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생크 탈출'은 부인과 그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살고 있는
한 남자의 교도소 생활을 그린 영화이다.
그가 교도소 도서관에서 책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낡은 음반 한 장.
그는 갑자기 방송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교도소 전체에 그 음악을 흘려보낸다.
교도소 안의 죄수들은 느닷없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여성 2중창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바깥 세상의 자유를 떠올리게 된다.
그때 흘러나온 음악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2중창 아리아,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이다.
죄수들이 오페라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아름다운 음악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흔히 오페라의 아리아는 그 작품의 프리마 돈나 즉,
여주인공 역할의 소프라노에게 주어지는데,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오페라의 소프라노 파트는 남자들이 맡아서 불렀다.
'카스트라토'라 불리는 거세된 남성들이 아리아를 부르다가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진짜 여가수가 부르기 시작했고
인기 절정의 소프라노 '디바(Diva)'도 나오게 된 것이다.
오페라의 꽃, 아리아는 남성이 처음 가꾸기 시작했지만
오페라는 따지고 보면 다분히 여성적인 면을 많이 지니고 있다.
우선 오페라의 작품 제목만 봐도 그렇다.
이집트의 노예가 되어버린 이디오피아 공주 <아이다>를 비롯하여,
마리아 칼라스가 그 역에 가장 장 어울리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
절세미인의 수수께끼 공주 <투란도트>, 켈트족의 무녀 제사장 <노르마>,
담배공장의 집시여인 <카르멘>, 그리고 <마농 레스코>, <수녀 안젤리카>, <쟌니스키키>,
<루치아>, <안나 볼레나>, <페도라> 등이 모두 여주인공의 이름들이다.
또한 파리 사교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의 이야기를 그린
<라 트라비아타>, 미국의 해군 장교를 사랑한 일본의 기생 <나비부인>,
그리고 <라 파보리타>, <서부의 아가씨>, <아를르의 여인>, <몽유병의 여인> 등도
모두 오페라의 여주인공을 일컫는 제목들이다.
재미난 사실은 이들 여주인공 대부분이 극중에서 희생된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프리마 돈나의 가엾은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태평양 너머 애인을 기다리던 <나비부인>과 <루이자 밀러>, <투란도트> 류 등이
모두 자신의 가슴에 스스로 칼을 꽂으며 <리골레토>의 질다도 칼에 몸을 던진다.
<루이자 밀러>, <일 트로바토레>, <페도라>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토스카>는 총에 맞아 죽은 애인을 따라 절벽에서 몸을 던지며,
<노르마>는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든다.
또한<아이다>는 사형 당하는 연인과 함께 죽음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라 보엠>의 미미는 결핵으로 죽고
<루치아>는 미쳐서 죽기까지 한다.
심지어는 지난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 초연된
차이코프스키의 대작 오페라 <스페이드 여왕>에서는 푸쉬킨의 원작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던 주인공 리자를 강물 속으로 몸을 던져 죽게 만든다.
여기서 오페라의 여인들을 더욱 가엾게 만드는 건 상대역의 테너들이다.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는 비올레타가 자신을 위해 몸과 전재산을 바쳐서 희생하는
동안 영문도 모른 채 엉뚱한 소리나 하며 모욕을 주더니,
그녀가 죽어갈 때야 나타나 뒤늦게 후회할 뿐이다.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은 질다가 자신을 위해 죽어 가는 순간에도
다른 여인을 꿈꾸며 잠만 자고 있다.
<노르마>의 폴리오네도 두 여인 사이에서 방황만 할 뿐
그녀들의 진정한 사랑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질투심에 눈이 먼 <오텔로>는 순결한 아내를 죽이고 스스로 절규하는가 하면,
<라 보엠>의 로돌포는 미미가 죽을 즈음에야 그녀의 이름을 절절히 부르고,
<나비부인>의 핑커톤도 자기를 기다리다 죽는 여인의 마음을 손톱만큼도 헤아리지 못한다.
이래저래 무대에서 슬프기만 한 오페라의 여인들 - 20세기 최고의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도 그래서 운명적인 비련의 주인공이었을지 모르겠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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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오페라 여주인공들..
제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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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05 18:5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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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페라에서나 현실에서나 남자들은 여자의 마음을 다~~ 못헤아리는 것 같아요..ㅎㅎ
남자는 다그래~~ ㅎㅎ
넘 슬프죠~~
극중 이라는걸 잊지 마세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