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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을 통해 본 재가불자의 사회참여
유마경(維摩經)은 대승 경전으로 반야부(般若部) 경전에 속한다. 재가불자인 유마힐을 주인공으로 한 아주 귀한 불교 경전이다. 재가불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전은 남성(우바새) 재가 거사인 유마힐을 주인공으로 하는 유마경과 여성(우바이) 승만 부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승만경(勝鬘經)만이 현존하고 있으므로 아주 귀한 경전이다. 특히 재가불교를 이해 하는 데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이 경에서 재가 거사인 유마힐은 출가 수행자인 사리불(舍利佛) 등 붓다의 십대제자(十大弟子)들이 오랜 타성(惰性)에 빠져있는 수행과 사상적 오류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들을 참된 진리의 길로 인도하는 뛰어난 수행력을 본보기로 제시하고 있다. 유마힐은 붓다의 가르침에는 데서 출가와 재가의 차별이 없는 평등한 정법 수행을 불교 수행의 이상향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후대에 여성 재가 신도인 승만 부인(勝鬘夫人)을 주인공으로 하여는 승만경과 함께 재가불교 운동의 대표적인 경전으로 간주(看做)되고 있다
1. 유마경에 나타난 시대적 사회관
유마경을 이해하려면 우선으로 대승불교를 이해하여야 한다. 대승불교는 자신의 수행과 깨달음에 치중하는 출가사문(出家沙門)의 자기(自己)만을 중심으로 자리(自利)를 추구하는 소승 부파불교에 대항하여 일어난 불교혁신 운동이다. 또한 당시로서는 날로 확장일로(擴張一路)로 거세지기 시작하는 힌두교에 대응하여 기원전 1세기 전후로 일어난 불교개혁 운동이자 재가 수행자들이 불교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일어난 외호(外護) 운동이다.
당시 불교계는 유력한 소승(小乘) 부파(部派)들은 각자 독자적으로 경(經) 율(律) 론(論) 삼장(三藏)을 편찬하고 이를 부파마다 다르게 전승하고 있었다. 승원을 중심으로 한 교리해석에 의한 전문적인 법(法다르마) 중심의 교리와 자기 수행과 이익에 치중하여 붓다의 근본이념이자 수행의 목적이고 신앙의 정신이자 가르침이었던 중생을 위한 대중구제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그 결과 불교 교단은 폐쇄적(閉鎖的)이고 은둔적(隱遁的)이며 대중을 멀리한 난해한 현학(玄學)적인 학풍의 출가 중심의 전문불교 교단이 형성되어 대세를 이루어 가고 있었다.
이런 영향으로 재가불교는 축소 위축되고 재가불자들은 단지 출가사문을 위한 시주(供養)물 제공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또한 이들 출가 사문들의 궁극적 목표도 수도를 통하여 깨달음을 증득(證得)하여 부처가 되는 성불(成佛)의 길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自利)만을 추구하는 극락(하늘나라)에 태어나는 일이 주(主)가 되고 있었다. 붓다의 중생구제라는 근본이념을 망각하고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러한 소승 부파불교는 대승불교 성립 이후에도 상당 기간 대승불교와 경쟁하면서 세력을 유지했었다.
이에 대응하여 발생한 대승불교 운동은 대중부불교에서 자연스럽게 대승으로 발전되었다는 설과 붓다의 사리(舍利)를 모신 불탑(佛塔)을 중심으로 발생한 재가불자중심의 신생(新生) 불교 운동으로 보는 견해들이 있다. 대승불교는 붓다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붓다의 덕을 찬탄하고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자비 원력으로 일체중생 모두가 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을 근거로 사유(思惟)하고 출발했다. 출가 사문들이 자신만의 깨달음을 추구하고 자신만을 구제 대상으로 한 소승 아라한(阿羅漢)에 전념할 때 대승불교는 모든 일체중생이 모두 깨달음을 증득(證得)할 수 있고 깨달음을 증득하면 누구라도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대승다불설(大僧多佛說)을 의론으로 출발한 운동이다. 이를 근거로 수많은 경전이 설해지게 되는데 유마경과 승만경도 이 시기에 설해지고 결집(結集)된 것으로 봐야 한다.
2. 유마힐 거사와 유마경 유통
유마힐(維摩詰)이란 비말라키르티의 음역(音譯)으로서 바이샤리 부호(富豪)의 이름이다. 유마힐 거사는 그 시대를 대변하는 청정(淸淨)하고 정의롭고 올곧은 신념을 가진 사상가이자 종교인이었다. 거사의 이러한 신념과 사상에는 출신 지역의 영향력이 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거사가 살았든 바이샬리는 중인도 갠지스강지류인 간다크강의 연안에 발전된 상업 도시로 당시로서는 경제가 발달 된 곳이다. 따라서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이 넘쳤던 곳이었다. 유마힐 거사는 이 시대의 자유롭고 진취적이며 비판적인 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유마경에서도 자유롭고 진취적이며 비판적인 정신과 사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유마힐 거사(居士)는 유마경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재가불자(在家佛者)로 불교의 진수(眞髓)를 체득하고 청정(淸淨)한 수행을 통하여 청정한 행동을 몸소 실천한 재가 거사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에게는 도움을 주고 불량한 자에게는 훈계를 주어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는 재가불자의 이상상(理想像)으로서 유마경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경전을 이끌고 있다. 유마힐 거사를 모델로 하여 반야경에 서술된 공(空)의 사상을 실천적으로 체득하려는 대승보살(大乘菩薩)의 실천도(實踐道)를 강조하고 세속(世俗) 삶은 살아가는 재가(在家)불자도 불도(佛道)를 수행하고 깨달음을 완성하게 됨을 중요한 내용으로 강조하고 있다. 유마경의 중요 내용으로는 “마음이 청정(淸淨)하면 국토(國土)도 청정하여지느라”. 라는 게송을 비롯하여 종교적 명언이 많다.
유마경의 성립 연대는 1~2세기로 추정되는데 확실하지 않다. 유마경(維摩經)의 원명(原名)은 비말라키르티 수트라(Vimalakīrti Sūtra)라고 한다. 반야부 경전에 이어 나타난 초기 대승 경전 중에서도 그 결집이 오랜 것 중의 하나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불가사의해탈경(不可思議解脫經)또는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정명경(淨名經)이라고도 한다. 산스크리트어 원본과 티베트역(譯)이 있고 한역 3본(三本) 중에서는 구마라집(鳩摩羅什)이 번역한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3권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마경은 중국에서 널리 읽힌데다 초기 중국 선종(禪宗)의 지침서로 인정될 정도로 매우 중요시된 것으로 사료(思料)된다.
불교 경전 중에서 재가자를 주인공으로 한 경전은 유마힐을 주인공으로 한 유마경과 승만부인을 주인공으로 한 승만경 만이 존재하고 있다. 유마경과 승만경 두 경전은 불교사적으로나 재가불교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경전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유마경에서는 타성(惰性)에 물들어 수행의 본질을 외면한 출가 중심의 왜곡된 불교를 붓다의 10대 제자를 등장시켜 철저하게 비판하여 대승불교의 올바른 진의를 밝히고 있다.
유마경은 산스크리트어 원전은 없어졌지만, 일부가 월칭(月稱)의 중론석(中論釋)이나 적천(寂天)의 대승집보살학론(大乘集菩薩學論)에서 인용되고 있다. 대승경전 중에서 유마힐이 등장(언급)하는 경전으로는 불설대방등정왕경(佛說大方等頂王經), 불설월상녀경(佛說月上女經)등이 있다. 유마경의 번역본으로는 호탄(于闐)어 역 단편과, 페르시아의 한 방언인 소그드(Sogd, 粟特)어 번역본 일부가 전해지고 있다. 티베트어 역이 산스크리트어 원전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한역(漢譯)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엄불조(嚴佛調) 역, ≪고유마힐경(古維摩詰經)≫ 2권(187년)
. 지겸(支謙)역,≪불설유마힐경(佛說維摩詰經)≫ 2권(223∼253년)
. 축법란(竺法蘭) 역, ≪비마라힐경(毘摩羅詰經)≫ 3권(296년)
. 축법호(竺法護) 역, ≪유마힐소설법문경(維摩詰所說法門經)≫
1권(303년)
. 사문 기다밀(沙門 祇多密) 역,≪유마힐경(維摩詰經)≫ 4권(미상)
. 구마라집(鳩摩羅什)역,≪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3권(406년)
. 현장(玄奘) 역,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6권(650년)
이 중 현존하는 것은 지겸, 구마라습, 현장 역본이다. 한역 중 티베트어 역과 가장 일치하는 것은 현장 역이지만, 전통적으로 구마라습 역본이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유마경에 대한 주석서로는 인도에서 세친(世親)의 주석서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중국의 주석서로는
. 구마라집의 유마경소(維摩經疏),
, 승조(僧肇)의 ≪주유마힐경(注維摩詰經)≫,
. 혜원(慧遠)의 ≪유마힐기(維摩詰記)≫,
. 지의(智顗)의 ≪유마경 현의(維摩經玄義)≫, 지의(智顗)
. 설 담연(湛然) 약(略)의 ≪유마경약소(維摩經略疏)≫,
. 지원(智圓)의 ≪유마경약소(維摩經略疏)≫,≪수유기(垂裕記)≫, . 길장(吉藏)의 ≪정명현론(淨名玄論)≫
≪유마경의소(維摩經義疏)≫
. 규기(窺基)의 ≪설무구칭경소(說無垢稱經疏)≫,
. 전등(傳燈)의 ≪유마경무아소(維摩經無我疏)≫,
. 정정(淨挺)의 ≪유마힐경요설(維摩詰經饒舌)≫등이 있다.
. 양기원(楊起元)의 ≪유마경평주(維摩經評注)≫
(자료출처: 엄기영불교연구소 2019.511.유마경)
대승경전 중에서 반야부 경전 계통은 대승불교의 초기에 성립된 경전이지만 유마경은 그 초기의 반야부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결집이 오래된 것으로 문헌학자들은 보고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방등부(方等部) 경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 한 전개되는 내용으로 보아서는 대승불교 후반기 보살불교 전성기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의 경전으로 보기도 한다. 보살불교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불교이다. 위로는 보리(깨달음)를 증득(證得)하고 아래로는 중생구제를 서원하는 대승불교의 근본 사상을 실천하는 불교이다. 보살(菩薩)은 보리살타(菩提薩埵)의 준말로 깨달음 이전의 붓다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대승불교에 와서는 출가자 재가자를 막론하고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서원을 세우고 수행에 전념하는 불자들을 뜻한다. 때로는 지장보살처럼 자신의 성불은 뒤로 제쳐두고 중생구제에 매진하는 수행자들을 나타내기도 한다. 바로 유마힐 거사처럼 붓다의 자비 정신을 수행의 근본 신념으로 중생구제에 매진하는 이상적인 인격자를 보살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3. 유마경에 나타난 보살 정신
유마경은 재가 거사인 유마힐을 주인공으로 한 경전이다. 붓다는 재가 거사인 유마힐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출가 중심주의의 형식적인 부파불교를 신랄하게 비판함으로 대승불교의 진의를 드러내고 있다. 유마힐의 대화를 통해서 토로 되는 부처님의 진리는 이미 형식이고 계율(戒律)을 방기(放棄)하는 묵수적(墨守的)인 기성 출가 교단의 그릇된 점을 타파하고자 했던 당시 불교의 시대적 요청을 대변하는 물결이라는 점을 우리는 간과(看過)해서는 안 될것이다. 유마경에서 유마힐 거사는 기존의 출가 중심의 불교에 대한 비판을 통해 당시 불교의 문제점을 비판, 지적하고 있다. 유마경에 등장하는 유마힐 거사는 세속에 있으면서도 대승의 보살도(菩薩道)를 성취하여 출가자와 같은 불교의 이상세계 불국정토를 서원하고 실현하며 살고 있다.
경전의 내용을(2)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15품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1, 불국품(佛國品), 제2 방편품(方便品), 제3 제자품(弟子品), 제4 보살품(菩薩品), 제5 문질품(問疾品), 제6 부사의품(不思議品), 제7 관중생품(觀衆生品), 제8 불도품(佛道品), 제9 입불이법문품(入不二法門品), 제10 향적불품(香積佛品), 제11 보살행품(菩薩行品)의 주된 내용과 제11 보살행품(菩薩行品), 제11 보살행품 이하의 품에서는 유마힐 거사의 법문을 붓다가 다른 측면에서 다시 설하는 반복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마경의 또 다른 이름인 불가사의해탈경(不可思議解脫經)은 제14장 ‘위촉품’에서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이 경을 불가사의 해탈문이라고 이름한다.”라고 한 것에 근거해서 붙여진 경명(經名)이다. 이 경의 내용이 상식이나 이론적인 입장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종교적 체험의 경지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마경의 주된 배경과 내용은 방편으로 칭병(稱病)하는 유마힐 거사가 문병하러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법하고자 하는 목적이 중요 내용이다.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유마힐의 칭병(稱病) 사유를 알면서도 제자들에게 병문안을 부탁하는 붓다와 이를 완곡히 사양하는 제자들 사이에 오고 간 대화를 통해서 대승 보살불교를 설하는 내용이다. 일찍이 유마힐 거사의 매서운 질책과 가르침을 소문으로 받아온 제자들은 여러 사유를 들어 붓다의 부탁을 사양하고 여러 보살마저도 사양하자 마침내 지혜 제일의 문수사리 보살이 붓다의 부탁을 받고 유마힐 거사를 문병하는 대화체(對話體) 법문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마힐 거사는 비록 세속에 삶을 사는 재가불자 있지만, 대승의 가르침을 자각(自覺)하고 이를 몸소 서원하고 몸소 실천하였기에 붓다의 제자들과 보살들이 그를 감히 상대할 수 없어 칭병(稱病) 중인 유마힐 거사의 병문안을 제안하는 붓다의 부탁을 감히 사양했다. 그래서 마침내 지혜 제일의 문수보살이 붓다의 부탁을 받아 유마거사의 병문안을 가게 된 것이다. 문수보살과 유마힐 두 사람은 유형적, 상대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대화하는 것으로 유마경은 전개한다.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 53 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니면서 계율에 얽매임 없이 비교적 자유로이 수행하는 문수동자 보살도 재가불자로 묘사되고 있어 재가불자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래서인지 유마힐 거사와 문수사리 보살은 일맥상통하는 대화를 통한 법문을 보인다. 유마힐 거사는 문진품(問診品)을 통하여 유마경 하면 생각나게 하는 그 유명한 게송 ‘중생이 아프니까 내가 아프다.’라는 유명한 법문을 설하셨다. 탐욕과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심(三毒心)에 물들어 고통 속에 빠져들어 병들어 있는 중생들이 아프니까 나도 아프다.라는 보살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대(大)서원(誓願)을 설하신 것이다. 보살의 하화중생을 몸소 실천하여 번뇌에 빠진 중생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그러나 유마경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평등사상이다.
붓다는 재가불자인 유마힐 거사를 통해서 가장 강조하고자 했던 핵심 내용이 대승평등사상이다. 점점 날로 심각해가는 출가 소승 아라한의 출가 우월주의의 오랜 타성(惰性)과 수행 방법의 사상적 오류의 잘못을 지적하고 재가불자인 거사를 통하여 붓다의 대자대비의 참된 가르침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붓다의 법은 만인 앞에 평등 공평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세속을 버리고 유리(流離)걸식하면서 재가 인들의 공양에 의존하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수행에 전념하는 출가 전문 수도인(修渡人)과 가정을 지켜가면서 세속 삶을 살아가야 하는 재가 겸업 수행인(修行人)이라는 차별이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출가 전문 수행인들은 걸식(財供養)을 재가불자에서 의존하며 그들이 깨달은 수행의 결과물을 재가불자들에게 베풀어(法供養)주는 상부상조(相扶相助)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유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관계가 언젠가부터 출가자들이 자기들만을 우선하는 출가 중심의 출가 우월 자기 수행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붓다는 유마경을 통하여 날로 심각해지는 출가 불교의 자기모순을 지적하고 출가 불교에 경각심(警覺心)을 고취(鼓吹)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위대한 법문을 설하신 것이다. 유마경에는 ‘보리와 번뇌가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며 정토(淨土)와 예토(穢土)가 둘이 아니라는 평등 불이사상(不二思想)’의 심대(深大) 뜻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유마경에서 실상의 진리는 형상(形相)도 생각(思惟)도 말(言)도 없는 공(空)의 경지로서 절대 평등에 들어가야 깨달음을 증득할 수가 있다고 설하고 있다. 이러할진대 절대 평등의 깨달음에는 출가와 재가의 차별이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유마경에서는 일체중생 모두가 깨달음의 가능성 불성(佛性)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유마경에서 유마힐 거사는 ‘일체(一切)의 번뇌가 곧 여래의 종성(宗性)이다.’ 라고 세속 삶을 살아가는 중생들이 비록 번뇌에 시달리며 악(惡)을 행하고 있더라도 바른 수행으로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4. 유마경과 재가불자의 올바른 사회참여
유마경에서 유마힐 거사가 내세우는 법문은 우선 불국토에 대한 법문이다. 보살의 3대 서원인 수행으로 증득한 신통력으로 불국토(佛國土)를 장엄하고 중생구제를 실천하는 법문을 전개하고 있다. 불국토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사는 현실의 세계가 불국토라는 법문이다. 물질문화에 오염된 삶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중생들에게 아주 적합한 법문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타인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고 시기 질투를 일삼는 상대적 빈곤의 갈등으로 고통의 바닷속에 빠져들어 허덕이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중생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문이다.
경제성장으로 물질이 풍족해지고 문화가 발달해도 국민 정서는 황폐해지고 행복 만족도가 상승하기는커녕 날로 떨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중생들이 깨닫고 수행하고 실천해야 할 법문이다. 유마경 ‘불국토(佛國土)’ 품에서 유마힐 거사는 중생의 안락과 행복은 마음에 달려 있다고 했다. 중생들이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불국정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고 설하고 있는 것이다. 즉 마음이 곧 정토라는 유심정토(唯心淨土)를 설하고 있다.
불국정토란 유심정토이다. 직심(直心), 심심(深心) 보리심(菩提心)에서 불국정토는 장엄 된다고 설하고 있다. 유심정토는 살생(殺生) 투도(偸盜) 음행(淫行) 망어(妄語) 금주(禁酒)의 재가 보살의 오계(五戒)를 수지(受持) 함을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올바른 말과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제가 실천할 일과 행동에 바른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 항상 평정을 잃지 않는 고요한 마음을 가지고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수행을 통한 지혜를 가지고 세상을 바로 보아야 한다. 사회의 현안(懸案)에 대하여 지혜의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재가불자라는 선입견과 분별심을 버리고 불이(不二)의 진리(眞理)에 근거(立脚)해서 보아야 한다. 불교에서 보는 사회를 보는 판단기준은 사회를 강제하는 법(法)이나 통제하는 사회규범이 아니라 진리의 법(法. 다르마)이다. 법과 규범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절(變節)될 수 있으나 진리는 절대 불변(不變)의 속성을 가진 법(法. 다르마)으로 영원불변이다.
불교에서는 사회문제를 탐 진 치 삼독(三毒)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로 보고 있다. 사회현상을 보는 견해들이 각 각인데 이는 각 각의 업(業)에 따른 과보(果報)로 보고 있다. 이러한 과보는 애착 때문에 발생한다. 애착은 12 인연법의 갈애(渴愛)로부터 발생하며 모든 심리적 갈등의 요인이 된다. 유마경에서 문병차 온 문수보살의 발병(發病) 원인을 묻는 물음에 ‘어리석음으로 애착이 생겨 제 병이 생겨났습니다’라고 유마힐 거사는 답하고 있다. 이는 삶에 갈등하고 있는 중생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유마힐 거사의 자비의 불교이자 유심정토 불국정토를 설하고 있는 유마힐 자비의 실천이다.
불교의 연기론에 의하면 중생의 삶이란 서로 의지하며 서로 관계하고 서로 존재하며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보살의 삶이란 수행을 통해 증득한 지혜를 상부상조하는 상생의 연기론적 기본입장을 가지고 상호 간에 회향해야 한다. 불교의 궁극적 가르침은 회향으로 귀결(歸結)된다. 대승불교는 보살불교이다. 보살은 수행의 지혜를 사회에 회향하는 실천을 보여야 한다. 유마경의 대의(大義)는 수행을 통해 얻은 지혜를 사회(중생)에 회향하는 상부상조의 중생과 함께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불국정토를 건설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