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날씨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쌀쌀한 아침 날씨때문에 입어야 하는 옷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옷을 많이 입고 갔다가 날씨가 너무 더우면 옷을 보관하기도 쉽지 않고 옷을 덜 준비했다가 날씨가 쌀쌀하면 이것도 난감하다. 그래서 절충해서 두꺼운 티셔츠를 입고 등산잠바를 입기로 했다.
9시에 잠실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 서둘러서 나오다보니 8시 30분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추위를 느낄 정도로 제법 쌀쌀했다. 조금 있으니 친구들이 하나둘씩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 19명이 가기로 했는데, 2명은 집안 사정으로 참석을 포기하고 1명이 예고없이 참석해서 총 18명이 참석했다. 오늘의 등산 코스는 잠실역에서 만나서 검단산 부근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검단산을 오르는 일정이었다. 하산길에는 개화기 선각자중의 한 사람인 유길준의 묘도 들를 예정이었다.
송지호 회장은 지난 주 연세 81 등산모임인 세오름에 참석했다가 날카로운 바위 위로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영일회 회장으로써 책임감때문에 손바닥 상처가 아물지 않았슴에도 영일회에 참석했다. 참석한 모든 친구들이 송지호 회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했다.
잠실역에서 검단산 입구까지는 버스로 한시간 정도 걸렸다. 버스 안에는 다른 손님도 있었지만 영일회 친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로 오랫만에 만나서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얘기들로 꽃을 피우다보니, 봄소풍가는 버스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버스로 한시간을 이동하면 꽤 긴 시간인데도 이야기를 하다보니 목적지에 금방 도착했다.
검단산을 오르기전에 강일동에 살면서 검단산을 자주 오르는 김만동이 검단산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가 올라가는 방향은 자갈이 많은 곳이어서 발을 접지를 수 있기에 조심해야 되며, 하산길은 부드러운 흙으로 되어 있어서 미끄럼에 주의하라고 했다. 그리고 익숙한 솜씨로 준비운동 시범을 보이고 따라하도록 했다. 손잡고 머리돌리기, 목돌리기, 다리 벌리고 앉았다 일어서기, 발목돌리기 등 등산을 하기 전에 필요한 운동을 했다.
등산을 하면서 김만동의 안내처럼 오르막은 자갈이 아주 많았다. 산의 토질이 매우 부드럽고 연약해서 비가 오면 토지유실이 많아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갈을 깔아놓았다고 한다. 자갈이 많아서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지만 익숙해지니 괜찮아졌다. 특히, 발을 접지를 수 있다는 말에 조심해서 걸었다. 그리고 검단산으로 등산을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등산로가 넓었으며, 가파른 오르막에는 돌계단과 나무계단, 그리고 밧줄 난간들이 잘 준비되어 있어서 등산하기에 편했다. 하지만, 마지막 900m는 계속 오르막이어서 숨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힘들었다. 힘든 만큼 정상에 올랐을 때 기쁨도 배가 되었다.
산정상 부근은 넓은 평지였고, 사방이 트여서 주변지역을 잘 관찰할 수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 시야가 좋지 못했지만 팔당댐과 두물머리, 다산 정약용 생가 등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특히 다산 정약용 생가는 주변이 물로써 둘러쌓여서 멀리서 바라보는데도 아주 아름다운 마을임을 알 수 있었다. 실지로 가 본 친구들 말에 의하면 깨끗하게 단장된 생가는 가족들에게 역사공부와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제격이라고 했다.
산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데, 지난 번보다 인원이 늘어서인지 한번에 사진을 찍기 힘들 정도였다. 사진을 찍고 근처에 있는 평평한 곳을 찾아서 점심을 먹었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으니 없는 게 없을 정도였다. 막걸리 5통, 양주 1병, 김밥, 컵라면, 약과, 사과, 삶은 계란, 배, 초코렛, 토마토, 포도, 떡, 돼지족발 등 산해진미를 모은 듯 했다. 심지어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시산제를 하자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내려올 때는 배가 불러서 내려가기 힘들 지경이었다.
등산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산과 주변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역사공부와 지리공부를 같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산길에 서유견문록을 지은 유길준과 가족의 묘를 보게 되었는데, 유길준은 서유견문록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부유한 집안에서 유학을 다녀온 학자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비유학생이었고, 서유견문록을 저술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 혼용문법책인 대한문전을 저술했다고 안내문에 소개되어 있었다.
최근에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직장이 바뀌었다고 한다.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고삼동풍'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고 한다. 이 사자성어에 해당되는 회사들은 안정된 수익과 좋은 복지후생,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회사들이라고 한다. 고는 고려아연을, 삼은 삼천리 그룹을, 동은 동서식품을, 풍은 풍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크고 유명한 기업을 선호했지만 요즘 학생들은 크고 유명한 기업도 좋지만 직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고 안정되고 오래다닐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하는 새로운 풍토가 생긴 것 같다. 시대에 따라서 선호회사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대지만 정작 우리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것이 첨단기업이 아니라 전통적인 굴뚝산업이라는 것이다.
산을 내려와서 시인과 농부라는 삼겹살집에서 식사를 했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꺼져버린 배를 삼겹살과 맥주, 막걸리로 채워넣기 시작했다. 산정상에서는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두시간 정도 지나서 배가 원위치로 되었는지 삼겹살이 구워지기가 무섭게 금방 동이 났다. 어느 정도 술이 한순배 돌고나서 오늘 새로 참석한 친구들의 간단한 소개와 건배가 있었다. 영산회처럼 가벼운 등산모임으로 생각하고 왔다가 고생했다고 하는 임동성, 최근에 KB 계열사 사장을 했다가 은퇴한 박태근, 인천에 있는 제약사 CFO를 하고 있는 이주현, 코트라에서 무역관련 전문위원을 하고 있는 김경철, 그리고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가 지금은 UPS를 수입납품하는 김상훈 등 각자 소개가 있었다. 그리고 김상훈이 이런 얘기를 했는데, 매우 뭉클했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 36년을 정말 긴 시간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제 우리가 입학한 지 36년이 지났다고 했다. 이런 긴 시간을 같이 한 친구로서 우리들은 변치 않을 우정을 간직한 친구들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건배사로는 오징어와 청바지를 이야기했는데, 오징어는 오랫동안 징글징글하게 어울리자는 준말이며, 청바지는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의 준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중에 가장 젊은 날이라고 했다.
날씨가 아직은 쌀쌀해서인지 땀이 식으면서 몸이 으슬으슬해 지기 시작했다. 1차를 끝내고 대부분은 커피를 마시러 카페로 가고 일부는 중국집으로 고량주를 마시러 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얼마나 등산을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불수사라고 해서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을 하루만에 종주하는 코스가 있다고 했다. 보통 10시간이 걸리는데 마음먹고 걸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일단 신현기와 이영규, 그리고 장근환은 조만간 같이 가자는데 동의를 했다. 그리고 광교산을 종주하면 14시간이 걸리는데 신현기와 이영규가 조만간 도전할 거라고도 했다. 산을 사랑하는 친구들에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산을 타면서 산에 대한 이야기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인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신 친구들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지만, 중국집에서 고량주를 마신 친구들은 발동이 걸려서 근처의 술집 투어를 한 것 같았다. 카톡방에 감자탕집과 노래방 사진이 올라왔다. 아마 9시정도에 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등산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헤어지면서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많은 모임에 다녀보았지만 편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기는 이 모임이 처음이다" 이 모임은 1981년 경영학과 입학동기들을 위해서 420개의 자리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18개의 자리를 채운 것 뿐이다. 우리 동기들은 누구든 와서 즐길 수 있고 고민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들만의 모임이다. 다음 모임에는 18명이 아닌 30명, 40명이 참가하기를 기대해본다.
다음 산행지: 용문산
일시: 4월 30일(일) 오전 8시 20분
장소: 상봉역
회비: 2만원
참가자(18명)
김경철: 코트라 전문위원
김만동: NH증권 투자상담사
김상훈: UPS 무역회사 대표
김종육: 부동산 중개업
김철: EMW 대표
박윤하: 코닝 코리아 영업본부장
박태근: 전 KB 손해보험 계열사 대표
송지호: 고호빌딩 대표
신현기: 삼창감정평가 감정평가사
양철준: 메리츠 보험 대리점 대표
이상엽: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이영규: 이영규 회계사 사무소 대표
이주현: 바이오리더스 전무
이중용: 벤처피플 부사장
임동성: GS 홈쇼핑 해외영업본부장
장근환: 토니모리 대리점 대표
한성덕: 한서 세무회계컨설팅 대표
한현주: 한현주 컨설팅 대표
첫댓글 <3차 정기산행 비용정산>
검단산(2017 03 26)
참가자(18명)
김경철 . 김만동 . 김상훈
김종육 . 김 철 . 박윤하
박태근 . 송지호 . 신현기
양철준 . 이상엽 . 이영규
이주현 . 이중용 . 임동성
장근환 . 한성덕 . 한현주
20,000×18 = 360,000
식 사 = 310,000
커 피 = 41,000
잔 액 = 9,000
전월 이월금 = 83,500
총 잔액 = 92,500
영수증 1호 (식사) ..
영수증 2호 (커피) ..
3차 검단산 산행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