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오늘 토론은 ‘성형수술’을 논제로 한다. 자리 뒤에 세 줄 열둘에게 책상을 사물함 쪽으로 빼고서 앉으라고 했다. 그러고서 나머지 세 줄 열여덟은 서로 마주보고 앉는다. 9:9로 학급전체토론을 진행할 생각이다.
“자, 오늘 아침에 관심 가는 뉴스를 보았어요. 혹시 배심원이라고 아나요?”
“네. 법원에서 배심원들도 판결하잖아요.” “그리고 지난 번 영화로 봤잖아요.”
“아, 그래요.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이 배심원을 다룬 영화였죠. 오늘 아침에 보니, ‘국민참여판결’이 있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법원에 국이 아홉 사람이 배심원으로 들어가, 판결을 내리는 데 참여한 거죠. 6:3, 5:4로 무죄로 판결이 났다고 해요. 이렇게 어떤 결정을 할 때 여러 사람이 함께 궁리하는 방식을 배심원이라 해요. 오늘은 배심원이 판결하는 토론을 해 보려고 해요. 뒤에 있는 열두 사람이 배심원으로 이번 토론을 판정하도록 할게요.”
1:1이나 2:2에서 심판을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배심원으로 많은 수가 한꺼번에 심판을 하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열둘이 벌써 흥미로운지 관심을 보인다.
“자, 판정을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죠. 태도, 말, 논리, 협동을 기준으로 봐 주세요.” 하며 앞에 서로 마주 앉은 사람들을 동전으로 찬성과 반대로 나눈다. “그럼 토론 시작할게요.”
이렇게 두 판을 했다. 두 판을 하는 동안 뒤에 있는 배심원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핀다. 옆에 앉은 짝과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누가 쓰면서 잘 듣는다니, 찬성에서는 몇 사람이 참여한다느니, 자료 출처로만 따지고 있다느니 하는 말로 서로 생각을 나눈다. 참 보기 좋다. 토론하는 사람들도 더 집중한다. 열두 사람이 심판을 보고 있으니, 질문에 조금 더 힘을 준다. 그러면 옆에서는 조금 더 부드럽게 하라며 달랜다. 이렇게 치열하게 토론을 마쳤다.
“자, 토론한 사람들은 엎드리세요.”
하며 어느 쪽이 이겼는지 물으니 반대가 7:5로 이겼다.
“자, 반대가 왜 이겼는지 말해 줄 사람 있나요?”
이어서, “찬성을 이겼다고 한 사람도 도움말을 해 주세요.”
그러며 하나를 더 물었다. “자, 배심원을 하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토론하고 싶었어요.” “반박으로 ‘이거 하면 되는데.’ 하며 답답했어요.” “뒤에서 보니 여러 모습이 보여요.”
“그래요. 늘 토론만 하다가 배심원으로 토론에서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럼 오늘 토론은 이렇게 마칠게요.”
“네!” 하며 흥겨워하는 아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