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빌레이 장비가 하강 슬링을 녹일 수 있는가? - BD 펌글 -

[강정희]

이번 달에 BD의 품질관리 연구원들이 요즘 사무실 주변에서 떠도는 한 질문을 해결코자 정말 애썼습니다. 빌레이 장비가 하강 중에 뜨거워지면서 앵커에 클립한 슬링을 실제로 녹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죠.

이런 일을 우리 모두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하강 로프를 타고 휙 내려와 바위 턱에 도착하여 빌레이 장비를 로프에서 빼내려고 잡았는데, 그만 손이 뜨거워 깜짝 놀라는 경우죠. 빌레이 장비가 뜨거워질 수는 있지만, 로프가 녹거나 앵커에 쓴 슬링이 녹을 정도로 뜨거워질 수 있는 건지? 바로 이 질문 때문에 BD 웹 사이트 자료를 관리하는 컨텐트 매니저 조나산 테셍가(JT)가 계속 QC 연구소 주변을 서성거렸죠. 멀티-피치 루트 하강 시 굉장히 뜨거운 ATC 튜브가 멀티-피치 루트 하강자를 사망하게 만들 수 있는지 여부를 물으면서. 모든 클라이머가 필히 알아야 하는 바 대로 답했습니다. 하강자는 항시 두 개의 별도 슬링에 클립 하고 있어야 하며, 불안하면 나일론을 써야 한다고 말이죠 – 나일론이 열에 녹는 온도가 다이니마나 스펙트라나 다이넥스(Dynex)보다 더 높으니까요.

히스토리(History)

어떤 사람의 뜨거운 빌레이 장비가 뜨거워져, 그가 앵커링 되어 있던 슬링이 녹아서 끊어졌다는 경우를 결코 들어본 적은 없으나, 다음 경우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 긴 하강을 한 후 빌레이 장비나 카라비너을 만졌을 때 손이 화상을 입는 경우

• 빨리 하강하여 로프 끝에서 멈추어 다음 앵커 스테이션에서 로프를 만지작거리던 중, 빌레이 장비가 로프 외피를 녹인 경우

• 너무 하강 속도가 빨라 로프 외피의 일부가 유약을 바른 듯 광이 나는 경우

하지만, 뜨거운 빌레이 장비 때문에 슬링이 속까지 타들어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여, 결국 다음 두 가지를 알아내기로 결정했습니다.

• 하강 시 빌레이 장비가 어느 정도까지 뜨거워질 수 있는가?

• 뜨거운 빌레이 장비가 슬링을 녹일 수 있는가?

테스팅

이 테스트는 모두 몇 가지 확실한 사실과 가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 등반 장비점에서 악세사리 코드를 자르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핫 나이프(hot knife)”는 섭씨 650도까지 올라갑니다.

• 피부에 화상이 생기는 온도는 섭씨 100도.

• 예전 등반에서는 빌레이 장비 위에 침을 뱉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침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 빌레이 장비가 로프와 슬링 등을 녹일 정도로 뜨거운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여하튼 QC 연구실 테스트에서는 고려할 요소가 많았습니다. 빌레이 장비의 종류는? 하강 용 로프의 직경은? 하강 로프가 싱글 로프인가 더블 로프인가? 하강자의 체중은 얼마이며 홀-백(haul-bag) 유무는? 단 한 차례 하강인가 아니면 여러 번 하강하는가? 본인 앵커 시 쓰는 슬링의 소재는 무엇인지? 슬링에 가해지는 텐션은 어느 정도인지?

그 순열과 조합은 무한하여, 그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얻으려면 범위를 줄여 서너 가지 가정을 하고 난 후, 끝으로 몇 가지 테스트를 빨리 실행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이 상황을 우리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4 가지 테스트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우선, 침이 실제로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시점이 언제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간단하게 그리고 제대로 온도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입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환경 챔버(envrionmental chamger) 속에서 빌레이 장비를 5도 간격으로 가열하여 실제로 언제 침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표)

온도(섭씨) 빌레이 장비 위의 타액에 대한 반응

110 증발하는 것이 눈에 보임

115 아주 약하게 보글보글 끓음

>120 타액이 지글지글 소리를 냄

테스트를 통해 얻은 결과로 120도를 얼마나 “뜨거운지” 알기 위한 베이스라인으로 활용했습니다.

테스트 #1: 빌레이 장비를 어느 정도까지 뜨거워지게 할 수 있는가 (하강 시뮬레이션)

BD의 최정예 품질관리 엔지니어 몇 명이 주차장에서 몇 시간을 보내면서 하강 시뮬레이션 준비를 했습니다. 사용 장비는 여러 가지 직경의 로프 125 피트와 힘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로드-셀(load-cell), 몇 개의 빌레이 장비, 몇 켤레의 두툼한 장갑, 적외선 카메라 한 대이었습니다. 우리의 테스트 방식은 OSHA (직업 안전 위생 관리국)이 승인하거나 권하는 방식은 전혀 아니었으나, 우리 방식이 꽤 좋은 결과를 갖다 주었습니다.

목적은 빌레이 보는 사람이 로드-셀 위에 미리 정해 놓은 (클라이머 무게, 그리고 홀-백의 무게까지 결합된 무게에 해당하는) 부하(負荷)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고속 하강에 해당하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트럭을 운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표에 로프 및 장비를 세팅한 방식(configuration)과 그에 따라 생긴 온도가 나타나 있습니다.

고속 하강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당히 넓은 범위의 온도를 얻었습니다. 250 파운드 클라이머의 경우에 적정 온도인 섭씨 133도부터 클라이머와 홀-백의 무게의 합이 400 파운드일 때 섭씨 256도까지.

이 온도들 중 일부는 고분자 중량 폴리우레탄(UHMWPE)의 추정 용융 온도에 비교할 때, 그리고 심지어 나일론에 비교할 때, 실제로 위험한 범위에 들지만, 이 테스트는 상당히 극단적이며 현실적인 테스트는 아닙니다.

테스트 2: 우리가 (실제 하강을 통해) 빌레이 장비를 얼마나 뜨겁게 만들 수 있는가?

주차장 테스트에서 얻은 수치의 범위를 검토한 후, 가까운 바위로 가서, 10mm 로프를 쓰는, 150 피트 하강을 세팅했고, 품질관리 엔지니어 중 가장 체중이 가벼운 사람과 “가장 가볍지는 않은” 사람이 그 로프로 하강하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바닥에서 적외선 온도계로 온도를 재봤습니다. 각자 두 번 하강했습니다. 한번은 중간 속도로, 한 번은 ‘권장할 만하지 않은 가미가제 식’ 속도로 말이죠.

(표) 클라이머 무게 / 중간 속도 /  고속

이 데이터가 두 가지를 알려줍니다:

• 빨리 하강할수록 빌레이 장비가 더 뜨거워진다

• 클라이머가 무거울수록 빌레이 장비가 더 뜨거워진다.

이 두 가지를 이미 우리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경험적 증거를 얻는 것이 항시 좋습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한 차례 하강이어서, 계속 하강하는 동안 빌레이 장비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여러 번 하강해야 하는 멀티-피치 루트를 내려 올 경우, 나중에는 굉장히 뜨거워져서 앵커링한 고분자 중량 폴리우레탄(UHMWPE) 슬링을 태워 버릴 수 있는지 말입니다 – 이것이 JT의 가장 큰 관심사. 어느 날 점심 때 우리 중 다섯 명이 같은 암벽에 집결했고 낚싯대 하나를 가져 왔습니다. 예, 정말 낚시대였죠. 각자가 적당한 그리고 빠른 속도로 로프를 타고 쭉 하강했고, 바닥에서 온도를 재었는데, 빌레이 장비를 낚시 줄에 클립하고 낚시 줄을 도로 감아 빌레이 장비를 다음에 쓸 사람을 위해 꼭대기로 보냈습니다.

우리의 제한된 테스트에서, 빌레이 장비가 실제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건 아님을 보여주었고, 사실 상 약 135도가 그 정점이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우리의 테스트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의심이 가신다면 아래의 동영상을 확인하고 우리를 신뢰해주시기 바랍니다.

테스트 #3: 빌레이 장비가 텐션 실린 여러 가지 고분자 화합물(polymers) 슬링을 녹게 만들려면 몇 도의 온도가 필요한가?

이 테스트의 포인트는 빌레이 장비가 몇 도에서 슬링 강도에 손상을 주는가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사전에 250 파운드의 무게로 슬링에 텐션을 주어 그 슬링에 클라이머의 모든 무게가 실린 상태를 시뮬레이션 했고, 빌레이 장비를 우리의 환경 챔버(environmental chamber)에서 섭씨 25도 간격으로 가열했으며, ATC의 평평한 쪽을 최대한 강하게 밀어서 (실제와 같은 케이스임) 그 슬링이 끊어지게 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테스트가 그렇다는 걸 보여줍니다. 슬링이 텐션이 되어 있고, 빌레이 장비를 그 슬링에 강하게 밀 경우, <오직> 빌레이 장비가 고온이어야만 – 실제 현장에서 우리가 얻는 것보다는 더 높은 온도임 – 빌레이 장비가 슬링을 자르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납작한 웨빙과 켈바(Kelvar) 코드가 10mm 다이넥스(Dynex)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견디며, 나일론 슈퍼테이프는 그 보다도 더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뎌 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따듯한 빌레이 장비가 슬링에 닿기만 하면 슬링이 절단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테스트 #4: 실제로 블랙다이아몬드의 다이넥스(Dynex) 슬링이 몇 도에서 녹기 시작하는가?

슬링을 녹이는 일이 제대로 잘 안 됨을 알고 난 후, 오븐 온도를 서서히 올림으로써 나중에 다이넥스 슬링이 녹기 시작하는 걸 눈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몇 가지를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 참고 문헌에 의하면 이 소재의 용융 온도가 섭씨 145도입니다.

• 다이넥스 슬링은 실제로는 100% UHMWPE로 만든 게 아닙니다. 색깔을 넣기 위해 대개 나일론이 들어 있습니다.

오븐이 약 섭씨 160도에서 안정되어 있을 때까지는 시각적으로 녹는 징조를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 섭씨 160도 – 다이넥스 슬링이 꼬이고 수축하기 시작했음

• 섭씨 165도 – 실제로 녹고 있었음

얼마 동안 그 슬링이 섭씨 165도에서 익도록 한 후, 인장 시험기에서 끊어보기로 했고 540 파운드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파열 강도 급수 22kN [4946 파운드]의 급수의 약 11%)

결론

늘 그렇듯, 이 테스트가 포괄적이라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계획하여 조사할 수도 있는 테스트가 훨씬 더 많이 있지만, 이번의 제한적인 테스팅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침은 약 섭씨 120도에서 끓는다

• 실제 사용 시, 빌레이 장비를 섭씨 135도 이상이 되게 만들 수 수는 없었습니다.

• 극한 상태의 시뮬레이션에서 극한적 부하(負荷)를 써서 빌레이 장비를 섭씨 170도 이상로 그리고 심지어 섭씨 250도까지 만들 수 있었습니다.

• 하강 속도가 빌레이 장비의 온도에 확실히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강 속도가 빠를수록 빌레이 장비도 더 뜨거워졌음)

• 짐과 클라이머의 mass 하중이 하강 후 빌레이 장비에 생기는 온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부하가 클수록 온도가 더 높아짐)

• 뜨거운 빌레이 장비로 텐션이 가해진 슬링을 어렵사리 절단시킬 수 있었습니다.

- 다이넥스는 섭씨 250도에서

- 9/16인치 슈퍼테이프는 섭씨 325도에서

핵심 포인트

핵심 포인트는 실제 상황에서는 빌레이 장비가 슬링을 녹일 정도의 온도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JT가 멀티-피치 루트 하강 중에 앵커링 되어 있던 단 한 개의 10mm 슬링을 녹게 할 위험보다는 손에 화상을 입을 위험이 더 큽니다.

하지만, 다음 몇 가지를 통해 스트레스 레벨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약간 느리게 하강할 것 – 이렇게 하면 빌레이 장비 온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음

• 비교적 적은 짐을 갖고 하강 할 것 – 이렇게 하면 역시 빌레이 장비 온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음.

• 앵커링 할 때 나일론 슬링을 쓸 것 – 나일론 용융 온도가 더 높음

• 항시 두 개의 슬링에 앵커할 것 – 대단히 좋은 관행임

• 안심이 안 되는 경우, 침 테스트가 대략적인 온도를 알려 줄 수 있음

안전 등반을 기원하며.

KP

콜린 포윅(KP)은 캐나다 캘거리 출신의 기계 엔지니어이다. 그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이십년 이상의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2002년 부터 블랙 다이아몬드 제품의 품질 관리를 감독하고 있다. 콜린은 프로토타입의 테스트 부터 전 세계의 블랙 다이아몬드 제품에 대한 무작위 테스트를 진행하며 지속적으로 장비의 품질을 책임지고 있다.

[강정희]

아! 옆으로 길게 ㅠㅠ 원본은 http://www.blackdiamondkorea.com/qc-lab-%eb%9c%a8%ea%b1%b0%ec%9a%b4-%eb%b9%8c%eb%a0%88%ec%9d%b4-%ec%9e%a5%eb%b9%84%ea%b0%80-%ed%95%98%ea%b0%95-%ec%8a%ac%eb%a7%81%ec%9d%84-%eb%85%b9%ec%9d%bc-%ec%88%98-%ec%9e%88%eb%8a%94%ea%b0%80/

[넘투]

결론은 일반적인 하강에서는 안끊어 진다는 이야기...^^

[강정희]

글쵸 ^^

[KMG(용학)]

요세미티에서 10회정도 연속 하강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뜨겁기 뜨겁더라구..그래서 중간에 좀 식혔지...^^

[강정희]

로얄아치 루트죠?

[아이(공병호)]

너무 급격히 식히면 금속결정이 달라져 크랙이 갈수있음.

[강정희]

아! 그것두 조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