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시노드와 주교 시노드로 나눠 소집 권한은 교구장 주교만이 지녀
친교와 협력 드러내는 유용한 수단
1. 시노드란 무슨 뜻인가.
‘시노드’란 교회회의를 뜻하는 라틴어 synodus에서 유래한 영어 synod를 한글로 옮긴 말이다. 라틴어 synodus는 ‘함께, 같은 장소, 동시에’ 등의 뜻을 가진 희랍어 συν(쉰)과 ‘통로, 방법, 여정, 모임’의 의미인 희랍어 οδοs(호도스)가 합쳐진 단어. 따라서 시노드를 어원대로 풀이하면 ‘함께 걸어감’이란 뜻이다. 결국 시노드는 다른 여러 곳에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2. 그렇다면 시노드는 일종의 회의인가.
그렇다. 현행 교회법 제460조는 교구 시노드를 ‘교구 공동체 전체의 선익을 위하여 교구장 주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개별교회의 선발된 사제들과 그밖의 신자들의 회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든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대표들을 뽑아 회의하기 때문에 시노드를 ‘대의원회의’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단순한 회의는 아니다.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장이기 때문이다.
3. 시노드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시노드는 크게 교구 시노드와 주교 시노드로 나눌 수 있다. 가톨릭에서 교회의 기본 단위는 흔히 ‘개별 교회’로 불리는 교구다. 교구 시노드는 교구의 최고 통치권자인 교구장 주교가 해당 교구 구성원들의 대표자를 소집해서 하는 회의다. 반면에 주교 시노드는 교황이 ‘보편 교회’의 선익을 위해 전세계의 주교 대표자들을 소집해서 하는 회의를 일컫는다.
주교 시노드는 교구 시노드와 달리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생긴 제도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해인 1965년 주교 시노드를 상설기구로 설치하고, 교황청 안에 주교 시노드를 관장하는 시노드 사무국을 두었다.
4. 교구 시노드에 사제뿐만 아니라 평신도도 참여하는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완벽한 교회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성직자 뿐만 아니라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참여한다. 평신도도 단순히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직자나 수도자와 같은 위치에서 함께 협력해 교구 공동체 전체의 선익에 이바지하게 된다.
5. ‘교구 공동체 전체의 선익’이란 무엇인가.
교구 구성원인 하느님 백성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친교를 이루며 하느님 나라를 확장시켜 가는 것, 즉 복음화를 이루는 일이다. 이는 모든 교구민이 각자 자기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충만한 기쁨을 누리며 그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6. 시노드는 누가 언제 소집하는가.
교구 시노드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은 교구장 주교에게만 있다. 교구장 주교는 사제 평의회의 의견을 들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시노드를 소집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옛 교회법은 교구 시노드를 10년마다 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행 교회법은 교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는 시노드 개최가 형식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교회 구성원 전체의 공동 참여를 통해 명실상부한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7. 시노드는 일종의 의결기구인가.
아니다. 시노드는 기본적으로 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노드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효력이 없고, 교구장 주교가 서명·인준하고 공포함으로써 법적인 효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의결 투표권’이 아닌 ‘건의 투표권’을 갖는다. 이와 같이 교구 시노드는 자문기구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교구장 주교만이 소집할 수 있는 것이다.
8. 시노드가 자문기구의 성격을 지닐 뿐이라면 주교가 필요할 때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면 될텐데 왜 굳이 시노드를 여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교회 안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세 부류가 있고 셋은 직무에 있어서 차이는 있지만 하느님 백성으로서 같은 품위를 지닌다고 밝혔다. 따라서 주교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고 있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서로 친교의 삶을 통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누리는 친교의 신비를 드러내고, 나아가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협력할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 교회가 시노드를 개최하는 것은 시노드가 이 친교와 협력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하고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9. 대의원들의 투표결과가 결정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교구장 주교 혼자서 결정한다는 의미인가.
비록 입법권한이 교구장 주교에게만 부여돼 있다 하더라도 시노드의 자문권한은 다른 기구나 조직의 그것과는 달리 교구 공동체 전체의 폭 넓은 의사를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주교 혼자서 내리는 그 어떤 결정보다도 효과적이고 강력한 힘을 갖는다. 교구장 주교는 하느님 앞에서 판단해 심각한 장애가 있지 않다면 시노드 대의원들의 투표결과를 수용한다.
10. 교구 시노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중세부터지만 기원은 초대교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교회사를 살펴볼 때 교구장 주교는 교회 조직이 확장됨에 따라 여러 사목적인 일들을 논의하기 위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참여하는 교구 시노드를 소집하곤 했다. 교구 시노드가 교회법적인 기구로 정착된 중세 중반부터 평신도들은 시노드에 참여할 수 없었다. 평신도가 교구 시노드에 다시 참여한 것은 1965년 폐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부터다.
11. 시노드와 공의회는 어떻게 다른가.
기원과 근본정신에는 별 차이가 없다. 특별한 구별없이 사용되던 두 용어는 13세기 이후부터 구별됐다. 이때부터 공의회는 결정할 수 있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상급 교회의 회의로, 시노드는 공의회의 결정을 각 교구에서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교구 차원의 회의로 구분됐다. 공의회가 의결투표권을 갖는 반면 시노드는 자문투표권만 가진다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다.
12. 이번(2001~2003)서울대교구 시노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열리는 시노드인가.
아니다. 장 베르뇌 주교가 1857년 한양에서 소집한 ‘제1차 조선 시노드’ 이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 서울대교구에서 세 차례 열린 바 있다. 현행 교회법의 정신에 따라 평신도까지 참여한 시노드는 1982년부터 3년간 열린 부산교구 시노드가 처음이다. 이어 대구대교구와 인천교구가 차례로 시노드를 개최했다.
13. 서울대교구 시노드를 이끄는 정신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의 구현이다. 서울대교구 시노드는 이를 위해 하느님 백성 전체의 소리를 충실하게 수렴하는 ‘듣는 시노드’, 하느님 백성 모두가 빠짐없이 참여해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함께 하는 시노드’, 그리고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는 ‘기도하는 시노드’라는 세가지 지침 아래 추진될 것이다.
14. 교구 시노드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한데 모여 교구의 문제점을 찾아 연구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뿐 아니라 교구 사목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제시한다. 이는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성찰 단계, 잘못을 반성하는 회개 단계 그리고 올바른 길을 찾아나서는 쇄신의 단계 순서로 진행된다.
15. 교구 시노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
예수 그리스도가 그리스도인이 행해야 한다고 가르쳐준 세가지 직무를 다룬다. 첫번째는 교의와 윤리규범, 선교활동 등과 관련한 교도 임무. 두번째는 모든 성사와 준성사를 올바르게 거행하는데 관한 성화 임무. 그리고 세번째로 교구의 조직 및 행정,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규율과 의무, 단체 활동 등을 다루는 사목 임무다.
16. 교구 시노드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
크게 주비(예비 준비), 준비 그리고 본회의라는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지난 한해 주비단계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인 준비단계로 접어들었다. 주비단계에서 본회의를 마칠 때까지 대략 5년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본회의가 폐막하면 의결내용을 실행하는 후속 과정이 뒤따른다.
17. 시노드 대의원은 누가 할 수 있는가.
교구장 주교는 회의를 주관하고 총대리·보좌주교, 사제평의회원, 지구장 등은 직무상 당연직 대의원이 된다. 각 본당과 수도회 등에서 선출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대표들이 선출직 대의원이 된다. 또 교구장 주교가 다양한 계층과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뽑아 임명하는 임명직 대의원이 있다.
18. 시노드를 위해 평신도가 할 일은 무엇인가
시노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서울대교구의 쇄신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설문조사나 토론회, 의견청취 모임 등 기회있을 때마다 기탄없이 밝혀주어야 한다. 아울러 시노드는 우리의 힘이 아니라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쉼 없는 기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19. 시노드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우리 교회에 쇄신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또한 우리 각자의 쇄신을 의미한다. 우리 각자가 변화하지 않고는 교회가 변화할 수 없다. 신자 개개인이 교회의 지체들이기 때문이다. 시노드를 통해 우리 자신이 조금이라도 변화를 체험하고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맛본다면 시노드는 자신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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