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1/27) 오전 9시경 김수길(팀장)님에게 오늘 만남 약속에 대한 확인전화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핸폰의 진동음이 울렸다. 박성옥(감사)님이다.
"오늘 합천 서정홍님댁에 간다고 하던데 몇사람 모여 갑니까?"
'아 예.. 아직 연락온 분이 없어 김수길님이랑 저랑 둘입니다.'
"그래요? 그럼 나도 같이 갑시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요?
'예 사상터미널 입구 택시승강장쪽인데 10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침운동 마치고 이제 집으로 들어왔는데.. 약간 늦을 것 같은데.."
'예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차는..?"
'예 저 차 카렌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 타고 사상터미널로 오시면 됩니다'
"... 알았어요. 그럼.."
'예~.'
10여분이 지나 핸폰 진동음이 다시 울렸다.
'예. 박감사님..'
"아.. 다름아니고 내 차로 가면 어떨까 해서.. 아무래도 시골길이고.. 짚차라 부담없으니.."
'... 그리 하신다면 저야 좋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럼 내차로 갑시다. 가는길이니까 그쪽(우리집)으로 들릴테니 기다리고 있어요.
'... 예...'
9시55분경 박감사님이 튼튼한 애마(산타페)를 몰고 우리집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시간약속이 틀림없는 대단한 분이다.
김수길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 예. 지금 그쪽으로 가는길인데 5분이면 도착합니다.'
사상터미널 입구 건널목에서 수길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10시10분경 부산 출발. 서부산-남해지선 고속도로를 탔다.
수길님의 턱수염과 코수염 및 구렛나루는 지난 1월 정모 때 본 모습보다 한층 더 멋있게 자라나 있었다.
약간은 검고 약간은 흰 수염색깔이 햇살에 그을린 검은 피부색과 잘 어울려 멋있는 산골도사의 풍모를 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수길님에게 오늘 일정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들었다.
아침에 서정홍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오늘 일정이 바뀌어 오전에 어디로 나무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자기도 오후 2~3시경에 집에 돌아온다고 일찍 도착하면 마을 인근의 어느 찻집에서 기다렸다가
천천히 오라는 메세지를 전해 왔다고 한다.
선생님의 친절한 전갈 덕분에 주말의 혼잡한 고속도로를 서둘러 가야하는 염려를 하지 않고
느긋하게 가도 되기에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한주간 수길님 혼자서 봉화지역 윤길학 선배님댁과
청송지역 '진보'라는 어느 귀농지를 탐방하고 온 얘기를 들었다.
봉화 윤선배님에게는 땅을 사서 바로 정착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는데
수길님 본인의 생각과는 약간 달라 주춤하였다고 한다.
나도 지난번 하동 '산새농원' 탐방시 산새님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듣긴 했었다.
아무것도 없이 몸만 시골에 들어오면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 무력해 질 수가 있고
이리저리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도 어느 순간 땅주인이 맘이 바뀌어 수거해 가면 도리없이 돌려줘야 해 허탈할 수 있다며
이왕 귀농에 뜻을 두고 시골에 들어올 생각이면 처음부터 굳은 마음을 먹고 땅과 집을 먼저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러나 수길님은 아무래도 귀농생활에는 초보이니 적어도 처음 6개월이나 1년정도는 집과 땅을 사지 않고 거주하면서
농사기술도 익히고 형편을 보아가며 정착의 수순을 밟아보고 싶단다.
만약에라도 자신과 그 지역의 민심과 잘 맞지 않을 경우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청송지역의 귀농지는 요가 명상을 하면서 시골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술 담배를 하지 못하고 요가 명상을 하는 등 약간은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 다소 제약이 있는 곳이긴 해도
그곳의 선배 귀농자가 선뜻 여기와서 지내보라고 한다며 그 말씀이 오히려 자신의 귀농생각과 비슷하다고 하였다.
아마 수길님은 여기로 귀농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 듯 하다.
수길님의 귀농공부에 대한 얘기는 계속 되었다.
통나무집을 짓고 싶어 양산 덕계에 있다는 '통나무집을 짓는 사람들'이라는 무료 동호회에 다니기도 했으며
지리산 인드라망 귀농학교에 신청했는데 인연이 아니라서 떨어진 얘기며
귀농에 뜻을 둔 후 주로 전문적인 배움학교를 찾아 다녔던 얘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왔다.
그리고 귀농하면 흙(황토)집을 짓고 싶어 이화종님이 쓴 "토담집"이라는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어 귀농에 대한 의지가 보통이 아닌 듯 싶었다.
나도 마침 얼마전에 흙집에 대한 책(이화종의 "벽난로 온돌방")을 인터넷 서핑중에 발견하곤 관심이 있어
구입하여 가지고 있던 터라 좋은 내용이 많다고 보여주니
수길님도 똑같은 책을 지난번 1월 정모 때 가져가서 동문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인기가 여간 아니었다고 한다.
난 그날 그 책을 보지 못했는데 정말 우연찮게도 저자도.. 제목도.. 같은 책을 소지하게 되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여 얼굴 마주 보며 웃기도 했다.
박감사님도 운전하시면서 무료로 통나무집을 짓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얘기에 흥미를 보이며 이것저것 묻기도 하였다.
그러나 통나무집은 좋은데 나무가 많이 들어가서 장난이 아니라는 말씀도 하신다.
나무집 얘기가 나오면서 흙과 통나무를 함께 이용해 짓는 귀틀집에 대한 얘기며
집의 혈관인 전기 물의 배관계통에 대한 얘기며 화장실 정화조는 건축허가사항이라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등..
차안에서 귀농공부를 하는 초보들이 이리저리 어디서 주워듣고 꺼낼 수 있는 많은 얘기들이 오고갔다.^^
주말의 남해고속도로는 항상 많은 차량들이 달리기 때문에 주의를 해가며 운행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앞쪽 1차선에서 달리는 RV차량 한대가 술에 취한 듯 약간씩 비틀거리면서 간다.
차안에는 뒷좌석까지 사람들로 가득하여 아마 가족이나 친지들이 주말나들이 하는 것 같은데
운전하는 모습이 어째 불안하게 보인다.
차선의 방향을 바꾸고 추월했는데 우리 뒤에 따라오던 2차선으로 묵묵히 달리는 커다란 화물차는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RV차량을 향해 성이 나는지 커락션을 울린다.
아마도 RV차량이 비틀거리며 중앙차선 쪽으로 넘어오려고 한 것 같다.
차량이 많은 이런 주말 나들이 길에는 운전자가 정신을 차리고 위험한 곡예운전은 삼가야 하는데 너무 안이한 것 같다.
냉수먹고 빨리 정신차리길..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함안 군북IC에서 국도로 빠져 나왔다.
고속도로와는 달리 국도는 한적한 모습이다.
박감사님은 이 길도 잘 아는 듯 운전하는 모습이 태연하다.
그러나 합천 가외면 다와가는 어느 교차지점에서 길이 약간 헷갈린 듯
차안의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가회면 중촌리)를 다시 확인하였다.
수길님은 지난번 혼자서 한번 왔던 길인데 기억이 희미하다면서도
합천 가회면사무소 방향이 맞다고 하였지만 박감사님은 네비게이션에 나타난 다른 방향의 길이 있다고
일단 네비게이션이 지시한 길로 가 보자고 한다.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 합천 '반계'쪽으로 방향을 잡고
영화촬영지이기도 한 황매산 청소년 야영지 입구를 향해 달렸다.
이 길은 박감사님이 예전에 가족들과 한번 와 본적이 있는 길이라고 했다.
박감사님은 황매산 청소년 야영지 입구에서 오르막을 오르다가 도처히 이 길이 아닌 듯 해서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합천 이지역이 고향인 20기 동문 김상식님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하는 것을 들으니 이 길이 아닌게 분명하다.
전화로 길을 물어 가며 다시 '반계'쪽 방향으로 되돌아 갔다.
반계를 지나쳐 다시 가회면사무소 방향으로 길을 바꾸어 가는데
마침 수길님이 기억이 난다고 하면서 가던길을 멈추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길님은 예전에 자동차 사고를 당한 이후 가끔씩 기억력이 흐려지는 바람에
항상 메모지를 들고 다니면서 적어 두곤 하는데 이날 따라 본인도 적어둔 길의 코스가
헷갈리는 모양인지 목적지 거의 다 와서 기억이 나는 듯 했다.^^
이 길은 황매산 등산를 하기 위한 등산로를 가는 길인데 초행길인 사람들은 잘 찾기가 어려운 길처럼 보인다.
아담한 시골학교의 뒷담을 좌측으로 끼고 지나쳐 다시 우측으로 좁은 마을길을 통과해야 했다.
대략 위치를 보니 아까 갔던 영화촬영지인 청소년 야영지와는 황매산 줄기를 사이에 두고 좀더 동남쪽에 위치한 곳이다.
좁은 마을길을 지나니 제법 넓은 2차선 도로가 나타났다.
그 길로 계속해서 산쪽으로 쭉 올라가니 직선거리로 가깝게 느껴지는 황매산의 초입에 자리잡은
멋있고 웅장한 돌산이 보이고 우측에는 제법 담수용량이 큰 저수댐의 언덕이 보인다.
그리고 좌측 산 중턱쯤에는 선생님이 일러주신 찻집인 듯 바람개비가 도는 풍차가 있고
시골마을의 집들과는 다소 어색하지만 그런대로 전원풍의 모습을 한 큰 건물(바람흔적 미술관)이 보인다.
다 온 것 같다.
여기서 왼쪽으로 저아래에 선생님이 계시는 '나무실마을'이 있다고 수길님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시각을 보니 오후 1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 점심을 먹기로 하고 선생님이 일러준 찻집으로 갈까 하다가 식사하기에는 좀 그렇고 해서
좀더 산쪽으로 저수댐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니 웅장한 돌산아래 멋진 대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등산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제법 큰 식당들이 서너군데 보인다.
주차장이 넓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사는 청국장 정식으로 하고 손두부 하나에 좁쌀동동주 하나를 시켰다.
밑반찬으로 조그만 생선구이와 깻잎된장무침과 겨울초무침 외에 여러가지 시골맛이 나는 상이 차려져 맛있게 먹었다.
동동주는 선생님댁을 방문하는 처지라 모두들 한모금 정도로 맛만 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차한잔 하면서 재미나는 정담도 나누었다.
이곳 황매산을 산행해 본 적이 있다는 박감사님은 돌산 오르는 맛에 대한 얘기를 하였고
김수길님은 젊어서 산을 오르고 싶어 전문 등산학교를 다녔던 얘기도 하였는데 그중에 재미나는 것은..
수길님은 부산에서 가장 역사와 전통이 있는 대륙산학회 소속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함께 산을 다녔던 후배 산꾼이 어느날 다니던 직장(지금의 포스코)도 그만두고 지금까지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우리나라 락클라이머 코스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최상급인 인수봉 5.3급(?)의 바위산 정복을 위해
수개월을 인수봉 바위산 밑에서 숙식하며 연습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이 코스 정복을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정상 1~2M를 남겨두고 실패한 이후 다시 도전하여 성공한..
그러나 첫 도전 이후 마산 사는 다른 산악회 소속의 사람이 먼저 성공해 버려서
국내 최초가 아니라 두번째 기록에 만족해야 했던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지금 그 후배는 유명 등산용 전문회사에 스카웃 되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복한 친구가 되었노라는 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