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번호가 달라요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에는 시편 번역본이 네 가지 나와 있습니다.
선종완 신부의 <성영>, 최민순 신부의 <시편과 아가>, <공동번역>과 <구약성서 새번역>입니다.
그 중 최 신부의 번역이 성직자만이 아니라 일부 평신자들까지 애용하는
성무일도, 또 성가와 미사 때의 화답송 등으로 가장 널리 쓰입니다.
현재 ,<공동번역>이 교회에서 공적으로 사용되는데,
시편만큼은 최 신부의 것이 공용 번역본인 셈입니다.
그런데 시편의 번호가 책마다 다르게 표기되어 있어서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야훼는/주님은 나의 목자"라는 말로 시작하는 시편이
선종완 신부와 최민순 신부의 책에는 '22(헤.23)' ('헤'는 헤브레아 곧 히브리 말 성서라는 뜻입니다),
성무일도에는 '22(23)', <미사전례성서>와 <매일미사>에는 '22',
<공동번역>에는 '23', <새번역>에는 '23(22)'라고 되어 있습니다.
같은 시편에 23 또는 22라는 번호를 붙이는 것입니다.
이 두 숫자는 각각 두 개의 큰 전통, 곧 히브리 말 성서와,
히브리 말을 그리스 말로 옮긴 최초의 번역본 칠십인역에 따른 것입니다.
표에서 보듯이, 전체 수 150은 맞는데 중간에서 몇 번 서로 다르게 나뉩니다
(직접 번호를 매긴 것은 13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사도시대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쓰기 시작한 칠십인역의 구분법이,
오랫동안 가톨릭교회의 공용본으로 통용되어온 '대중 라틴말 성서'(불가타)로 이어집니다.
이 전통이 가톨릭교회의 전례에서 계속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칠십인역의 구분이 선호됩니다.
이 두 가지 구분법 가운데에서 전체적으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늘날 구약성서를 번역한다는 것은 히브리 말 성서를 옮기는 것입니다.
성서 번역에서 칠십인역과 대중 라틴말 성서는 상당히 부차적인 구실을 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거의 모든 시편 번역본에서는 자연히 히브리 말 성서의 구분을 채택합니다.
<새번역>에서는 히브리 말 시편의 구분을 따르면서도,
교회의 장구한 전통을 존중하여 괄호 속에 칠십인역-대중 라틴말 성서의 번호를 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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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말 성서 칠십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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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8 1 - 8
9 - 10 9
11-113 10-112
114-115 113
116,1-9 114
116,10-19 115
117-146 116-145
147,1-11 146
147,12-20 147
148-150 14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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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승 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