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가장 많이 사용된 말들 캐롤라인 바움(Caroline Baum)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조선닷컴 입력 : 2009.12.26 02:39 성장률 둔화·美 역할 감소의 '뉴 노멀''전례없는' 집값 붕괴, 기업 부도 도미노엄청난 돈을 쏟아낸 이후의 '출구전략'경제전망 '불확실성'이란 말로 변명 연말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필자가 올 한해를 생각할 때 머리에 먼저 떠오른 것은 여러 사건, 사고들보다는 인구에 많이 회자됐던 단어나 경구(警句)들이었다. '뉴 노멀'이나 '출구전략'처럼 과용(過用)이라 할 만큼 많이 쓰였던 말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진 한 장은 1000개의 단어보다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어 하나도 한해의 기억할 만한 순간을 잘 보여준다. 1. 뉴 노멀(New Normal) 지난 5월 세계 최대 채권 투자회사 핌코(PIMCO)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연례 포럼에서 '뉴 노멀'이란 말을 사용했다. 경제 성장의 둔화와 규제 강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역할 감소 등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쓴 건 그들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에 워런 버핏(Buffett)과 존 보글(Bogle)은 주식시장에서 한자릿수 투자수익률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뉴 노멀이란 말을 썼다. 2004년에는 같은 이름으로 책이 발간됐고, 이와 관련된 웹 사이트(www.thenewnormal.com)가 나왔다. 뉴 노멀이란 말은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돼 쓰이고 있다. 예컨대 기술(변화의 힘), 과학(미국 여성들이 점점 더 뚱뚱해지는 것), 의학(사춘기가 빨라지는 소녀들), 경영(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끊임없는 변화가 뉴 노멀이다) 그리고 고등 교육(점점 줄어드는 정부 예산과 기금의 지원) 같은 분야에서 말이다. 불행히도 뉴 노멀이란 말은 너무 많이 쓰이면서 의미도 퇴색됐다. 2. 전례 없는(Unprecedented) 2008년도의 경제 위기와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도 전례가 없었고, 2009년도에 지겨울 정도로 많이 쓰러진 기업들의 처리 과정 역시 그랬다. 주택가격 붕괴와 얼어붙은 금융시장, 크고 작은 기업체들의 부도, 표류하는 배를 유지하기 위한 미 정부와 연준의 노력, 정부의 민간 기업 지분 취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취임도 전례가 없었다. 변화의 주역이 될 것으로 환호받았던 그는 워싱턴의 작동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맹세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11개월 동안 워싱턴은 아마도 뉴 노멀을 피한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3. 출구전략(Exit Strategy) 누구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불륜 사실이 드러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지사의 부인인 제니 스탠퍼드와 타이거 우즈의 부인에게 물어보라. 미 연준은 전례 없이 엄청난 자금을 풀어낸 뒤 출구전략이 필요해졌다. 정책 담당자들은 출구전략을 시행할 구체적 시기는 언급하지 않지만, 출구전략을 펴겠다는 방향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중앙은행은 돈을 푸는 과정에서 부풀어 오른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자연 감소와 함께 긴급 대출 조치 중단 그리고 자산 매각 등의 방법이 동원될 것이다. 연준은 또한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를 높이는 방식으로 과도한 신용 팽창을 막을 수 있다. 4. 푸른 새싹(Green Shoots) "나는 푸른 새싹(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CBS의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폴란드 출신의 미국 소설가 저지 코진스키(Kosinski)의 소설 〈거기 있을(Being There)〉에서 어린 아이처럼 순진한 현자 챈시 가디너가 "봄이 오면 나무는 다시 자랄 것(There will be growth in the spring)"이라고 말한 것만큼 가치가 있었다. 곧바로 모든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고, 언론은 정찰팀을 보냈다. 경제학자들은 그들의 예측에 푸른 새싹을 끼워 넣었다. 모두가 정원에서 푸른 새싹이 돋아나나 관찰했다. 3분기에는 새싹이 무르익었고, 꽃이 피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하락을 거듭하다 3분기 들어 2.2%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5. 불확실성(Uncertainty) 불확실성이란 말은 2009년에 새로운 명성을 얻었다. 특히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그랬다. 미 연준과 유럽 중앙은행은 경제 전망의 어려움을 정당화하기 위해 불확실성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고,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확실성은 나쁜 시기에만 나타나는 것이라고 믿게 했다. 하지만 반드시 불확실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만일 금융위기 이전에 서브 프라임 위기가 극복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금 더 커서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에 대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면, 우리 경제는 이런 처지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