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베데스다 연못을 만들고 금붕어와 비단잉어를 잘 키우고 있다.
그러던 중 모모헌 뒤란에 연못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뒤란은 오전에만 잠깐 햇살이 들어오는 지라 무얼 심어도 성장이 더디거나 죽었다.
그래서 아예 습지정원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폭이 좁고 석축열을 따라 길게 있는 공간이라서 지형대로 연못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미 머릿속엔 후원에 만들 도랑연못에 대한 구상이 그려진 상태이므로 몸이 가는 대로 맡겨뒀다.
먼저 도랑의 형상을 따라 흙을 팠다. 노동 중에 땅을 파는 일이 가장 고된 것 같다.
이어서 연못 바닥에 토목용 부직포를 깔았다. 그 위에 하우스용 두 겹 짜리 비닐을 깔았다.
다시 그 위에 토목용 부직포를 깔고 논에서 진흙을 퍼다 도랑 바닥에 채웠다.
적당한 돌을 가져와 바위섬처럼 배치하고 인근 개울에서 자생하는 풀과 이끼를 가져와 마감을 지었다.
화단에 자라는 식물 중 습지나 그늘에서 잘 자라는 것들을 몇 종 골라서 도랑연못 가에 적당히 심어 주었다.
처음엔 인공적인 냄새가 많이 나지만 수초와 이끼 등이 자릴 잡으면서 제법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얕은 도랑연못엔 모기가 산란하기 좋은 환경이다.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를 사다 넣었다.
미꾸라진 진흙 색에 가까운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잘 보이질 않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작은 금붕어 이십 마릴 사다 풀어주었다.
도랑연못을 만들어 놓고 대청에 앉아 바라보는 즐거움이 너무 좋다.
도랑물로 떨어지도록 유도한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졸음이 살살 몰려온다.
누마루에 설치했던 해먹을 도랑연못 가에 붙들어 맸다. 해먹에 누워 하늘에 떠가는 흰구름을 바라보고
도랑연못에 노니는 물고기를 바라보거나 물소리를 들으며 멍 때리는 시간이 참 좋다.
건물 후원에 습지나 연지를 조성하면 사실 한옥에 좋을 건 없다.
습한 기운이 건물에 부식을 촉진하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변 상황이 통풍이 잘 되는 조건이라면 그 영향은 미미하다.
설령 좋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해도 그게 건물을 빨리 손상시키는 정도까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이 꽉 막힌 조건이라면 상황은 다름으로 연지나 습지를 조성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모모헌 뒤란은 동남향에 위치하여 대체로 오전 중엔 햇살이 잘 든다. 그리고 석축이 가로막혔지만 석축 위로
별다른 구조물 없이 열려있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편이다. 현재 도랑연못의 깊이는 평균 25cm 안팎이다.
이 정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연지가 아닌 습지로 바꿀 계획이다.
요즘 한옥에 들어가면 새로 만든 후원에 다가가 한동안 명상에 잠기곤 한다.
탁 트인 정면 마당과 정원에 비해 후원은 좁고 긴 형상을 하고 있어서 명상에 젖기에 딱 적당한 곳이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내게 있어 하나의 놀이에 속한다.
꼭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만 놀이는 아니다. 어른도 얼마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며
즐거움을 찾는 다면 그것 역시 놀이다. 놀이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말아야 한다. 아무러 방해도 받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자신만의 진정한 놀이터가 된다.
미꾸라지를 연지에 넣으면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를 퇴치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색깔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색색의 금붕어나 비단잉어를 풀어놓으면 물고기멍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