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띄어쓰기와 문장부호의 사용법
띄어쓰기
띄어 쓰지 않은 글은 읽기가 힘들다. 힘만 들 뿐 아니라
‘돈이만원만있으면’
이렇게 붙여놓아보라.
‘돈이 만원만 있으면’인지
‘돈 이만 원만 있으면’인지 분별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띄어쓰기가 필요하다.
어떻게 띄나?
지금 이 글의 띄어쓰기를 보라. 단어마다 띄는데 조사, 어미, 접미사는 그 앞말에 붙여 쓴다.
‘달이밝다’
하면 ‘달’은 명사, ‘이’는 조사, ‘밝’은 동사의 어간, ‘다’는 어미다. 따라서 ‘이’와 ‘다’는 앞말에 붙는다.
‘달이 밝다’
이렇게 띈다.
주의할 몇 가지
• 팥밥, 깨엿, 돌집, 이런 말들은 한 말에 두 단어씩이다. 그러나 띄지 않는 이유는 '팥'과 '밥' 두 가지를 가리킴이 아니라 팥으로 지은 밥 '팥밥' 한 가지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한 단어(합성어)이다.
• 먹을 것은 많은데 배가 불러 먹을 수가 없을뿐더러 먹고 싶지도 않다. '것' '수' '따름' '뿐' '데' 등은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는 의존명사다. 의존명사는 앞말과 띄어 쓴다. 다만 뒤의 ‘없을뿐더러’에선 ‘ㄹ뿐더러’가 어미이므로 ‘없을’과 ‘뿐더러’를 붙여 썼다. 의존명사로 착각하기 쉬운 이런 어미나 조사로 ‘ㄹ망정’ ‘ㄹ밖에’ ‘ㄹ수록’ ‘ㄹ지’ ‘ㄴ즉’ ‘ㄴ커녕’ 등이 있다.
• 먹을거리가 없는데도 이 근처에는 사올 만한 데도 없다. 앞 문장의 ‘먹을 것’의 ‘것’은 의존명사라 띄지만 이 문장의 ‘먹을거리’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쓴다. ‘띄어 쓴다’는 띄어 쓰지만 ‘띄어쓰기’는 붙여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없는데도’의 ‘ㄴ데’는 어미이므로 앞말에 붙여 썼지만, 뒤의 ‘데’는 어떤 장소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썼다. ‘데’가 어떤 것이나 어떤 곳, 어떤 경우를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로 보아 띄어 쓴다. ‘뿐’ ‘ㄴ바’ ‘만큼’ ‘ㄹ걸’ ‘만’ ‘간(間)’ 등의 말은 문장에서 어떤 품사로 쓰였는지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므로 잘 살펴 써야 한다.
• 수(數)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백이십삼만 사천오백육십칠 명……’그 밖에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도 ‘한 개’ ‘두 벌’ ‘세 마리’처럼 띄어 쓴다.
• 글줄이 새로 시작될 때는 한 자 자리씩 들여 쓴다. 그러니까 첫 행에서뿐 아니라 중간에서도 새 행을 잡아 쓸 적에는 으레 한 자씩 들여쓴다. 이 책도 모두 그렇게 되었으니 다시 주의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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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와 가운뎃점(·)
쉼표와 가운뎃점은 쓰임새가 다르다.
‘철수·영이, 영수·순이가 서로 짝이 되어 3·1운동 기념 달리기 대회에 나갔다.’
하면, 앞의 가운뎃점(.)은 철수와 영이, 영수와 순이를 묶어주는 것이고, 그 사이에 찍힌 쉼표(,)는 여럿을 열거할 때 쓰인다. 가운뎃점은 ‘3·1운동’에서처럼 특별한 날을 표시할 때도 쓴다.
쉼표는 여러 가지로 쓰인다. ‘와/과’라는 조사 대신 쓰일 뿐 아니라 글의 뜻이 혼란될 경우엔 글 뜻을 훌륭히 정리해주기도 한다.
‘나는 매우 단 음식을 좋아한다.’
하면 ‘내가 매우 좋아한다’란 뜻인지, ‘매우 단 음식’이란 뜻인지, ‘매우’의 위치가 모호해진다. 이런 경우에
‘나는, 매우 단 음식을 좋아한다.’
하면, 꿀처럼 달디단 음식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분명해질 것이요,
‘나는 매우, 단 음식을 좋아한다.’
하면, 나는 단 음식을 몹시 좋아한다는 뜻으로 명백해질 것이다.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마침표(.) 찍는 걸 잊지 말라. 지금 이 문장에도 찍힌다.
작은따옴표(‘ ’)와 큰따옴표(“ ”)
대화는 줄을 바꿔 쓰되 모두 왼쪽으로 한 자씩 들여 써서 얼른 시각적으로 대화라는 표시를 주며 또 한 사람의 담화마다 큰따옴표(“ ”)로 양쪽 끝을 막아준다. 작은따옴표(‘ ’)는 큰따옴표 안에 또 따옴표를 써야 할 때 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뭐라구 그러시든?”
“오시겠대.”
“뭐라면서? 그이 말한 대로 해봐 좀.”
“빙그레 웃더니 ‘가다 뿐입니까 어떤 분의 초대신데…… 정각에 대령하겠습니다 - 하고 여쭈십쇼’ 그랬어.”
물음표(?)와 느낌표(!)
이것도 앞의 모든 부호와 함께 글 읽는 것이 편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무리 부호라고 해도 몇 개씩 겹쳐놓아 기분의 강약을 나타내려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 ?? ?! !! !!! 등으로 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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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물거리다 어리숭한 것이 눈앞에 떠올라 자꾸 어른거리다.
꿍지다 짐이나 물건 따위를 싸서 묶다.
장대다 마음속으로 기대하며 잔뜩 버르다.
금점판 예전에 주로 수공업적 방식으로 작업하던 금광의 일터,
번연히 삔히 훤하게
넘싯이 남의 것을 탐내어 가지려고 자꾸 기회를 엿보듯이
선가(船價) 뱃삯
선셈 어떤 일이 되기 전이나 기한 전에 미리 돈을 치름.
서총대무명 품질이 낮고 길이가 짧은 무명베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 조선 연산군 때 서총대를 쌓을 비용으로 무명을 거두었는데, 나중에는 백성들의 살림이 어려워져 길이가 짧고 빛이 검은 무명을 바쳤다는 데서 유래함.
백목(白木) 무명 솜을 자아 만든 실로 짠 피륙.
닷새무명 다섯 새의 무명, 품질이 중간쯤 됨. 오승포(五升布)
새 피륙의 날을 세는 단위.
시뜻하게 ①마음에 들지 않거나 싫증 난 기색으로. ②언짢아서 시무룩하거나 토라져서,
북덕무명 품질이 나쁜 목화나 누더기 솜 따위를 자아서 짠 무명
초매 치마.
구주(歐洲) 유럽.
-이태준 『문장강화』 중에서
2025. 4. 20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