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무렵, 황쌤이 다리가 불편하여 정형외과에 다녀왔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하는 수 없이, 산행을 취소하고 부산여행으로 계획을 바꾸기로하고─
다음날, 아침 10시에 양산역에서 셋이서 만나, 지하철을 타고 황쌤이 있는 부산으로 찾아갔다.
만나자 마자, 황쌤 차에 타고, 대연동에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빨리간다고 갔는데, 12시도 안되서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밖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어 자리를 배정받았다.
추어탕에 흑미 돌솥밥, 이런저런 나물들과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는
기대하고 고대하던 커피숍을 찾아갔다. F 1963
1963년도에 지은 고려제강 건물을 카페 테라로사로 바꾸어 놓았다.
TV에서 보고, 저기를 꼭 한번 가봐야 할텐데.. 하고 수없이 생각만 하다가
10여년이 휘딱 흘러간 어제서야 까무룩 잊고 있었던 숙제를 풀은 셈이다.
내 생애 이토록 만족감을 주는 공간을 몇번이나 마주 했던가?
서울 종로의 궁들이 그러했고, 옛날 모습을 간직한 서울역 건물, 서대문 형무소, UN묘지..
쓰디 쓴 커피 맛은 안중에도 없고, 그 당시 각종 부품들을 인테리어로 사용한 점,
천정의 철근 골조를 그대로 노출한 점, 깨부수다 만 시멘트 담 벼락 등
네츄럴~ 빈티지~ 앤틱~ 어떠한 수식어로도 모자랄 아름다움이 그 곳에 있었다.
누군가의 머릿 속에서 나왔을 법한 , 공간 장식, 절제된 색채, 철강회사의 자존심을 말해주는 녹슨 입간판들..
과연 근사한 발상이었다. 디자이너가 사뭇 궁금해지는 공간에서 머무는 내내 행복했다.
자기 분야에서 독특한 창의력을 발산하는 " 프로는 아름답다 "
첫댓글 따뜻한 추어탕 드시고 맛있는 커피를 좋은 분위기안에서 즐긴다면 금상첨화네요.
살면서 이런 행복한 날이 많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젊을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박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