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낮 기온 12.1도,
겨울의 한복판인데도 서울은 따뜻한 봄날입니다.
아내와 함께 경복궁을 찾았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 않게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 어디서나 사성(四聲) 섞인
간들어진 중국어를 실컷 들어야만 했습니다.
근정전 앞 뜰의 품계석을 바라보며 나의 품계는 어느 정도일까 가늠해 보다가 ,
종8품 정도 ? 터무니 없는 품계를 마음대로 내려 보았습니다.
잔치 마당인 경회루 주변의 버드나무 가지에는 벌써 봄물이 올라 연두색깔이 잔뜩 배어 바람에
나붓기고 , 맑고 푸른 물 속에는 큰 잉어들이 관객들 앞에서 유유히 봄날의 유영을 뽑내고 있었습니다.
민속박물관 앞에서는 제기차기, 윷놀이, 팽이 돌리기, 널뛰기 등 민속놀이가 펼쳐졌는데,
우리는 점잖게(?) 투호놀이 몇 번으로 설날 기분을 냈습니다.^^^
민속박물관의 전시물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삶의 모습이라서 물건 하나하나, 사진 한 장
한 장에 우리들의 역사가 담겨 있어 자주자주 옛날로 돌아가는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아내는 그림 잘 그린 학생으로 뽑혀 초등학생 때 경복궁에 그림 그리러 온 적이 있는 것 같다며
옛날 기억을 더듬었고, 나는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경회루 왼쪽 인왕산 아래 '푸른 기와집' 청와대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고귀하신' 국모는 물론 '미천한' 하인 한 사람도 남의 손에 짓밟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막중한 책임을 대대로 저 청와대의 주인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설날답지 않게
혼자서 비분강개에 젖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