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봉을 돌아나온 우리는 삼도봉에 도달한다
놋쇠성분의 누런 금속 삼각뿔이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삼도를 표시해놓은곳이다
이 금속봉 삼각꼭지점을 손다닥에 만지면 행정구역상의 전남과 전북 경남 삼남지역을
그야말로 지정학상으로 한손에 쥐게해주는 공원측의 아이디어인것같다
정말 괜찮은 발상이라고 생각해본다
이곳에 오기전 조금전 임걸령쪽에서
저아래 구례와 하동이나 남해를 경계짓는 듯한 골짜구니 아래
구비구비 산모롱이를 돌아나가며 눈부신 섬진강이 바라다보이는 한 장면을 연상하며
참으로 큰 산이란 생각에 잠겨든다
화엄사가 있는 산골이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산
각황전을 금당으로 정하였던가? 처마가 여늬 절보다 우람하고 커서 추녀끝에
네귀에 육모 기둥을 세운 우람한 가람터가 점으로만 보이는 피아골을 안고 자는 산
대처에선 피아골 뱀사골 말로만 듣던 그 피아골의 평화스런 경치를 만끽하라는 듯
일부러 나무를 다듬어 만든 전망대를
사람하나 들어설 수 있도록 뚜껑없는 원두막처럼 만들어놓은 곳이 좋아보여
잠시나마 머물러 시선을 멀리 남쪽으로 두던 생각이 아직 잊혀지질않는 채로 발만 이동한다
걸어걸어 얼마간 시간이 간다
막 지나온 삼도봉을 통해
산이 사람을 전북에서 경남으로 전남으로 이리저리 이동시키고있다고 생각해본다
산의 굴곡이 그렇게 하는 동안은 뜬금없이 마음이 내내 즐겁다
나만 그런기분에 사로잡힌것은 아닐것이다
상주에서도 화북의 우복동을 들려면 위로난 청화산 산세를 치켜다보며
구비져 흐르는 계곡의 물을 작은 난간같은 다리를 하나 넘어서면
문경쪽 경계지점에 문경쪽 도로, 또하나 다리를 넘어서면 상주쪽 경계의 도로를 딛게 되는데
이를 두세번 거듭 반복하며 늘티재 우복동을 찾는다
봄이면 일찍 핀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무리를 이리저리 빠져 지나면서
늘티재의 백두 본령이
펑퍼짐한 구릉을 만들고 동쪽으로 용유천을 건너 도장산이 우뚝하던 곳에 멈춰서던 기억과
이곳을 자주 드라이브를 할때마다 느낀 그 감정
하지만 1500m의 구름위에서 걷는 지금의 기분과는 비교할 수없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간은 간사하다는 생각을 함께 한다
그 당시는 그당시대로 외지에서 손님만 오면 상주의 자랑이라며 함께 보여주며 늘 자부하던곳을
오늘은 이렇게 비교한다.....
산은 우리를 다시 화개평전으로 안내한다
산위에서도 삐죽한 봉우리만이 모두가아니라 이렇게 하늘에 가까운 산위에다 넓은 평원을
준비할 수 도있구나
양지바른 들녘에 라도 나온 듯한 평탄지가 우리를 맞는다
아주 여름 하늘처럼 맑은 하늘색 그대로
푸른하늘이 내려와 있는 그곳에 흰구름은 간간이 산에 걸려 바람따라 거니는 그 평화스런 광경
조금전 그늘쪽에서 극성스레 굴며 바람을 날리며 차가운 이면이 매섭더니
갑자기 변신해서 나타난 햇살에 덮힌 평원은
어찌보면 산의 능청스러운 다른 모습을 엿보는 듯 하다
이곳은 예전 물물 교환을 하던 장소란다
이 해발 1500 m가 넘는 산간에서 무슨 물물교환?
상상이 안된다
아마 구례쪽과
남원이나 함양쪽에서 물물교환을 했다는 걸까
그때는 무슨 물건이 필요했을까 어떤 물건을 건네주고 받았을까
혹시 남해쪽의 어물과 내륙쪽의 피륙등을 등짐에 지고 이 깊은산속을 오르내렸을까 아님
무엇을 교환했을까 내심 속으로 일어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조선조 후반쯤에나 있었던일이었을까
끝없이 생각이 물고 물어 상상을 되씹는다
삼남三南의 풍부한 물산을 안고 사는 민초들이 우뚝 막아선 이 산을 통해 물산뿐 만 아니라
막혀있던 소식과 반가운 물건을 두고 그야말로 산상의 인사를 주고 받았을 화개평전
오늘은 말없이 평온하기만하다
이제 시장기가 온몸에 전해온다
시간은 벌써 막12시를 넘긴다 세시간 산행 많이 걸은것은아니다
산에서는 조금전 조금전
서로 나누어먹은 과자 귤 초콜릿 곳감등을 간식으로 취해도 금방 삭아없어졌나보다
산행은 왕성한 식욕으로 본능을 표현하는 운동인가보다
아마 가장 순수하게 아무생각없이 몸의 신진대사 신호를 잘 받아들이는 곳이
산행에 나선 시간동안이 아닐까
어느듯 오르고 내리길 몇차례 토끼봉을 넘으며
이제 다음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고한다
이제 날씨도 오후에 접어들며 봉우리의 내륙쪽면을 돌아 갈 땐 바람결이 매섭다
따슨 국물생각이 간절하다
이마음은 나뿐 아니라 전 회원이 마찬가지일것이다
겨울산은 눈이 오지 않아도 산의 이면엔 언제나 눈을 덮고 산다
또한 내리막을 갈때엔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늘진 숲에 눈을 덮고있는 광경
이런 모습에 감동받아 힘들땐 언제나 후회하면서도 다시 찾는
이러한 일 이것이 바로겨울산행의 참다운 매력이아닐까
1시간은 휠씬 지나도록 그늘과 양지를 매서운 칼바람과 햇살로 문지르듯 반복하려니
화장실쯤으로 여겨지는 인가의 흔적이 나타난다
이시간쯤에 산속에 머물러살고 있는 인가의흔적을 발견한
기분은 밖으로는 추워도 날씨와는 상관없이 마음만은 푸근하다
입술 주위로 방한 파카 깃을 세워 마스크를 삼은
그 포리에스텔 천에 입김이 얼어 있어 옷감천이 딱딱하다
고산의 추위가 엄습하는 한기를 뚫고 나아간 보람으로
우린 발치 멀지않은 곳에
연하천의 산장과 그 주위 부속시설들을 가까스로 발견한것이다
눈이 살짝 덮여진채 녹지않은 길이
눈속에서도 흘러나오는 연하천의 물길에 의해 잘린 모습이 빙판이 되어 미끄럽다
그래도 이젠 이길이 사람의 온기를 전해옴은 산행중에 느낄수있는 안도감이리라
파이프관이 얼음속에 길게 내어질러
그 아래에 프라스틱 고동색 용기에 맑은 물이 떨어지는 모습
산은 신비롭기만하다
이 높은 곳에 수맥을 간직하고서 이 겨울에도 나그네들의 목을 축여주려한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며 지자요수知者樂水란 말이 이제 실감난다
지친자에게 안식을 주려하는 모습에서....산은 역시 인자의 모습을 지닌다
이시간 이젠 점심을 먹나보다
배꼽시계는 2시를 넘었다고 알리는 같다
꼭 시장기때문이어서 보다도 추위속에 다소 안심하며 쉴수있는 휴식과
참으로 나누어먹을 음식을 기다리나보다
하지만 이곳에선 밥도 짓고 라면도 끓인단다
어느 회원이(간부회원인가보다)흘린 정보를 속으로 즐겨하고있다
먹는 것보다 더 더 즐거운 것은
그 것을 기다리며 머리에서 마음에서 상상하는 시간동안이 아닐까?
연하천(煙霞泉)대피소
운무에 가린곳 아니면 노을에 가린 산모롱이에 솟아오르는 옹달샘
어디서 보면 이 산장이 보일까
구름과 서산에 걸린 노을이 아름다운 모습
어느 시인이 붙였을 법한 고운이름 잊지 못할 추억의 곳이 된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언손을 주물며
버너와 물을 긷는 회원들
정말 아름답다
이 모습도
연하의 비경속에 감추고 말리라! (계속)
첫댓글 눌재님은 신선하고 놀고오신분 같쏘 운무가 쌓인 그 위를 걷다가 오셨으니 말여요~~물물교환하던시장이 ~~~노래도 있잖아요 화계장터 잘 봤읍니다~3부도 있겄쥬
겨울산행은 아무래도 좀 힘들죠??그래서 전 지리산행 여름에 가려고 한거랍니다~~아름답고 신비로운 산이자나요~~
저는 산행후기를 따로 싣는 방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3회 산행기는 산행후기란에 실었습니다 죄송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