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79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는 김명자 시인의 <가시>, 김은자 시인의 <숙면>, 엄미경 시인의 <모반> 등 세 편을 소개한다. 아울러 금주의 디카시로 대체한다.
디카시는 디지털 문학의 꽃이다. 디카시는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광케이블이다. SNS의 날개를 타고 빛 보다 빠른 속도로 경계를 넘나드는 디카시는 세계 최고의 한글 문화콘텐츠이며, 디지털 발명품이다.
먼저 김명자 시인의 디카시 <가시>를 소개한다.
#금주의디카시
가시 / 김명자
겨우내 꽁꽁 얼었던 이내 맘
아프다 못해 시리네
혀로 내뱉지나 말지
김명자 시인의 「가시」는 배관 파이프 밑에 자란 고드름의 모습을 순간 포착하여, 이를 <가시>라는 제목의 한 줄짜리 카피로 클로즈업 시키고 있다. 고드름을 가시로 은유화하는 가운데, 고드름과 가시 둘 다 '자란다'라는 공통 분모를 찾아내고 있다.
''겨우내 꽁꽁.얼었던 이내 맘 / 아프다 못해 시리네 / 혀로 내뱉지나 말지"의 시적 문장에서, '가시' 제목과 '고드름'의 영상기호, 그리고 이와 연동된 문자기호(시적 문장)가 스토리텔러의 화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겨우내 언 마음이 아프다 못해 시리다는 시적 문장이 압권이다. 고드름의 파생을 '혀로 내뱉는 행위'로 동일화시키는 노련미와 시적 내공이 참으로 놀랍다.
<가시>는 자라나는 고드름의 이미지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혹한을 견뎌내고 한계상황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적 자세가 돋보인다. 더욱이 고드름이 자라는 현상을 보고, 이를 창조적 상상력을 작동시켜, 혀로 내뱉는 행위와 가시가 자라는 이미지로 동시에 구현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한편 김은자 시인의 <숙면>은 회사원의 단잠을 상기시킨다.
#금주의디카시
숙면 / 김은자
소복소복 쌓인 피로에
세상 덮은 눈까풀도 천만근인데
휴면에 쫓긴 배꼽시계 알람 멈췄거늘
꿈속에도 쉬어가고픈
취해버린 회사원의 단잠이런가
김은자 시인의 디카시 <숙면>의 경우, 눈 내린 주차장의 차량을 관찰하면서, 아울러 회사원의 속내가 묻어난다. 회사원의 목소리로 단잠의 물감을 그려내고 있다. 차량 디카시의 코드 한 획을 긋고 있다.
'소복소복 쌓인 피로에 / 세상 덮은 눈까풀도 천만근인데'라는 시적 문장을 통해 주차된 차량 위로 쌓인 눈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주차 차량에 쌓인 폭설 이후 순간을 극적으로 담아내고, <숙면>이라는 단잠의 이불을 덮고 있다. 한 줄의 시적 문장이 단잠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금주의디카시
모반 / 엄미경
인생, 도긴개긴이라지만
잘만 던지면
판세가 뒤집힌다
엄미경 시인의 디카시 <모반>의 경우, 윷놀이의 현장언어를 재생시키면서 소망의 윷가락을 던지고 있다.
소망의 윷가락이 쌓여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되고, 이를 인생과 연계하여 판세를 뒤집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
<모반>이란 제목의 탄생은, 영상기호와 문자기호를 절묘하게 연동시킨 유기성의 산물로 바라보기 때문에, 요즘 트렌드에 부합된 제목으로 볼 수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빠르게 운항하는 디지털 별이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이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성자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