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별과 상실 그리고 애도를 다루는 수작인 영화를 봤다. 바로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이다. 감독을 검색해 보니 배우인 것 같은데, 뛰어난 각본도 가끔 쓴 것 같다. 바로 몇 년 전에 상영한 <판소리 복서>이다. 각본도 신선하고, 배우도 연기를 잘해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오늘 이 영화를 우연히 봤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많은 감정을 건드린 작품은 많지 않았다. 난 대체적으로 나 자신이나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좋아하고, 인상 깊게 봤었다. <너와 나> 이 영화는 여고생의 우정을 다루는 데, 그래서 우선 풋풋한 느낌이 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이 네 마음이길 바라는 사랑’이 담겨 있다.
내용은 단순하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여고생 여주인공이 다리를 다친 친구와의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은 이 단순한 서사를 복잡한 감정과 기억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이, 나의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떠올릴 수 있어서였다. 그때 난 참 외로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학여행은 제주도로 떠나나 보다. 내가 친구들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 그즈음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거리가 있는 약간의 친구들과 친한 친구 한 명이 있었다. 그 친구가 외로운 수학여행 길에서 나의 벗이 돼 주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 친구와 감정을 나누고, 추억을 기억하는 것에 서툴렀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의 힘이 발휘한다. 사람들이 이별과 상실 과정에서 애도 과정을 잘 거치지 못하는데ㅡ특히 나이가 어릴 때 우리는 더욱 서툴다ㅡ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과 승화의 단계를 밟을 수 있다. 영화관에 관객이 적었음에도, 참 많은 곳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남고생의 시절을 보낸 나는 잘 알 수 없겠지만, 이 영화는 여고생의 우정을 다뤘다. 정말 감정의 세심함과 생생함 혹은 시샘과 두려움을 잘 표현했다. 예전에 본 영화 <벌새>가 그 시절을 살아온 세대의 아픔을 훌륭하게 다뤘다면, 이 영화는 ‘네 마음이 내 마음이길 바라는 사랑’의 줄다리기를 잘 그려냈다. 감독은 틀림없이 섬세한 남자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 빅마마의 ‘체념’이란 노래를 들으며 영화평을 쓰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 노래 전체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하다 보면, 우리는 모두 울음바다가 된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가슴 절절한 가사의 내용이다. 여주인공은 친구를 너무 사랑해서, 그 마음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을 이 노래로 표현했다.
이 영화처럼 세심한 감정 선을 건드리는 작품은 잘 만나지 못했다. 너무 약해 부서질 것 같은 그런 마음을 이야기했다. 난 심리적 성장에 관해 생각해 보길 좋아한다. 나 역시 아직 마음속에 다 자라지 못한 연약한 아이가 있다. 너무 아이 같아서 잘 보듬어줄 필요를 자주 느낀다. 이런 나는 적절한 보호와 관심이 요구된다. 영화의 주인공 또한, 친구와 마음을 나누면서 한 뼘 더 성장한다.
많은 인문학과 철학 책에서도 ‘너와 나’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종교학자 마르틴 부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렇게 표현한 적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진정한 사랑이란 나와 네가 연결될 때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도 네가 존재함으로써 내가 있을 수 있다 했다. 즉 나 혼자만으로는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 이들이 말하는 것은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타자는 지옥이다’와 상반된다.
불교에서도 말하듯이 선지식이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더욱 잘 깨닫게 된다. 선지식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거지, 노인, 창녀 등 보잘 것 없는 인물로도 등장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다 만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모습이다. 내 마음이 맑으면 세상은 깨끗하다. 그런데 맑음은 이상의 상태지,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은 항상 투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사람들은 완전함이 아닌, 삶을 함께 부대끼며 고통과 슬픔 그리고 행복과 기쁨을 맛보는 것이 인생임을 알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 정말 맞는 것 같다.
김신웅 심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