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숙제였던 책을 지난 휴가 때 펴 들었습니다.
작년 휴가 때 그보다 무거웠던 『자본론』을 읽었는데
올 휴가에는 『지구과학개론』과 이 책을 읽기로 했고,
그 사이 소설 한 권을 읽은 것을 포함해서
쓰려던 글은 겨우 얼개를 고치는 수준에서 나머지는 뒤로 미뤘고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얄팍한 변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고 정리를 하면서
“레닌은 마르크스-엥겔스 사상의 화신(化身)”이었다는 말이
거듭해서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민중운동’에서 마르크스주의로 넘어온 플레하노프로부터 시작해서
레닌, 트로츠키로 이어지면서
제정(帝政) 러시아의 한계와 문제를 딛고 성공했던
러시아공산주의혁명의 성공까지를 읽어가는 동안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아직도 마르크스-엥겔스의 사상이나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미몽(迷夢)일 뿐이겠지만,
우리 시대에 여전히 남아 있는
마르크스-엥겔스의 사상이 주는 숙제는 분명합니다.
특히 시장경제의 무제한적 권력의 횡포와
인간의 어리석음을 먹고 자라는 자본주의와
경제위기 이후에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횡포,
이에 대한 지적을 해 줄 수 있는
사회학이나 경제학 또는 철학과
그보다 더 폭넓은 영역으로 이것들을 견제할 수 있는 종교까지도
모두 시장경제의 질서 안으로 흡수된 상황에서
마르크스-엥겔스의 사상은 유일한 견제세력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는 또 다른 것을 꿈꿉니다.
희망의 씨앗을 내가 몸담고 있는 종교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보편적 담론 안에서 마르크스-엥겔스의 사상은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임에 분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상을 공부하는 일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이
어정쩡하게나마 이 사상에 대해 알아본 내가 내린
서툰 결론입니다.
레닌은 위대한 영웅이었습니다.
그 큰 나무를 씨앗부터 뿌리, 그리고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까지
살펴볼 수 있었던 이 책,
그렇게 살피는 사이에 남는 큰 아쉬움,
그것은 열매가 너무도 시원찮았다는 것,
그리고 새로 피어날 꽃의 계절은
단지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 갖는 약간의 절망이 도사리고 있는 기대,
나중에 보완할 기회가 있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공산주의운동
그리고 공산주의 혁명에 이르는
커다란 그림을 살펴보는 집중적 공부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할 참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