력 향상에 기여를 한다. 뿐만 아니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과 사랑, 쾌락 등의 감정을 유발하는 ‘도파민’ 같은 뇌 화학물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울증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심장병이나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고, 300mg이 넘는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체내 칼슘 흡수를 막아 ‘골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는 어르신은 카페인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무병장수 돕는 "폴리페놀"
몇 년 전, 하버드대학 공공보건대학원이 남녀 20여만 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하루 3~5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3~7년 정도 수명이 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커피가 더욱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다. 커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항산화 물질’인데, 이것이 인체에 들어오면 각종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해주며 항암과 항노화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커피에만 폴리페놀이 들어있는 건 아니고, 카카오, 정향, 사과, 석류, 레드와인, 차, 오렌지 등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니 굳이 커피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방광염, 위염의 원이니 되기도
커피를 꾸준히 마셔온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길었다는 하버드대 연구와 달리 질병의 가족력에 따라 커피를 조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커피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여러 연구에도 불구하고 WHO 세계보건기구는 여전히 커피를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아크릴아마이드’라는 화합물인데, 고온에서 커피콩을 볶는 과정에서 미량 발생하게 되는 물질이다.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아크릴아마이드는 발암물질이니 이를 커피 판매 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현지 법원은 커피에 발암물질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더욱이 동물실험에서 방광암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가족 중에 방광암 환자가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커피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 간질환"도 예방한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제2형 당뇨병인 성인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더 낮고, 앞서 얘기했듯 심장질환, 뇌졸중, 치매 등의 발생 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의학계에서 자주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하버드대 연구팀은 블랙커피 섭취량을 하루 한 잔 이상 늘린 사람은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11%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커피의 클로로겐산, 트리고넬린 등의 성분이 혈중 인슐린 농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블랙커피에 해당할 뿐, 커피에 설탕 등을 추가하는 경우 오히려 당뇨병 위험은 높아진다. 또,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연구팀은 매일 두 잔씩 커피를 마시면 간경화가 발병하거나 이로 사망할 확률이 44%까지 줄어든다는 연구를 발표했는데, 카페인을 비롯해 클로로 제닌산, 멜라노이드, 카웨홀, 카페스톨 같은 항산화 및 염증억제 성분들이 포함돼 있어 간 염증을 막아준다는 분석이다.
적당량을 섭취하되 인스턴트는 피하자!
활동 사진 전반적으로 커피를 마셔 건강상 효능을 보려면, 설탕과 프림을 뺀 블랙커피, 거기에 더해 커피 생두 추출물이 섞인 제품을 마시는 게 좋아 보인다. 카페인이 걱정된다면, 카페인이 제거된 디카페인 커피나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폴리페놀의 종류만 5천여 종에 이르는데, 각종 야채와 과일을 통해서도 충분한 섭취가 가능하다. 오랫동안 아시아인이 많이 마셔온 녹차·홍차에는 항산화, 항암, 지방분해 효과가 있는 ‘카테킨’과 ‘탄닌’이 풍부하다.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된 식품 중 하나는 우리 조상들이 겨울에 즐겨 먹던 동지팥죽이라고 하니, 새해 안녕과 건강을 담았던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한편, 다국적 기업에서 생두를 헐값에 사서 곳곳에 수출하기 때문에 제3세계 커피 농가들은 커피 풍년을 맞이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이다. 이왕 마시는 커피라면, 지구 반대편 농민들에게 합당한 가치를 돌려주는 공정무역 커피를 애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천차만별의 커피. 어떤 걸 골라야하나?
일반적으로 커피의 긍정적인 효능을 충분히 보려면 폴리페놀 함유량이 많은 제품을 골라야 하며, 특히 커피 생두(그린커피빈·Green Coffee Beans) 추출물이 섞인 것이 좋다. 커피 생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클로로겐산’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로스팅 과정에서 상당량의 클로로겐산이 소실되기 때문에 생두 추출물을 따로 섞어야 클로로겐산 함유량이 늘어난다. 최근 그린커피빈에 풍부한 항산화 폴리페놀 성분을 추출, 블렌딩해 함량을 높인 커피가 출시되는 등 웰빙 커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식물성 경화유지로 만든 프림이 들어있는 건 먹지 않는 게 좋다. 상당수 커피믹스에 함유돼 있는 식물성 경화유지는 식물성 오일의 불포화지방을 인공적으로 포화지방으로 만든 것으로, 다량 섭취 시 체내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커피를 마셨더니 가슴이 벌렁 벌렁, 혹시 부정맥?
사춘기 시절, 처음 커피를 마셨더니 카페인 성분 때문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가슴이 진정되지 않은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커피를 마신 후,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맥박이 과도하게 빨라지거나 맥이 빠진 느낌이 든다면 ‘부정맥(Heart arrhythmia)’을 의심해봐야 한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수가 과다하게 변하거나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통틀어 가리키는데, 박동수가 1분당 100회 이상인 ‘빈맥’과 1분당 60회 미만인 ‘서맥’으로 분류한다. 활동 사진 심장 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하는 협심증과 달리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난다. 대표적 증상으로 두근거림, 호흡 곤란, 실신, 어지러움, 급사 등이 있다.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부정맥을 방치할 경우 뇌졸중,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부정맥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도 간편한 검사는 ‘심전도 검사’인데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을 시행할 경우, 비용이 비싸지도 않고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심전도를 검사 항목으로 추가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출처 : <노인장기요양보험 웹진 2019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