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0.
피아골 트레킹
곧고 넓은 길이다. 영양군 일월면에서 시작하는 외씨버선길 7구간, 치유의 길이 눈앞에 있는 듯하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시골 버스가 연상된다. 흙먼지 사이로 시내 큰 장에서 돌아오는 엄마의 보따리가 보인다. 엄마 품으로 내달리다 고무신 한 짝이 미끄덩거리며 벗겨지는 꼬맹이 하나가 길 위에 있다. 한눈에 알겠다. 옛적 내 모습이다. 아쉬운 길이다. 편백숲까지 겨우 1km의 짧은 길이기 때문이다.
선유교 위에 선다. 난생처음 보는 거센 물줄기가 거침이 없다. 굉음으로 가득한 좁은 계곡에는 하얀 물보라가 날리고 집채만 한 바윗덩이가 덮칠 것 같아 두렵다. 아니 무섭다. 젖은 길이지만 걷기에 적당하다. 아홉 명의 일행은 돌길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삼홍교, 구계포교, 선녀교, 신선교를 지나 피아골 대피소에 다다랐다.
물 구경은 매번 반복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서면 하나같이 쏟아지는 물을 보느라 발길을 멈춘다. 선경이니 비경이니 하지만 말 한두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경치는 아닌 것 같다. 사진에 담을 수도 없고 동영상으로도 아쉽고 부족하다.
길옆에 조릿대가 무성하다. 새순 가운데를 잡고 순한 힘으로 서서히 잡아당기면 밑동이 쏙 빠진다. 밑동을 입에 넣고 연한 부분을 잘라 씹는다. 아주 어리고 연한 죽순의 식감이다. 향이 있다. 걸음을 멈추고 혀끝을 집중하면 대나무 맑은 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축축한 장마철에 조릿대 씹으며 걷는 길은 의아함과 새로움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장마철 계곡 트레킹은 위험한 일이다. 갑자기 퍼붓는 물 폭탄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자제해야 했었다. 일기예보를 참조하였으나 신뢰의 문제였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자세 또한 부족했다. 안전 불감증 이야기가 입에서 몇 번이나 꼬물거렸지만 조심스러웠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며 나이와 경험을 자랑삼을 테니 더 조심스러웠다. 이미 늦었다고 판단되었다. 장마철 비 온 뒤에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에 취해 몸도 마음도 어지럽다.
장마철이다. 한반도 중부지방은 피해가 크다.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터져 농토가 물바다가 되었다.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되고 거리는 토사로 뒤덮였다. 거센 물살에 도로가 쓸려나가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되어 버렸다. 연일 텔레비전 뉴스에 피해 상황이 보도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도 관(官)과 민(民)이 하나 되어 빠른 복구와 지원으로 상처 입은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첫댓글 잘 다녀왔으니 다행이다
이런 웅장하고 두려기까지한 물보라을 또 볼까
지나으니 참 잘한일이다
계곡은 무서운거야. 장마철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