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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의 맥(脈)을 따라가는 순례
우리나라는 인스턴트 중심의 획일적인 커피문화를 가지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는 물론이고,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 비해서도 우리의 커피문화는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 대량생산 위주의 인스턴트 커피공법이나 그 생산품은 거의 세계적인 수준임에 틀림없지만 그런 영향으로 인해 형성된 대기업 중심의(그것도 1~2곳이 이끄는) 편협한 커피시장은 아직도 우리의 커피수준을 여전히 그저 ‘물에 타 먹는 인스턴트 기호품 문화’에 머물러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자원이 빈약했던 시절에는 대두(大豆)나 소두(小豆) 등을 배전하여 대용커피로 마시던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1975년경만 해도 가정에서는 인스턴트커피를 주로 마셨다. 그러나 지금은 커피하우스는 100%, 가정에서는 70%이상이 원두커피를 즐기는 다양한 커피문화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커피 제조회사들의 꾸준한 노력과 저조한 판매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분야를 고집해 온 커피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지가 주최 한 일본커피투어가 순조롭게 끝이 났다. 주관사의 입장에서 이번 투어에 거는 기대가 크긴 했지만, 속내를 털어보면 오히려 걱정이 더 앞섰던 행사였다. 그러나 이번 커피투어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어 일정에 참여했던 모든 커피인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해 준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많은 숍을 방문하는 일정은 아니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매우 깊이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투어에 참여한 커피인들에게는 향후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주체로서 자신들의 각오를 다시 한번 북돋워 준 감명 깊은 계기가 되었다. 이제 그들만의 향기로운 커피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일본커피문화의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다_호리구치 커피공방
동경에 도착한 이튿날 우리들은 동경의 신주쿠에서 25분 정도 떨어진 오다큐센 치토세후나바시역 근처의 호리구치 커피공방을 찾았다. 호리구치 사장은 동경에서 자가배전의 명인으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면서, 에스프레소에 대한 식견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들의 기대감을 더 해주었다.
개인적인 비즈니스 때문에 우리와 일정을 변경한 몇 사람을 제외하곤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점포로 들어서는 순간, 그리 크지 않은 매장에 앉아 있었던 그 집의 단골손님들은 매우 놀라는 눈치였으나 우리는 미리 준비돼 있는 좌석으로 곧 안내를 받았고 순간적인 작은 술렁임은 금세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매장 안 왼쪽으로는 조리대와 계산대 진열장이 같이 놓여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손님들의 좌석이 놓여 있었다. 매장 깊숙이 눈을 돌려 보니 왼쪽 뒤편에 따로 배전실이 마련돼 있었는데, 안에서 커피를 볶는 모습이 다 보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나중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행 중 한 사람이 “건물이 밀집된 지역인데 커피를 볶을 때 나는 연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애프터버너를 설치해 사전에 주변에서 제기될 수 있는 거부반응에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해 여름 본지에 기사가 나갈 무렵에 가게 앞을 장식했던 커피나무들은 밖으로 내기에는 이른 3월이어서 아직 볼 수 없었지만, 호리구치 커피공방은 호기심 가득한 우리를 커피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만델린과 피베리
우리가 들어선 그 시간대에는 손님들을 위해서 직접 호리구치 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조리대 안에선 또 한 사람이 그를 거들면서 이것저것 필요한 부속물들을 챙기고 있었디. 매장에는 여자 종업원 두 사람과 남자 한 사람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면서 손님시중을 들고 있었다.
추출을 마친 호리구치 씨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우리들에게 정중히 자기소개를 했고, 본지 일본통신원 윤선해 씨의 통역으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들에게 미리 주문을 받은 두 종류의 커피가 제공되었고, 각자의 기호에 따라 수마트라의 어느 호수주변에서 재배되었다는 만델린과 브라질산 피베리가 앞에 놓였다.
그리고 이윽고 호리구치 씨는 ‘만델린은 수마트라의 어느 호수주변에서 재배된 커피이고,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접붙여 재배한 하지몰이라는 커피’라는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커피이야기는 이후 1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어 우리들의 궁금증을 서서히 채워 나갔다...중략
뛰어난 바디감
일행들은 모든 행동을 멈추고 잠시, 앞에 놓인 두 잔의 커피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원래 음식은 그 내력을 듣고 나면 더욱 맛이 오묘해지기 마련. 우리의 목 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커피의 느낌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좋은 맛은 분위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조용한 정적을 깨고 “바디감이 뛰어나네요”라는 어느 한 사람의 말에 다들 동의하는 눈치. 필자 역시 입안 가득히 퍼지는 진한 향과 함께 그 향을 받쳐주는 듯한 묵직한 바디감을 느끼며 몇 모금 더 커피를 입안으로 넘겼다.
두 잔의 커피가 우리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동안 본격적인 커피에 대한 질문들이 호리구치 씨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 잔 추출에서 사용하는 커피의 양은 얼마입니까?”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씨티로 볶을 때는 15그램을, 프렌치로스팅을 할 때에는 커피콩을 20그램을 씁니다. 이것은 한 잔을 기준으로 했을 때인데…. 그렇다고 두 잔이나 세 잔도 다 똑같이 물의 양에 비해서 원두의 양이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호리구치 씨는 보통 한 잔으로 치는 물의 양은 100~120㎖를 말한다고 덧붙였다...중략
즉석에서 펼쳐 진 추출시범
볶음정도와 추출시간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 질문에 대해서 즉석에서 추출시범을 보이겠다고 제안을 했고 일행의 환호와 호기심 속에서 추출시범이 진행되었다. 구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그는 파란색의 드립퍼와 노란색의 드립퍼를 준비하고 파란색 기구에는 프렌치로스팅을 한 커피 30그램을, 노란색 드립퍼에는 씨티로스팅 원두 25그램을 각각 넣고 추출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은 드립퍼의 가운데로 시작해서 조금씩 부어야 합니다. 드립속도를 보면, 씨티로스팅을 한 원두가 담긴 노란색 드립퍼가 프렌치로스팅 원두가 담긴 파란색 드립퍼보다 빨리 추출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렌치 로스팅을 한 원두가 씨티보다는 드립시간이 길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배전시간이 길어 수분증발이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증발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바디감을 좋게 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길게 끌어야 합니다.”
바디감에 대한 명쾌한 그의 설명. “물보다는 식용유가, 마아가린 보다는 버터가 훨씬 묵직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로 따지면 블루마운틴보다는 탄자니아가, 드립커피보다는 에스프레소가 더 바디감이 살아 있습니다.”...중략
감동적인 인간미와 그윽한 커피향_사자커피 스즈끼 요시오
사자커피는 동경 시내에서 버스로 약 1시간 20분정도 떨어진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들은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8시 반 정도에 숙소인 이케부쿠로 선샤인프린스호텔을 떠나 그곳으로 출발했다.
처음 인천공항을 떠날 때만 해도 서먹했던 일행들이 이제는 오랜 친구처럼 친밀해졌다. 이틀 연속된 음주 때문에 다들 잠이 부족한 눈치기는 했지만. 그러나 이제 서로 마음을 털어 놓으며 커피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놓는 사이가 되었다.
사자커피, 사자스트리트
버스가 드디어 사자커피숍에 도착을 하고 우리를 환대해 주는 스즈끼 회장과 특별히 안쪽에 마련된 세미나실로 우리를 안내하는 사자커피의 종업원 모두가 무척 친절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전체적인 매장의 분위기는 전통적인 장식과 고전적인 모습을 띄고 있었고, 좌우도 넓지만 안으로 깊숙이 이어지는 매장 형태는 꽤 인상적이었다.
입구로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계산대와 그 전면에는 갖가지의 커피종류와 관련 상품들을 팔고 있었고 거의 중앙에서부터 앞쪽을 가득 채우는 판매대에는 커피 관련 상품과 디자인이 뛰어난 아트상품들이 놓여 있었다. 그라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는 갤러리로 통하는 문이 있고, 조금 더 지나면 조리대와 주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을 위한 좌석이, 그 앞쪽으로는 테라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맛있는 커피는 반드시 팔린다
...스즈끼 회장이 커피에 빠져들기 시작한 건 동경에 있는 긴자 람부르의 커피가 그에게 준 선물이었다. 27살 이전만 해도 그에게 커피는 맛이 없고 또 마실 필요조차 느껴지지 않는 음료에 불과했다. 그러나 긴자 람브르에서 만난 커피 한 잔은 그의 인생 행로를 크게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일의 시작은 때론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 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던가.) 람브르에서 오랜 시간 정성들여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모습을 보고 ‘커피가 별로 맛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끗이 잠재우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도 이 커피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사자커피는 모두 6개의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고 커피원두 유통까지 포함하여 일 년에 약 5억 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배전기 3㎏으로 시작했습니다. 30년 전인데, 그야말로 열의를 다해 콩을 볶고 드립해서 커피를 팔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6,000엔 정도의 매상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작업이 단순하고 매력이 없는 일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는 ‘맛있는 커피는 반드시 팔린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지금의 사자커피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로스팅회사는 양을 맞추기 위해서 광범위한 지역에서 커피콩을 모으게 됩니다. 때문에 특징적이고 좋은 생두를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그러나 우리와 같은 작은 커피회사는 양적으로는 당할 수 없지만 좋은 생두를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그는 커피에 관한 본질적인 일 외에도 마케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아무리 커피가 맛있다고 해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설명하지 못한다면 팔리지 않습니다.”
세상에 싸고 좋은 커피란 없다
사자커피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호리구치 커피공방에서도 그랬지만 오래전부터 우리를 위해 준비해 놓은 듯한 스즈끼 회장의 정성스러운 환대와 커피에 대한 풍부한 그의 지식과 철학을 대하고 있노라니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막 길을 떠나려는 순간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앞서 이야기 한 커피에 대한 그의 철학이 스쳐가듯 생각난다.
“싸고 좋은 커피란 없습니다. 좋은 생두를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손님들이 커피 맛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단계까지 가면 그런 생각은 참 위험한 발상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좋은 생두를 사서 잘 볶고, 정성을 다 해서 추출한 커피만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넬 드립 전문 커피하우스_동경 UCC와 오직 커피만을 파는 올드크롭의 기수_긴자 람브르의 이야기는
본지 5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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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