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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Kilimanjaro) 5.895m
그곳을 오르다.
킬리만자로 그 누가 말했던가!
아프리카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영원한 로망 이라고 ....
킬리만자로 대한민국에서는 조용필이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유명해진 그곳!
그저 막막한 기억 속에 머물고 있는 그곳 의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7월 28일 한 여름날 하늘 뒤 덮은 파란 하늘과 더위를 뒤로하고 나이로비로 가는 카타르항공 비행기에 몸을 싫고 30명의 건각들이 부산-울산-인천-도하-나이로비-킬리만자로로 가는 왕복 50시간 9박10일 대장정의 서막을 내딛는다.
인천공항에 도착 수속을 밟고 도하 행 비행기에 몸을 의지한 체 나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킬리만자로!!
작년에 다녀온 그대로의 모습일까? 아님 모습이 변해 있을까?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킬리만자로를 음미해 본다.
킬리만자로란 뜻은 탄자니아 케냐 원주민들이 쓰는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혹은 “하얀 산” 이라 불린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산이며 현지인들은 Tanganyike라 부른다. 1977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98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킬리만자로에는 3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Shira Peak(3,962m) Mawenzi Peak(5,149m) Kibo Peak(Uhuru Peak 5,895m) 라 불린다. 또한 킬리만자로는 다섯 영역의 식물 분포도를 보이는데 초원지대 1700m 까지/ 숲 정글지대2700m 까지/ 관목 황야지대 4000m 까지 / 사막지대4700m 까지 / 4700m 이상은 한대 식물지대 이다.
킬리만자로는 1889년 한스마이어가 초등에 성공한 이후 1900년 라인홀트 메스너가 등정했으며 최초 여성 등정자는 S, 맥도날드씨이다. 정상 등정에 성공하는 사람은 약 15% 이며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발티 다니엘로 87세이다. 초등자 한스마이어의 흉상이 마랑구게이트에 부조물로 만들어져 초등한 사람을 기리고 있다, 킬리만자로 정상 Uhuru 라는 뜻은 영어로 Freedom 자유를 의미한다.
이렇게 킬리만자로의 의미를 생각하며 미지의 세계 킬리만자로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비행기 시트에 내 몸을 맡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선 설레임, 기대 그리고 머나먼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과 걱정이 얼핏 얼핏 얼굴을 스친다.
10시간의 긴 비행시간 끝에 도하에 도착하니 숨이 턱턱 멎을 것 같은 중동 사막의 습한 고온이 우리를 반긴다. 6시간의 시차와 기내 좁은 공간이 주는 몸의 피로가 한데 엉켜 우리네 몸을 짖 누른다. 도하에서 나이로비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약2시간동안 기다려야 한다. 몸은 천근만근 함께한 일행들도 지치는지 다들 의자에 몸을 기대어 자신도 모른체 시나브로 잠을 맞는다.
난 홀로 도하 공항을 유람하듯 살펴본다. 중간 경유지로 이용하는 승객이 많은 탓에 공항 전체가 인종 전시장 같다. 공항 자체가 크기도 하지만 면세점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면세점에 세계 유수의 자동차 BMW, 포르쉐 스포츠카를 파는 면세점은 보다보다 처음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이로비행 비행기에 몸을 싫으니 비행기 차창으로 파란 하늘 아니 코발트 블루의 하늘아래 뭉게구름이 갖가지 형상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멀리 용처럼 생긴 구름이 보여 찰칵 카메라로 잡아본다. 약5시간의 비행여정 끝에 드디어 나이로비 조모코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만국기 펄렁이는 조모코 국제공항 뭉게구름과 더 없이 파란 하늘이 우리를 기다린다.
길게 늘어서서 현지 입국비자를 받는 사람을 헤치고 우린 미리 적어간 비자폼을 내밀고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나올 수 있었다. 아불싸 !! 비자피가 $50 이런 젠장 작년보다 100%가 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유럽 사람들은 $100, 일본인은 $70 이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입국 수속을 끝내고 짐을 찾는데 30명이 이동하려니 짐이 장난이 아니다,
산 벚들이 마련해준 기부물품까지 우리 일행 짐이 산더미 같다.
짐을 찾고 케냐 나이로비 조모코 국제공항을 나오니 입국장에 너무도 그립고 반가운 이가 나를 맞는다. 누루 사미가 탄자니아에서 국경을 넘어 5시간을 달려 마중을 나와 있다. 괜히 눈물이 흐른다. 작은 정 하나에도 저리 성심을 다하는 아프리카 사람들 그저 순수한 눈으로 눈가에 슬쩍 눈물을 비추며 우린 말없이 진한 포옹을 나눈다.
일년만의 해후 회포는 나중에 풀기로 하고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고 케냐의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맞으며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해 나이로비-아루샤 장거리 버스에 또 다시 몸을 실는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아루샤 까지 작년 까지 만해도 도로공사중 이어서 8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약 4시간30분이면 간다하니 얼마나 기쁘던지. 포터들이 버스지붕에 우리일행 짐을 실고 아루샤로 향한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초원의 광활한 풍광에 빠져 장거리 탑승에 따른 피로는 어디로 다 가 버리고 차창 밖 풍광을 쫓느라 정신이 없다.
끝이 안 보이는 일직선 대로를 따라 이어지는 풍광을 무어라 표현 할 수 있을까?
그저 놀라고 신기할 뿐 다들 연신 카메라에 풍광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평선으로 사라지며 석양의 놀라운 풍광이 우리의 시야를 막는다. 잠시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우라 하고 일행모두 도로에 내려 광활한 초원의 대지 아래로 넘어가는 석양의 풍광에 다들 숨죽이며 연신 카메라 찰칵 소리만내고 있다.
어느 누가 자연의 풍광을 인간이 가진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대지 아래로 숨어드는 태양이 대지를 삼키기라도 하려는 듯 벌겋게 하늘을 물들이고 자신의 존재를 차츰 차츰 대지 아래로 태양빛을 숨기고 있다.
붉게 물들었던 대지와 하늘은 순간 검붉은 색이더니 이내 밤을 알리는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렇게 순간순간 일어나는 자연의 위대한 변화를 아니 인간이 가진 세상의 모든 미사여구를 동원 한다고 해도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글로 풀어 쓸 수 있을까?
그렇게 끝없는 케냐의 광활한 평원을 지날 때 쯤 이내 어둠이 깔리고 한치 앞도 구분 할 수 없는 밤이 찾아온다.
얼마나 달렸을까 설 잠 자던 일행을 누루, 사미가 깨우기에 일어나니 케냐 탄자니아 국경도시 나망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탄자니아 비자를 받아야한다.
케냐 출국 도장을 받고 국경 완충지대를 걸어 탄자니아로 넘어와 현지 입국비자를 받으러 걸어가는데 시커먼 흑인 두 명이 우리 짐 그것도 기부물품을 뜯는 것이 아닌가, 미친놈처럼 욕을 해대며 누루 사미와 쫒아가니 아불싸! 세관원이 짐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내 옆에 있는 누루 사미가 나와는 형제이고 산을 좋아하는 한국의 친구(토요산)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나의 형제 누루, 사미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기부물품이라 했더니 웬걸 갑자기 내손을 잡더니 자기 사무실로 끌고 들어간다.
난 무슨 영문인줄 모르고 따라 들어가니 커피한잔을 내주며 진정 감사하단 소리를 여러 번 한다. 우리에겐 하찮은 것이 이사람 들에겐 감동을 주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순간 왠지 콧등이 찡하다. 이렇게 정성을 모아준 산 벚들이여 감사합니다.
한 번의 해프닝으로 우리 일행은 일사천리 국경을 통과 하고 또 칠흑 같은 어둠을 내달린다.
차창 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새어 들어와 눈을 떠보니 우리의 목적지 아루샤 라는 도시로 들어서고 있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8시 20분을 넘어서고 있다.
다들 호텔방을 배정받고 현지 식 맛난 저녁과 킬리만자로 현지 맥주 한잔으로 피로와 허기를 메우고 장거리 여행에 파김치가 된 몸을 침대에 던진다.
트레킹 첫날 : 아루샤 - 마랑구케이트 - 만다라산장
호텔에서 눈을 뜨니 창문 밖으로 거대한 산이 시야를 막는다. 저 산이 혹 킬리만자로?
No, 직원에게 물어 보니 메루 산 이란다.
호텔에서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우리와 함께 킬리만자로 4박5일 등반을 함께할 수석 가이드가 인사를 건넨다.
그대 이름은 누루! & 사미 / 함께 4박5일 고행을 같이할 친구들과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4박5일간 트레킹에 나설 짐을 분류하고 드디어 킬리만자로 트레킹 출발지 마랑구 게이트로 향한다.
분주한 아프리카의 도시 풍경 그네들의 삶 역시 우리네 사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아프리카 국가 중 탄자니아의 미래가 밝은 것은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다. 아프리카 국가중 거의 전무후무하게 교육열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도 부모님들의 교육열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았던가!
도시를 지나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나오니 좌측으로 우리가 오를 킬리만자로 우후르피크가 거대한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차창 밖으로 그 위용을 드러낸다.
작년보다 산위에 눈이 더 많아 누루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운 좋은 사람들이란다 어제까지 비가 내려 산 정상에 눈이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커피 농장, 바나나 농장을 지나 킬리만자로 트레킹 시발점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하니 우리와 함께 등반할 가이드, 포터, 쿡 등, 탄자니아 현지인 100여명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는다.
우리 일행이 30명이니 한명 당 약 3명의 현지인이 동행을 하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놓은 우리 일행들 짐, 가이드, 포터, 쿡이 함께 우리일행과 뒤엉켜 있으니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수석가이드가 일사분란하게 지시를 하니 짐이 나누어지고 우린 입산 신고를 위하여 마랑구게이트 입산신고소로 향한다.
1.970m 마랑구게이트는 국립공원관리본부가 들어서 있어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등산객들을 안내하고 통제하며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입산신고는 개개인이 전부 사인을 하여야 한다. 입산신고를 하고 포터(1인당 15kg)들이 짐을 확인하는 관리소 쪽으로 가니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마랑구루트 시간 거리 안내판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만다라(Mandara)산장까지 3시간 숲, 정글지대, 해발 3,780m의 호롬보(Horombo)산장까지 5시간 관목 초원지대, 4,703m의 키보(Kibo)산장까지 5시간 고산 사막지대, 5,681m의 길만스(Gilmans)까지 5시간 고산사막지대, 최정상인 5,895m의 우후루 피크(Uhuru Peak)까지 1시간30분 빙하지대, 공원 안내판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단 그것은 현지인 시간 개념이다, 고소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 로서는 거리 시간표의 약 1.5배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짐 관리소 우측 도로가에는 킬리만자로를 처음 등반한 한스 마이어의 흉상이 부조 동판으로 제작되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1848년 독일 선교사 요하네스 레브만과 루드비히 크라프는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킬리만자로를 발견했으나, 남위 3°의 적도지방에 만년설에 덮인 산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1889년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의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와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루드비히 푸르첼러가 키보 산 정상에 올랐다.
한스마이어 흉상과 나란히 우측으로 한스마이어 루드비히 푸르첼러가 정상에 오를때 함께한 가이드 요하나 라우워(Yohana Lauwo)와 포터 맘바 코웨라(Mamba Kowera)의 이름도 새겨져있다. 우리나라처럼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환영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가이드 포터 까지도 존중받는다는 사실이다.
킬리만자로 관련 부조물들을 보고 있는데 포터들이 각자 가지고 올라갈 짐정리를 끝내 다함께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드디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우후루 피크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삼각 나무지붕으로 만들어놓은 등산 출입구로 들어서니 원시 밀림과 잘 정돈된 등산로가 앞으로의 산행 잘 하라는 듯 반기고 있다.
엄청난 크기의 활엽 식물 들이 서로의 몸을 엉키며 하늘이 보이지도 않는 원시 숲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청명한 하늘 나무들이 뿜어내는 공기를 마시며 한발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생전 보도 듯도 못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울창한 원시림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늘을 걷고 있는데 이때 앞서가던 일행들이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말 그대로 야생에서 살아가는 원숭이 한 마리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무를 훌쩍 뛰어 우리의 시야에 나타난다.
다들 카메라 들이데고 야생 원숭이 찍느라 정신이 없다. 야생에서 자라는 원숭이가 우리에게 안전산행 행복한 트레킹 되라고 마중 나온 것 같아 우리 일행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옆에 있는 수석가이드 사미에게 저 원숭이가 우리 일행 킬리만자로 트레킹 축하 공연을 펼친다 했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하는 말! 사람이 무서워 도망가는 중이란다...푸 하하하하
이렇게 사람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던가!!! 혼자 씨익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태초부터 있었던 것처럼 하늘을 향해 마천루처럼 솟은 나무들, 이끼가 무성하게 끼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환상을 자아내게 하는 거대한 숲, 어른 서너 명이 둘러싸야만 잡힐 것 같은 엄청난 고목들이 만들어 내는 숲, 말 그대로 TV에서 본 듯한 그런 밀림의 풍광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다들 그 풍광에 가던 길을 멈칫 멈칫 하며 처음 대하는 풍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2시간 30여분 정도 원시 밀림이 만들어 주는 자연 그대로의 풍광에 취해 산길을 걷다보니 만다라 1시간 이라는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울창한 원시 밀림이 만들어 주는 시원한 공기, 눈앞에 펼쳐지는 원시 밀림을 만끽하며 잘 정돈된 산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만다라 산장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약 4시간의 산행 후에 찾아온 만다라 산장!
삼각 솟을지붕 나무로 지어진 산장이 얼마나 아름답고 아늑해 보이는지 원시림에 둘러싸인 산장이 한 폭의 풍경화 보다 더 정감 있게 다가온다.
만다라 산장에 도착 산장에 도착했다는 확인 사인을 하고 산장을 배정받아 들어가니 2층 나무 침대가 오늘 우리의 안식을 위하여 기다리고 있다.
휴식을 취하며 포터들이 지고 올라온 각자의 짐을 받아 정리를 하고 수석 가이드 누루가 저녁식사 시간을 알려주고 각자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숙소 배정을 끝내고 보니 달랑 두 사람만이 따로 자야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 숙소에 가보니 한국 그것도 광주에서 오신 두 여자 분과 합숙이라 ..
이억 만리 아프리카 그것도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에서..
잠시나마 그래도 어색해 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식당은 따로 정해져 있는데 2700m 고지에서 맞는 저녁,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다.
식당 안에는 인종 전시장처럼 각양각색 피부의 세계인이 왁자지껄 다들 킬리만자로 트레킹에 대한 이야기들로 흥분의 도가니다.
우리 테이블 바로 옆에 있는 서양 여자가 혼자 식사를 하기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캐나다 사람으로 교사 일을 하는데 한 달 휴가를 얻어 아프리카를 여행 하고 있다한다.
다른 건 몰라도 한 달, 그 말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렇게 행복에 겨운 저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밤이 되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이내 몸에 한기가 든다.
다들 겨울 보온 옷을 껴입는 다고 부산을 떤다.
그런데 아불싸 포터들이 우리 일행 중 한사람의 짐을 빼먹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닌가...
수석 가이드 누루에게 이야기 하니 바로 가이드 둘이 마랑구 게이트를 향하여 뛰어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짐이 도착하지 않은 사람은 추위에 떨고 가이드가 있는 숙소를 몇 번 들락날락 거렸을까 밤10시가 다 되어서야 가이드가 굵은 땀을 줄줄 흘리며 짐을 가지고 우리 숙소로 오고 있다.
괜히 안 되었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저들에게 화를 낸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어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그래도 첫 트레킹 하루 잘 마무리 된것에 감사하다.
숙소에 돌아와 함께 혼숙을 하는 분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분들도 한 달 동안 아프리카를 여행한다는데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난다. 혼자만의 상념에 밖으로 나와 일행들 산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다들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추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천상의 세계가 나를 반긴다.
온 세상 모든 별들이 내 머리위에서 우주 쇼를 펼치고 있다, 갑자기 유성우가 쏟아지는데 이런 풍광을 혼자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카메라를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찬란한 별들의 우주 쇼를 뒤로하고 침낭 안으로 스며들어 트레킹의 출발점 마랑구 게이트를 출발 만다라 산장 도착 까지 그 여정을 리와인드하며 달콤한 꿈나라로 가고 있다.
트레킹 2일째 : 만다라산장-호롬보산장
다들 잠을 잘 잤는지 얼굴이 좋아 보인다.
다들 Good~~~이란다.
동트기 전 만다라의 아침은 고요한 숲의 나라다. 새들도 지저귀지 않는 정막에 휩싸인 채
어스름 여명에 서서히 동이 터오고 있다.
우거진 숲 사이로 뻘건 태양빛이 비추는가 싶더니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태양빛에 만다라 통나무 산장의 뾰족 삼각지붕이 실루엣을 들어내며 이내 아늑한 숲속의 장원을 만들어 낸다. 산장 앞마당 풀밭에는 커다란 독수리(콘돌)가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사람을 발견 하고는 이내 나무 위로 몸을 숨긴다.
만나는 사람마다 잠보(현지어로 안녕)라는 인사말로 대신하며 다들 행복한 웃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짐을 정리하고 요리사들이 해주는 맛난 아침밥을 먹고, 산행하며 먹을 현지식 런치세트를 받아들고 호롬보 산장을 향한다.
잘 정돈된 원시 밀림 길을 따라 30여분을 올라가다보니 습한 날씨에 안개비를 맞은 것처럼 온몸이 끈적끈적 하다. 원시 밀림은 어느새 없어지고 이곳말로 할아버지 수염 이라는 이끼식물이 뒤덮은 나무들만이 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흡사 그 모습이 금방이라도 유령이 튀어나올듯하다. 어느새 물기 머금은 대지와 할아버지 수염을 칭칭 동여감은 나무 들이 하모니를 이루어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해 내고 있다.
이때 한 무리의 포터들이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짐을 머리에 이고 잘도 나아가고 있다.
우리를 이끌고 있는 수석가이드 누루와 잠시 쉬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들의 슬픈 현실이 말속에 베어난다. 일 년에 9달 우기를 빼고 킬리만자로를 오르는데 어쩌다 한 달에 2번 한 달에 한번정도 가이드 포터 쿡 일을 하며 한 가족(이곳은 대가족임 보통 한 가족이 8~13명)을 책임지는 가장 이라는 것이다. 4박5일 킬리만자로 가이드 하면 우리 돈으로 6만원을 받는다니.... 이렇게 벌어 대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웃음 잃지 않으며 가이드 포터 쿡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모습이 진정 아름답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이 자신의 일에 취해 있을 때 또 그 일에 자부심을 가질 때 아름답다고 했던가! 마음속으로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름시즌이라 그런지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외국인이 상당하다. 만나는 외국인들과 현지어인 잠보를 외치며 인사를 나누는데 갑자기 일행 중 한명이 잠보 하지 말고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자고 제안을 하니 저마다 외국인만 만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나눈다. 괜히 입가에 웃음이 감돈다.
습기 많고 안개가 깔린 길을 두 시간여 걷다보니 황량한 넓은 초원의 대지위에 신이 뿌려 놓은 듯 천상의 화원이 산객을 맞는다.
하얀 꽃, 노란 꽃, 보라색 꽃, 이름도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꽃들을 광활하게 펼쳐진 연초록의 초원위에 천상의 화원을 가꾸어 놓았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풍광에 무어라 표현 할 수도 없이 그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어느덧 안개는 걷히고 3000m 고지의 대 초원이 끝없이 눈앞에 펼쳐진다. 우측으로는 킬리만자로 제2봉 마웬지피크(Mawenzi Peak / 5,149m) 가 반갑다는 듯이 산객을 향하여 그 위용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웅장한 자태를 들어내고 있다.
하늘은 코발트블루 빛으로 물들어 있고 고지가 높아 산허리에 걸려 있는 뭉게구름 대평원의 초원 연녹색이 만들어 내는 이 풍광을 과연 무어라 표현 할 수 있을까?
그저 신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의 풍광에 감탄사만 연발이요 카메라만 찰칵 거릴 뿐이다.
대 자연이 만들어 놓은 풍광을 감상하며 발아래로 물 흐르듯 흘러가는 뭉개 구름을 보며 먹는 런치세트가 꿀맛이다.
대자연이 만들어 놓은 환상적인 풍광을 만끽하며 산길을 재촉하는데 가이드는 연신 뽈레 뽈레(Poly Poly) 천천히 천천히를 외친다. 3000m 고지 이제 본격적인 고소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행 중 한명이 고소 증상이 시작되었다. 가이드가 배낭을 받아주고 쉬엄쉬엄 가라고 한다.
선두는 먼저 가라하고 후미에 남은 사람들이 고소증상 찾아온 사람과 행보를 맞추며 호롬보 산장을 향한다. 우측으로 솟아있는 마웬지봉 6부 능선 길을 따라 긴 허리를 둘러가듯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떼고 있다. 그나마 고소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아 천만 다행이다.
어느덧 마웬지봉에서 흘러내린 지능선에 오르니 그림 같은 호롬보 산장이 그 자태를 보이며 산객을 부르고 있다.
3000m 고지에서만 자란다는 세네시오 관엽식물(자신의 잎이 시들면 그 시들은 잎사귀가 자신의 몸을 감싸 보호한다) 군락지가 우리들 산객의 눈을 호사 시킨다.
삼각 뾰족지붕으로 된 통나무집과 발아래로 흐르는 뭉게구름 산객이 잠자리로 이용할 텐트
이러한 것들이 어찌 그리 조화를 잘 이루는지....
3700m 고지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한 폭의 풍경화 하고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을 지경이다. 6시간30분 걸려 호롬보 산장에 도착하여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정면으로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우후루피크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마웬지 봉이 호롬보 수호신인양 떡하니 풍채를 드리우고 버티고 있고 좌측으로는 너무 푹신 할 것 같은 운무의 향연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아 킬리만자로여!!
저 운무 속으로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한없이 몰려온다.
내 마음속으로부터....
그저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곳에 내 영혼만 이라도 두고 가고 싶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대 자연의 풍광을 내 마음속 평생 부여잡고 살고 싶다.
아! 킬리만자로여 그대 그대가 여기 있기에 난 이곳을 다시 올 것이다.
내 다시 이곳을 오를 때에는 대자연을 대하는 더 경건한 마음으로 당신 킬리만자로를 찾을 것입니다.
아 킬리만자로여,,,,
자연이 만들어 내는 몽환적인 풍경에 내 영혼을 잊어버린 듯 멍하니 그저 눈이 자연의 풍광만을 쫓는다.
대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쫓아 카메라셔터를 연신 누르다 보니 3700m 고지 한기가 나를 엄습한다. 온몸을 겨울 파카로 중무장을 하고 쿡이 만들어주는 음식과 식당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이 만들어주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배정된 산장 침낭 속으로 들어가 오늘 지나온 산길을 되돌아 생각하며 호롬보 까지 하루산행을 마감한다.
트레킹 3일째 : 호롬보산장 - 키보산장
어제 보았던 대 자연,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해뜨기 전에 일어나 3700m 고지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일출을 보기 위하여 다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여명도 비치지 않아 어두운 호롬보 산장은 말 그대로 적막에 휩싸여 있다.
어제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헤드랜턴을 찾아 들고 구름 가득 찬 곳을 뚫고 올라오는 빛의 향연 일출을 보기 위하여 바위로 스멀스멀 올라가고 있다.
잔뜩 긴장한 폼으로 카메라를 연신 만지작거리며 찬란한 일출을 보여줄 태양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태양빛이 서서히 여명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 한다. 내가 서있는 뒤로는 칠흑빛 어둠이고 능선과 빛이 부딪히는 곳은 밝은 금색, 하늘로 오르는 빛은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한 기기묘묘한 색의 변화를 일으키며 태양이 힘차게 대지위로 솟구치고 있다. 이불솜 같은 뭉게구름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위로 태양은 얼굴을 보여 주지 못하고
뭉게구름을 뚫고 올라온 빛 들이 짙푸른 색 , 연한 푸른색 황금색 붉은색 등, 빛의 향연을 보여 주고 있다. 어느덧 황홀했던 호롬보 산장의 풍광이 그 실루엣을 보여주더니 이네 밝은 세상천지가 되어버린다. 이네 한순간 킬리만자로 우후루 피크 만년설이 그 위용을 자랑하듯 자태를 보여준다.
한순간 밤낮이 바뀌는 이 짧은 순간에도 자연은 무한한 신비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저 자연의 위대함에 경외감을 느낄 뿐이다. 인간의 나약함을 자각하고....
일행들과 아침식사를 끝내고 키보산장으로 가기위하여 짐을 챙기는데 두통이 서서히 엄습해 오기 시작한다. 나만 두통이 오는 줄 알고 옆에 있는 일행에게 물어 보았더니 다들 경, 중의 차이는 있지만 고소증세로 인하여 두통이 찾아오고 있었다.
어제 일행 중 누가 현지인에게 잘 못하여 그 사람으로 인하여 받은 스트레스로 잠을 잘 못자 뒤척였는데 컨디션은 다운이 되고 나 스스로 나를 통제 못 하여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 같다. 여행을 하며 나 스스로가 소중하다면 내 옆에 있는 현지인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못살고 허름해 보여도 저들의 정신은 우리보다 더 맑고 깨끗하지 아니한가 말이다.
호롬보에서 키보로 가는 길목은 편안한 산길이지만 이제 4000m에서 5000m 고지로 올라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 자신 내부의 적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한다.
드디어 알핀데저트(고산 사막지대) 황량한 황무지에 초본식물 알 수없는 들풀과 세네시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직 까지 킬리만자로의 풍광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고소증상이 그렇게 심하진 않은 것 같다. 바로 옆엔 어제 식당에서 만난 노르웨이 젊은 부부들과 함께 산행을 이어간다. 스벤 허만슨이라는 노르웨이 사람은 키가 190이 넘고 그 와이프가 얼마나 미인이던지 어쩜 그리 걷기도 잘 하는지.... 그 두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잠시 두통이 오는 것도 잊은 채 걷다보니 머리를 쥐어짤 정도의 두통이 나를 짓누른다. 고소증상이 점점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상 우후루 피크에 올랐다 하산하는 사람들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성공하라며 V자를 그리며 우리를 응원해 주고 간다. Good Luck! Good Luck!! 연신 행운을 선물한다.
하산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두 시간여 걷다보니 Last Water Point가 나오고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초본식물들이 그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바람 부는 대로 자신의 몸을 내 맡긴채 흔들리고 있다. 온몸은 쑤시고 머리는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나를 끝없이 괴롭히고 있다. 사방이 탁 트인 대평원엔 킬리만자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만이 점점이 보일 뿐이다. 다들 힘겨운지 말들도 없고 그저 쉬다 가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정표엔 길 이름이 The Saddle(말안장)이라고 되어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탄탄대로 같은 지평선이 보이는 편안해 보이는 이 길이 정말 고통스럽다.
4100m 고지를 넘어서니 고원 사막지대 끝없이 이어진 외로운 한 줄기 길이 눈앞에 그어져 있다.
황량한 벌판에 끝간데 없이 이어진 한줄기 외로운 길 내가 걷는 것인지 아니면 의지로 걷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고통이 나를 힘들게 한다.
4시간여 걸었을까 잠시 쉬며 점심을 먹는데 도저히 음식을 넘길 수 가 없다. 전신이 고통스럽고 머리는 깨져 나갈 것 같고 그저 길옆 바위에 몸을 기댄 채 가뿐 숨을 몰아 쉴 뿐이다.
이 고통스러움을 알려고 이곳을 찾았던가?
끝없이 이어지는 황량한 고원 사막지대를 가다보니 눈에 키보 산장이 아른거린다. 이를 악물고 내 스스로 내 자신에게 저기까지는 갈 수 있다, 라는 최면을 걸며 힘겨운 발걸음을 떼놓고 있다.
고소증상으로 한 사람은 구토를 하고 다리는 완전히 풀리고 한사람은 두통에 코피를 쏟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물을 마시게 하고 당신은 할 수 있다, 여기 온 목적이 우후르피크 아닌가 라며 다그쳐 보지만 영 상태가 아니다.
가까스로 사람을 챙겨 7시간 30분의 사투 끝에 키보에 도착한다.
평탄한 고원 분지 약9.1km 거리의 길을 7시간이 넘게 걸려온 것이다.
이 고통을 나는 왜 자초하고 있는 것인지....
천근만근인 몸을 키보산장 침대로 던져버린다.
머리는 깨지고 오한까지 최악의 컨디션이다.
오늘밤 11시에 정상 우후루피크를 가야 하는데 과연 난 갈 수 있을까?
이때 아까 고소증세로 고통을 호소하던 사람과 친한 분이 옆으로 오며 결정을 내려 달란다.
하산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느닷없이 정신이 멀쩡해 지며 하기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30여명 가운데 나만이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5분의 시간이 이리 고통스러울 줄이야 .....
다들 나가 있으라 하고 두 사람과 나 사이엔 무거운 적막만이 흐르고 나의 처분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하산 하셔야 겠습니다.
지금 아니더라도 킬리만자로는 다시 올 수 있지만 여기 더 지체 했다간 당신의 생명을 답보할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말을 하니 한사람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결정을 내렸으니 행동에 옮겨야한다. 수석가이드 사미를 시켜 포터 가이드를 챙겨 하산 시킨다 말하니 산장이 어수선하다.
포터는 두 사람 짐을 챙기고 가이드가 두 사람을 부축하며 호롬보로 하산을 하는데 슬쩍 나를 응시하며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온갖 상상과 회한을 뒤로하고 잠시 눈을 붙여본다.
트레킹 4일째 : 키보산장 - 우후루피크(정상) - 호롬보산장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은 꼼작도 할 수 없지만 정신은 벌써 정상을 향하고 있다.
그나마 깨질 것 같던 머리가 조금 나아지는 것도 같고, 누군가가 깨우며 잠결에 밥 먹으라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멍하다. 그나마 약간의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 앉는다.
수석 가이드 누루가 나를 측은한 듯이 쳐다보고 있다. Are you hungry?
생각해 보니 약 14시간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틴 것이다. 난 라면을 끓여 달라하여 건더기는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뜨거운 국물로 속을 채우고 있다.
속을 달래며 멍한 정신을 차리려고 나름 정신을 추스르는데 대뜸 누루가 한 소리를 한다,
Hey Mr Kim! Too tough to make a go down. 너무 힘들면 다시 내려가란다.
이게 무슨 소린지! 정신 번쩍 든다. 28명을 책임지고 올라야 하는데 하산이라니....
전에 왔을 때에도 환자가 발생해 정상을 올라가지 못했는데 이번엔 내가 죽어도 몸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정상을 밟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내 컨디션이 정말 엉망으로 보였는가 보다. 난 그래도 웃으며 Dont worry, I,m OK!
누루를 보며 억지웃음을 짓는다. 나와의 싸움에서 또 진다면 난 영영 킬리만자로 정상을 못 올라갈 것 같은 생각에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I can do! I can do! .... 수없이 되뇌이고 있다 나 스스로에게.....
우리 팀은 인원이 많아 밤11시에 정상에 오르기로 하여 어느덧 시간이 다되어 다들 겨울 산행 복장으로 중무장을 하고 산장을 나오니 칠흑 같은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헤드랜턴 불빛만이 앞 사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심호흡을 하고 하늘을 바라보니 세상에 그런 별무리 듣도 보도 못한 하늘의 풍광이 세삼 청정한 아프리카에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I can do!
드디어 출발이다 정상을 향하여....
걱정이 되었는지 수석가이드 누루와 서브가이드 제임스가 내 옆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마음으로 전달되어 괜히 쾡하다.
일렬로 늘어선 헤드랜턴 불빛만이 사람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상당한 경사각의 길이기에 호흡은 더 빨라지고 경사각으로 몸의 중심이 수시로 흔들리고 있다, 흔들릴 때마다 누루, 테미가 나를 잡아 주면 괜찮아, 괜찮아 를 연발하며 나를 바라본다. 평평한 길을 걸어온 어제의 그길 과는 천양지차의 길이다.
그나마 키보산장에서 약간 숙면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졸리지는 않으니까...
거의 가이드에 의지한 채 줄줄 미끄러지는 화산재를 밟으며 걸음을 내딛으니 한 걸음 걸으면 반걸음은 미끄러지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누루가 갑자기 쉬어가자 한다. 여기가 바로 한스 마이어 동굴이란다, 킬리만자로 오르는 산객들의 쉼터로 추위도 막고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작은 동굴이지만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기온이 상당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잠시 누루와 제임스 서로의 등에 의지한 채 휴식을 취하는데 이대로 기나긴 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갑자기 누루가 이제 출발 이란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에서 선두에 있는 나를 급하게 찾는 소리가 들린다.
약 30여m 를 내려가니 한 사람이 고소증세로 눈동자가 완전히 풀어져 있다.
난 사미를 불러 바로 하산을 지시한다. 옆에 두 사람이 붙어 부축을 하는데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러다 큰일 난다 생각하니 나에게 찾아온 피로는 저 멀리 달아나고 가이드에게 지시해 바로 호롬보로 하산 시킬 것을 명한후 멍하니 밤하늘을 처다 본다.
우리 일행이 하산할 때 까지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혼자 되뇌일뿐.....
얼마나 걸었을까 어슴푸레 여명이 밝아 오는가 싶더니 뻘건 태양이 서서히 올라오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저 일출을 보고 화산재로 되어있는 등산로가 밤이면 좀 얼어있어 걷기에 편하여 밤 자정에 산길을 오른다니 그네들이 현명한 것이다. 낮에 이 길을 간다면 아마 도중에 지쳐 하산했을 것이다. 태양의 환한 빛에 길만스포인트 이정표가 시야에 들어온다. 5685m 길만스포인트 누루가 허연 이를 드러내 보이며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인다. 순간 웬지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내 눈을 타고 흐른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며 누루 당신이 없었다면 난 아마도 키보에서 하산하였을 것입니다.
난 누루와 진한 포옹을 나눈다. 이네들이 있었기에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정상 우후루피크 2km ...
이제와는 다르게 길은 평평한 만년설 위를 걷고, 사방이 확 트여 마음마저 시원한 길을 걷고 있다. 그래도 아직 우후루피크 킬리만자로 정상은 보여주질 않는다.
해는 어느덧 세상을 밝게 밝히며 산객의 머리 위를 지나고 있다.
눈앞에 만년설이 그 위용을 드러내며 산객을 맞는다. 태초부터 있어온 빙하 말로만 듣던 킬리만자로 빙하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드디어 5895m 킬리만자로 정상 우후르피크다.
함께 온 일행들과 낮 모르는 외국인들이 서로 껴안으며 정상에 오른 것을 축하해주고 있다.
우후루 피크 정상 이정표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올라온 이들을 축하하고 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금 5,895m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최고봉이며,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세계 최정상 봉우리’
멍한 눈으로 킬리만자로 만년설을 보며 정상에 올랐다는 감흥을 느끼고 있는데 그제서야 나 스스로가 아닌 나를 도와준 가이드 누루 사미가 시야에 들어온다. 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이곳에 없었을 텐데..... 진정 고마운 그들과 진하디 진한 포옹을 나누며 ...
진정 고맙다 누루 사미 내가 정상에 선 것은 당신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누루와 사미에게 진정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정상에서의 감격을 뒤로하고 올라온 길을 빽 해 하산을 서두르고 있다. 부서진 화산재 등산로는 거의 미끄러지다 하며 때론 넘어지며 키보로 향한다. 낮에 이곳을 올라 왔다면 하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6km 거리를 약 7시간 30분 걸려 올라온 것이다.
키보에 도착 밥을 먹는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 몸은 너무 지쳐 있고 먹은 것이라고는 어제 밤에 먹은 라면 국물과 초콜릿이 전부인데 배는 고픈데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그저 오늘의 쉼터 호롬보 까지 한 걸음에 달려 내려가 산장에 내 몸을 던지고 싶다.
인간이 간사하다 하였나! 죽을 것 같았던 몸이 이제는 내 의지대로 움직여 주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는 길엔 몸과 마음이 지쳐 풍광을 볼 여력도 없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정상에 올랐다는 그 하나로 나 스스로 나에게 대견함을 느낀다. 반대로 정상을 오르는 이들에게 나 역시 V자를 그리며 꼭 성공하라고 한마디를 한다.
어제 나에게 해주었던 그들처럼... Good Luck!! Good Luck!!
저들도 정상에 오르기를 소원한다.
호롬보에 도착하니 온몸이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컨디션이 최악이다.
그래도 어제 하산시킨 사람들이 생각나 레인저에게 먼저 물어보니 안정을 취하고 있어 괜찮다 한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진정 감사합니다.
이억 만리 타국에서 그나마 위험한 상황 만나지 않게 해준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수없이 마음속으로 외치며 하산시킨 사람들을 만나보니 상태가 많이 양호해 안심이다.
환자 상황을 보고나니 긴장도 풀리고 피로가 엄습해 그대로 쓰러진다.
그대로 산장에 쓰러져 얼마나 지났을까? 또 누루가 걱정스런 얼굴로 괜찮으냐고 묻는다.
난 큰소리로 Im OK! 를 외친다. 그제서야 누루 얼굴이 환하게 웃는다.
다들 호롬보 산장 식당에 모여 정상등반 성공 자축연을 하느라 시끌벅쩍 하다.
인종 전시장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서로 축하하며 한 잔의 술로 이 기분을 만끽 하고 있다.
다들 해냈다는 환한 미소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행복이 충만함을 느끼게 한다.
누루 사미에게도 한잔을 권하며 이 감흥 그대로 꿈나라로 가고 있다.
우후루피크 그대 거기 있기에 난 정상에 올랐노라!!!!!
트레킹 5일째 : 호롬보산장 - 만다라산장 - 마랑구 게이트
눈을 떠보니 산장 안에 나 홀로 덩그러니 누워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여기가 어디지?
잠시 멍한 상태에서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정신을 차리니 어제 저녁 정상 등반 축하 술자리에서 한잔 마시고 완전히 뻗어 12시간을 정신없이 잠을 잔 것이다. 산장 밖으로 나오니 푹 자고나온 개운한 내 몸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반기고 있다. 호롬보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 시야에 들어온다. 천근만근 내 몸 하나 가눌 수 없었던 몸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아침 햇살 머금은 호롬보 산장 뾰족 삼각지붕위에 콘돌이 무엇을 바라보는지 하늘을 응시하며 햇살을 받고 있다.
배가 고파 산장 식당 쪽으로 가니 다들 밥 먹느라 정신이 없다. 나 역시 허둥지둥 주린 배에 쿡이 해준 밥을 집어넣느라 정신이 없다. 인간이란... 몸이 너무 지쳐 밥은커녕 아무것도 입에 못 댄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던가....
다들 어제의 힘들었던 모습을 어느 정도 지워내고 환한 얼굴로 호롬보의 아침을 맞고 있다.
오늘은 호롬보를 출발 만다라산장을 지나 마랑구 게이트 까지 하산 하여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끝내는 날이다.
갑자기 수많은 현지인들이 호롬보 산장 앞으로 모이는 것이 아닌가!
수석 가이드 사미가 옆으로 오더니 킬리만자로 등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며 28명이 산행을 해 27명이 정상에 오른 것은 킬리만자로 역사상 초유의 일이란다 97% 등정 성공률 기적이란다.
그 말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래 해냈구나 하는 자신감이 충만해 온다,,,,
나 혼자 아니 함께한 일행 30명, 가이드, 포터, 쿡 모든 사람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렇게 행복 가득한 맘으로 흥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킬리만자로 등정 축하를 한다며 우리 일행들 앞으로 현지 가이드 포터 쿡이 모여든다.
킬리만자로 등정축하 셀리브레이션의 시작이다.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그대는 영원하라...그대는 영원하라..
잠보 잠보와나 와카리비쇼 하쿠나마타타
안녕하세요!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것 아무문제 없습니다...
다들 현지인과 우리일행들이 어우러져 춤을 추며 킬리만자로 등정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씰룩 거리고 있다....
어찌나 흥에겨운지 난 한 번 더 잠보 노래를 청하고 우리 모두 4박5일 함께한 우리 친구들은 하나가 되어 시나브로 어우러진다....
다들 킬리만자로 등정 셀리브레이션의 감흥을 뒤로하고 짐정리를 하고 호롬보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하고 마랑구 게이트로 향한다.
난 이제부턴 자유 산행을 모든 일행에게 지시하고 느긋하게 킬리만자로를 즐기며 마랑구게이트로 향한다.
마웬지 봉을 좌측으로 두고 고산 대평원의 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을 재촉한다.
지난 4일전 경이로운 풍광에 압도되어 왔던 그 길을 따라 지난 4일간의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생각하며 산길을 걷고 있다.
나는 이곳에 왜 왔을까?
킬리만자로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
행복, 환희, 아프리카 밀림에 대한 환상과 경외감, 이런 단어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수놓는다. 신이 인간에게 주는 대자연에 대한 모습은 무엇일까?
그저 높은 곳에 올라 내 스스로의 정복감, 성취감, 도전정신 아니 내가 저곳을 올랐다고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이곳에 온 것은 아닐까?
신이 만들어 놓은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혜택을 베푼다.
자연풍광 그 자연에서 나오는 무수한 부산물 이것으로 인간은 살아가고, 때로는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기도 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은 인간의 정신을 살찌운다. 현지인들이 말하는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는 우리네 인간 군상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절실하게 깨닫게 한다. 이곳을 오르는 포터, 가이드, 쿡 그들이 보여주는 자기희생의 정신이야 말로 킬리만자로를 오르며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정상 등반이 가능하기에.....
헝클어진 머릿속 이런저런 생각들과 싸움을 하며 혼잣말을 궁시렁 대며 산길을 가다보니 어느덧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 정상에 올랐다는 (Certify)확인증을 받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확인증에는 ●Gilmans Point 5685m / ●Stella Point 5756m / ●Uhuru Peak 5895m
이곳을 모두 올랐다고 파란 점으로 표시되어있다
내가 킬리만자로 정상에 성공한 138671번째 사람이다.
이 한 장의 확인증에 4박5일의 트레킹 여정이 남겨진 것일까?
우흐르피크 정상 그곳 이정표와 함께한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한데 난 함께 오른 일행들 모르게 확인증을 찢어 마랑구게이트 숲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는다.
이 한 장의 종이가 내가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른 것을 증명하겠지만 이것이 무슨 소용인가 지난 4박5일 동안 내가 느끼고 마음으로 받은 감동이면 충분할텐데,,,,,,
4박5일 동고동락을 함께한 가이드, 포터, 쿡 한 명 한명 악수를 나누고 진한 포옹을 하며 지난 시간의 고마움과 아쉬움을 나누며 킬리만자로 트레킹 4박5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COPY RIGHT / KIM YOUNG CHUL / 11 Aug 2011
첫댓글 김영철 대장님!! 이렇게 글로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네요. 참 무뚝뚝하게만 느껴지던 경상도 남자의 이 섬세한 글을 보니 다시 킬리만자로가 제게 생생하게 살아오네요. 불사신인줄 알았던 대장님도 고소증으로 힘들었다니 이 또한 인간적으로 느껴저 좋구요. 등정 확인증을 킬리만자로에 묻고 오셨다니 더욱 멋져보이시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쁨 주시길 기대합니다. 만다라산장에서 혼숙했던 한 여인이 대장님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하는일마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