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욕지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모래(왼쪽 아래부분)가 거제시 사등면 한 레미콘회사에 야적돼 있다./신정철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통영 욕지 앞바다 골재채취단지에서 민수용(민간업체 공급용)으로 모래를 채취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공기업이 어류산란지 황폐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올해 욕지 남방 50㎞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골재채취단지에서 국책사업용 136만㎥, 민수용 226만㎥ 규모의 모래를 채취하고 있다.
욕지 앞바다 골재채취단지는 2008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부산신항만 조성공사 등 국책사업용으로 용도가 제한돼 왔으나 단지 지정 기간이 연장되면서 올해 초 민수용으로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남해안 어민들은 “국책용까지는 참았는데 어떻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해EEZ모래채취 공동대책위원회 통영지역 조용재 공동위원장은 “어민들 몰래 민수용 모래를 팔기 위해 수년째 어업피해 용역조사를 미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동대책위 측은 “해양자원을 보호해야 할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자원 파괴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동대책위는 통영, 거제, 남해, 부산지역 집행부와 협의를 가진 뒤 공동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거제지역의 한 어민은 “4대강 모래도 남아도는데 왜 바닷모래를 채취해 민간업체에 공급하는지 의문”이라며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초 수자원공사에 대해 감사를 실시, 골재채취 수요량을 잘못 예측해 같은 해 8월까지 26억82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골재채취 물량으로 3520만㎥ 규모를 예상했으나 실제 채취는 예측량 42%인 1495만㎥에 그쳐 비용이 과다 발생됐다.
어민들은 수자원공사가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국책사업용에다 민수용을 추가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상대 해양과학대 진상대 교수는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의 어민은 물론 지역민들까지 어족자원 보호와 연안생태계 보전을 위해 그토록 채취를 반대해 왔는데도 민수용까지 허용한 것은 어민들 미래의 삶이나 지역주민의 생존은 안중에 없는 처사”라면서 “지역 주민들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승인을 받아서 하는 사업이며, 어민들은 민수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골재 채취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골재 채취는 사업기간까지 계속 해야 되고, 공청회 등 절차는 이미 밟았다”고 말했다. 신정철·차상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