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까지 싹 비우게 하는 우동
(그저 그런 우동 같지만 느끼하지도 물리지도 않아 국물까지 다 비우게 된다 단무지와 춘장도 깔끔해서 위생적으로 보인다) ⓒ 맛객
이해가 잘 안 된다. 고춧가루 팍팍 뿌리고 먹을 거면서 왜 우동을 시킬까? 그냥 처음부터 짬뽕을 먹으면 될 걸. 그런데 꼭 우동을 주문해야 할 때가 있다. 해물과 채소를 기름에 볶아 좀 느끼한 짬뽕국물대신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이 생각날 때다.
ⓒ 맛객
우동의 국물 맛은 해물에서 나온다. 신선한 해물이 많이 들어간다면 그 만큼 국물 맛도 좋아진다. 하지만 요즘은 짬뽕도 그렇고 우동도 해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에 비해 우동 맛이 떨어지는 이유다.
(두 달 전에 먹었던 짬뽕도 바닥이 보이게 국물까지 싹 비웠다) ⓒ 맛객
그런데 보기에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우동인데 맛을 보면 국물까지 싹 비워 바닥이 보이게 만드는 우동이 있다. 배고파서 그랬을 거라고? 언젠가 이 집의 짬뽕을 먹을 때에도 깨끗하게 비웠다. 반대로 다른 집의 우동이나 짬뽕을 먹을 때는 국물까지 다 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 면발 몇 젓가락에 국물 몇 번 마시다 보면 왠지 물리는 그 맛, 결국 절반정도 먹고 말게 된다.
왜 그럴까? 왜 중국집의 우동 짬뽕은 금방 물릴까? 요즘 말 많은 자장면 MSG(인공화학조미료) 보도를 보고 이해가 좀 됐다. 과도한 화학조미료가 자장면에서만 그치지는 않는구나. 짐작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이번 자장면 파문의 진짜 원인은 알게 모르게 MSG에 길들여지고 그러한 음식을 찾았던 우리들의 식습관에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 볼 일이다.
(다른 집의 우동과 달리 국물까지 비우게 하는 맛의 비법은 무엇일까) ⓒ 맛객
내가 맛있다고 하는 그 우동은 면발의 식감도 좋지만 국물 맛이 뛰어나다. 다 먹고 바닥을 보니 마늘 잘게 썬 것들이 보인다. 우동이 느끼하지 않고 개운한 이유 중에 하나가 자연의 재료 때문인 듯 하다. 일반 중국집처럼 배달은 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는 산만하지 않고 청결하다. 음식이 사기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것도 점수를 따고 있다, 단, 중화각이란 상호는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음식이 미각을 사로잡았을 때 오래 된 친구를 만난 듯 기쁘고 편안하다. 부천역 남부광장 자유시장 입구에 있는 그 집의 우동이 바로 친구 같은 맛이다. 부담없고 편안하면서 맛은 맛대로 있는 집. 비록 다양한 해물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먹게 하는 힘이 그 집의 우동에는 들어있다.
중화각은 부천역 남부광장 자유시장 입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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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맛있는 인생 원문보기 글쓴이: 맛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